[Review] 마티스만의 작품 세계 속에 빠져들었던 시간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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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전시를 관람했다.

 

4분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슬슬 지쳐갈 때였다. 코로나 때문에 문화생활 빈도가 확 줄어들다 보니 전시 한 번 보는 것도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기대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관람하러 가는 것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한쪽 벽면에 적혀있었던 앙리 마티스의 말을 보고 이 전시가 나의 무기력감을 해소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과 평온함의 예술, 즉 안락의자처럼 인간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는 예술이다.”

 

- 앙리 마티스

 


‘안락의자’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마티스는 어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또 어떻게 평온함을 담은 예술을 하려 노력했는지 궁금해졌다.

 



화가의 시선이 담긴 드로잉



아라베스크, 1924.jpg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는 인물화를 그릴 때 쉬는 시간에 모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모델에게 어울리는 포즈를 정해줬다고 한다. 단순히 모델의 겉모습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에 대한 인상과 작업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사진이라는 작품 속에서는 모델의 역할이 크지만, 그림에서의 모델은 화가의 시선 속에서 해석되고 묘사된다. 화가의 눈에 비친 모델의 모습은 사실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예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미지이다.


또한, 마티스의 인물화에는 마티스의 취향이 반영되기도 하였다. 그는 동양의 직물을 좋아하고 공예품을 꾸준히 수집해서 작업실에 비치해뒀는데, 그것들은 인물화의 배경과 소품이 되었다. 다양한 무늬들이 인물과 조화를 이루고 시선이 한 곳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마티스의 시선과 취향이 담긴 오달리스크 드로잉 작품들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인물화 드로잉 중에서 가장 개성 있었다.

 



컷아웃, 종이의 색채를 오려내다.



_DSC5456 1n_1.jpg

 

 

몸이 불편해진 마티스는 침대나 안락의자에 누워 조수의 도움을 받아 종이를 오려 그린 컷아웃 기법의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컷아웃 작품을 만들 때 계획 없이 직감으로 종이를 오려냈다고 한다. 이렇게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작업 방식 때문에 그는 작품의 이름에 <재즈>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재즈> 시리즈의 작품들은 서커스, 2차 세계대전, 신화와 전설, 여행의 추억 등을 그려내고 있다. <재즈>라는 이름은 단지 그의 작업 방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용이 가진 변주성과 다변성에 있다.

 

간결한 형태들을 담아낸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들을 보면 관람객들은 각각 다른 물체로 인식하고 다양한 인상을 받게 된다. 여러 가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마티스의 작품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심지어 마티스의 <블루누드>라는 작품은 누가 봐도 사람의 인체를 그려낸 것이지만, 마티스는 간결한 형태만 그려낼 뿐 표정을 그리지 않았다.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관람자가 상상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람만의 정답이 되는 것이다.

 

이번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관람할 때 컷아웃 섹션의 작품들은 작품명을 보기 전에 먼저 이 작품이 자신에게 무엇처럼 보이는지 마음껏 상상해보기를 추천한다.

 

 


점점 입체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마티스



평면에 드로잉을 하던 마티스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그리고, 실을 이용해 태피스트리 작품을 만들어냈다. 마티스는 어떤 대상이든지 ‘관찰’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둔 듯하다. 마티스의 <미모사>에는 마티스가 미모사라는 식물을 오랜 시간 동안 능동적으로 관찰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형태 변화를 포착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마티스는 입체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도전하게 된다. 그는 발레 공연의 의상을 비롯해 전체적인 무대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가 직접 손으로 페인팅하기도 한 의상들은 무용수들이 움직이면서 마치 움직이는 그림처럼 펼쳐졌다.

 

 

[크기변환]안드레아 세라노, 마티스 채플, 2015.jpg

photo by Andres Serrano © Andres Serrano

 

 

또한, 마티스는 로사리오 성당의 디자인을 하게 된다. 눈에 띄는 구조는 성당 내부의 세 개의 벽화와 이에 대응하는 세 개의 스테인드글라스이다. 창문의 풍부한 색채는 간결한 흑백의 벽과 대조를 이루는데, 이는 마티스의 <재즈>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마티스는 로사리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만들며 붉은색을 쓰지 않고 붉은색을 구현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된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면 푸른색이 주로 눈에 띄고 붉은 계열의 색깔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태양 빛이 작품을 비추면 바닥과 벽면에 빛이 뒤엉키며 붉은색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전시를 관람하며 마티스의 작품들은 단순히 평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완전한 그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향한 열정, 그리고 전하려는 메시지



앙리 마티스는 말년에 건강 상태가 안 좋았고 그림을 그리기에 몸이 불편했지만, 다양한 작업 방식에 도전하며 어떻게든 그림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을 계속 그리는 데에 집중했던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치열함이 그의 작품에는 담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따뜻한 봄철의 즐거움만 담기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울한 주제를 쓰지 않고, 순수한 대상들을 담아내고자 했으며 안락의자처럼 마음을 어루만지는 예술을 하고 싶어 했다.


작업 과정에서 겪었을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뒤로 하고,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평온함과 즐거움만을 전달하고자 한 그의 신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던 전시였다.

 

 

200929_마티스포스터(아웃라인).jpg

 

 

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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