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꼭 괜찮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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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는 일이 ‘불안’하다면 현재 스트레스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순수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던 적이 최근 얼마나 되었던가? 심지어 쉬는 것조차도 마음 편히 하지 못하고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체력 보충을 위해 운동을 했다. 어쩌다가 스마트폰이나 TV를 너무 오랫동안 봤다 싶으면 시간을 헛되게 보냈다며 자책하곤 했으니..

 

언제부터 스트레스 중독에 빠진 걸까? 그리고 왜 스트레스 중독에 걸리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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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를 쓴 김용은 수녀님의 글은 이기적인 나(에고)와 남들의 시선에 비친 나(페르소나)의 벽을 허물고 그 안에 작고 연약하게 웅크리고 있는 진짜 ‘나’의 모습과 솔직하게 마주하게 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에 대해 나는 괜찮다고, 극복했다고 주문을 걸었지만 모진 말투와 칼을 품은 말로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야 해. 이런 마음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나는 교양과 체면이란 가면 아래에 날카로운 진심을 숨겨놓고 사정없이 그 사람에게 복수를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그 사람은 내게 상처 줬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괴로운 건 나뿐이었다.


저자는 모진 말과 울컥하는 분노의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자고 격려의 말을 건넨다. 왜 그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그 사람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돌부리 같은 것인데 극복해야 할 것은 돌부리에 넘어진 내가 아닌지.. 돌부리는 그 자리에 있고 넘어진 것은 나다. 훌훌 털고 일어나느냐 마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그 안에서의 여러 감정, 상처, 슬픔, 외로움을 다룰 때 어떤 해결 방법 같은 것은 없다. 그 사람을 고치거나 상황을 바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뿐. 괜찮은 척 성숙한 사람인 척할 필요가 없었다.

 

작고 여린 내가 그 안에 있으니 상처받은 ‘진짜 나’와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성숙하고 여리고 아름답지 않은 나를 사랑할 용기. 괜찮은 사람이고 싶어 했던 ‘나’는 나의 에고와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거짓 이미지였을 뿐이었다. 나는 그다지 괜찮지 않은 사람이고 이렇게나 미성숙하고 연약하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조금 얻게 된 것 같다.


사람 간의 갈등 외에도, 에세이에는 저자인 수녀님이 바라보시는 너무 빨라진 세상과 그 안에서 잠시 속도를 멈추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며 여유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래, 꼭 빠르고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그렇게 급하게 아등바등 취하고자 할 이유가 없었지. 잠시 멈추고 주변의 풍광을 바라보기도 하며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대신에 종이 책의 느리고 한결같은 질감을 느껴보았다.

 

 

 

해야만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찾아온다. 그리고 전환점이란, 항상 여러 갈래의 길을 제시하고는 한 가지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한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는 일, 대학교에서 직장을 선택하는 일, 사랑을 선택하는 일. 이 길을 갈지 말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이 길을 지금 가야 하는지.

 

나는 여러 갈래의 길을 다 가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는지 부지런히 움직여왔다. 목표로 했던 일들을 ‘해야만 한다.’라고 생각했었고 치열한 전투를 치렀지만 내 뜻대로 되기도, 되지 않기도 했다.


 

‘해야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할 수는 있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나의 자발적 선택이다. 의지가 아닌 선택, 통제가 아닌 허용은 삶의 흐름과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겠다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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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제 밖에 있는 현실과 싸우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흐름대로 맡기겠다는 말이 아니다. 힘을 빼고 뒤로 물러나 삶의 흐름과 신의 섭리에 맡기겠다는 나의 ‘선택’과 ‘믿음’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다 그런 식으로 흘러왔던 것 같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길이 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되, 내 인생의 전부라 여기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좌절을 겪지도 자만하지도 않는다.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할 흐름이었던 것을 ‘믿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을 ‘선택’한다.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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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가 진실 되지 않다고 느낀다면,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한다 여겼던 것은 다 거짓이 아니었을까.

 

나의 이기적인 마음과 타인의 시선을 합쳐 만들어낸 거짓 이미지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던 의미 없는 경주를 잠시 멈추기로 한다. 세상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원리로 돌아가며 진실한 나를 발견하는 일은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그러게. 나는 아닌 줄 알았는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나 보다. 심플하고 따뜻한 색감의 표지 디자인과 수녀인 저자의 말을 담았다는 데에서 강한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진실함이 필요했던 나는 솔직한 진심을 책 안에서 만났고 그 힘은 의외로 내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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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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