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드게임 '이노리즈'를 통해 미래 기술 발달과 협력을 배우다. [게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전시회를 가다.
글 입력 2020.11.26 15:50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KakaoTalk_20201123_084650963_03.jpg

 

 

가끔 멋진 우연이 찾아올 때도 있다. 내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Strangelove) 전시회를 알게 된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친구가 보드게임을 함께 하러 가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단순한 게임이 아닌 전시회의 일부였던 것이다. 제로원과 아키타입 서울에서 후원을 받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는 보드게임과 함께 다양한 전시작을 즐길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전시는 기대했던 미래가 미지의 불안으로 다가오는 현시점에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획득을 통해 격차를 좁혀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보 기술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정보 미디어를 구사하며, 정보를 활용하거나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가 전시에서 만난 모든 작품은 전부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하나의 미디어였다. 작품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획득을 위해 만들어졌고, 사용자는 그 의도대로 기존에 낯설었던 미디어 정보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 미디어에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의 이해와 습득을 넘어, 참여자는 미디어를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같은 전시물을 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보드게임 <이노리즈>



KakaoTalk_20201123_084650963_01.jpg

 

KakaoTalk_20201123_084650963.jpg


 

<이노리즈>는 황문정, 최진훈 작가가 리더인 팀 보드나잇이 개발한 보드게임이다. 도시를 파국으로부터 구해내는 미래형 도시 건설 보드게임으로 공동의 목표 점수를 달성해 유토피아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동시에 각자 자신이 선택한 기업이 최후의 승점을 얻도록 경쟁도 해야 한다.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이노리즈>는 인류의 눈앞에 도래할 미래에 대한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술 중심의 도시다. 다양한 자원과 기술이 있어 플레이어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고, 발생하는 이벤트는 기술과 과학이 발전한 미래에 충분히 가능한 현실성 있는 일들이다.


플레이어들은 발전카드를 받게 되고 이를 통해 점수를 얻어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있다. 발전카드에는 인공생태공원 조성, 교통사고 분류 AI, 제로 에너지 빌딩, 자동차 헬스케어서비스 실행, 고압직류송전기술개발 등이 있다. 단순히 게임 룰에 따라 점수를 얻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카드마다 적혀있는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수도 있다.


점수에 따라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현실적이다. 예를 들면 기계 신체 교체가 상용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면 유토피아 점수가 떨어지고, 해커들의 데이터 조작으로 이노리즈 가상화폐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돈이 많은 플레이어가 돈을 잃는 것이다.


 

 

플레이 후기



KakaoTalk_20201123_084650963_02.jpg

프로토타입 테스트 플레이어로 참여해 베타 플레이를 진행했다.

황문정, 최진훈 작가님은 게임을 설명해주시고

게임 플레이하는 것을 함께 봐주셨다.

   

 

나와 친구들은 <이노리즈>를 플레이하는 두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많은 감정을 겪었다. 친구가 잘못했는데 내가 가진 화폐나 자원을 희생해야할 때는 화가 났고, 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는 고민됐다. 다함께 공동점수를 올려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전부 패배하는 것이지만, 유토피아에 도달하고 나서는 개인 점수로 승패가 결정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고 했었지만, 어느새 다들 진심이 되어 우리가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처럼 치열하게 게임에 임했다. 공동점수를 올려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해 두 작가님께 주사위를 한 번만 다시 굴리면 안 되냐고 애원하기도 하고 (물론 단칼에 거절당했다) 마지막까지 점수를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함께 애썼다.


게임이 다 끝나고 점수를 합산하는 순간에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3라운드가 끝나고 나서는 개인의 공헌점수로 공동점수를 올릴 수 있는데, 100점에 도달한 순간 우리가 모두 함께 유토피아를 만들어냈다는 희열과 성취감에 빠져 함께 환호했다. 물론 그 뒤에 개인점수를 계산해 1등을 가려내는 순간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게임이 끝나고 1등 플레이어 기업의 깃발을 게양하며 (호라이즌B 기업이 승리했는데 인류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신흥 종교였다) 작가님께 게임 의의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디스토피아가 익숙해지고 당연시되는 현재, 오히려 진부해져 버린 유토피아의 개념을 다시 들고 와서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겪어보게 싶다. 유토피아는 일종의 장치로써,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협력과 경쟁 같은 여러 감정이 공존하는 현실을 게임을 통해 겪어보게 하고싶었다.”


보드게임도 재밌었으나 보드게임에 담긴 의의는 더욱 뜻깊었다. 게임을 하며 느낀 점은 작가님이 설명해주신 제작 의도와 거의 일치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한 부분이 있더라도 함께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팬데믹이 일어난 현재 우리에게 더욱 와 닿는 말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예민해졌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 디스토피아에 살아가는 자신을 자조하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유토피아를 꿈꿔야 한다.


아쉬운 부분은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이벤트나 발전 카드는 점점 뒷전이 됐다. 카드에 적힌 내용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점수에만 신경을 쓰고, 게임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미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게임의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하기보다 단순히 ‘100점’, ‘유토피아’ 자체에만 혈안이 됐다. (이게 다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집중해버린 탓이기도 하다.)


평소에 과학과 기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발전카드 94장과 이벤트 카드 56장은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과도한 정보량이기도 했다. 발전카드와 이벤트카드의 수를 줄인 후에, 목표점수를 낮추거나 점수 상승 폭을 크게 한다면 사람들이 더욱 집중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테스트 플레이의 기회를 준 팀 보드나잇에게 감사하다. 11월 18부터 22일까지 5일간 이어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전시는 아쉽게 끝났지만, <이노리즈>는 텀블벅에서 만나볼 수 있다. 펀딩은 12월 30일에 끝나니 그 전에 많은 신청 바란다.

 


참고 자료

-사진 직접 촬영

-전시 팜플렛, 작가님의 인터뷰 참고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푸른하늘
    • 뭔가 재밌어보이는 보드게임이네요 글 감사합니다 :)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