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에 안녕을 말하며,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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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 자취방에 붙어 있던 포스터 아니야?”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들여다보던 내가 고개를 들었다. 친구는 힐긋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갈래? 물었더니 다시 끄덕인다.

 

각종 SNS나 포털 사이트에 앙리 마티스를 검색하면 인테리어 작품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왤까? 단지 저작권에 제한이 없어서일까? 그렇다기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은 ‘감성적인 공간’에 배치된다. 초록색 풀, 아이보리색 벽지, 라틴 바스켓과 함께.

 

이것들의 공통점은 보는 이에게 시각적인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에 곤 쉴레의 그림을 붙여 뒀다. 죽음의 두려움에 대해 말한 그는 늘 나에게 각성제와 같은 역할이었고, 침대에 엎어지려다가도 책상에 앉게 만들었다.

 

그들과 나, 친구와 나는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선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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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보며 뜬금없이 물었다. “왜 이 사람 그림을 골랐어?”

 

친구는 마찬가지로 별 고민을 거치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가위 안 눌리게 해줄 것 같잖아.” 그 대화 이후로는 편안함을 불어넣는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직선도 곡선 같다. 곡선은 그보다 더한 곡선이었다. 인물의 부드러움, 그들의 선과 결.

 

 
“누드는 본질적인 선을 찾아 몸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 무제한 상상력의 범위. 모델과 인물은 요소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이다.”
 


사실 이 전시는 드로잉보단 컷아웃 기법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 앙리 마티스가 드로잉에서 컷아웃 기법으로 넘어갈 당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그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오히려 컷아웃 작업을 시작하며 훨씬 높은 완성도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오랜 고민이었던 “드로잉과 색채 사이의 영원한 갈등(The eternal Conflict of Drawing and Color)”을 해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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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컷아웃 작품들은 2차원으로 표현한 조각을 만나는 듯했다. 색채의 결은 변했지만 그가 주는 특유의 편안함은 변치 않았다. 독특한 모양새의 조각들이 벽 위에 떠다닌다. 늘어진 LP 플레이어를 느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죽 냄새가 밴 나무 집에 걸려 있을 법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왕의 슬픔>이라는 작품을 보며 생각의 말문이 막혔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었던 감성적인 인테리어 속 그림 한 점은, ‘그가 가진 편안함’을 걸어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쥐여준 편안함’이었다. 자신의 노력, 불안, 삶에 대한 집착이나 죽음의 두려움을 온 힘을 다해 떨쳐내야 했을 것이다. 적어도 미술을 하는 시간 만큼에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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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슬픔>은 죽음을 직면했을 때 그가 느낀 심정을 표현한다.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는 현실,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가 좋아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에 이별을 고하는 순간. 가벼운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하던 그의 작품 속에서, 또 그러한 행복들을 새겨 넣은 <왕의 슬픔>엔 그의 ‘안녕’이 보인다.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장면과 사랑들은 자신의 삶을 붙잡게 했으리라. 하지만 그는 이별을 고한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 간의 관계이다. 나는 사물을 그리지 않는다. 나는 오직 사물 간의 차이점을 그린다.“

 

 

세상 모든 것들의 정체성은 차이에서 시작한다. ‘차이’가 없다면 어느 것도 예술이 될 수 없고, 우리는 나아갈 수 없고, 그 자리에 무(무)의 상태로 멈춰 있을 것이다.

 

예술에 대한 그의 결, 작품에 대한 사고방식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틀까지 뒤흔들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예술은 뭘까?”라는 정답 중 한 가지로 걸어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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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본인의 작품이다.)

 

 

우리도 컷 아웃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회 내부의 모든 작품은 촬영 금지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앙리 마티스가 되어볼 수 있다.

 

작은 종이에 색종이를 덧붙였다. 그의 것을 따라 하기보다, 나의 밤들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처럼 덤덤한 방식으로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강조되어 드러났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이 주는 편안함이 더 귀중한 것이다. 인테리어 HOT! 아이템이라는 수식어를 제외하고도.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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