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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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


 

지금은 에세이의 시대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에세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전문 작가가 아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도 도전하는 장르다. 모두가 에세이를 쓰고 읽는 시대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나는 유독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지금의 방황이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최근 몇 개월 동안 에세이를 정말 열심히 읽었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본 익숙한 조언들이 있다. 너만의 길을 걸어라.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라…. 어릴 땐 이렇게 당연한 말을 굳이 왜 자꾸 반복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살 거라고, 당연히 물질적인 가치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의 순수한 다짐이 흔들리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잘난 타인에 비해 거울에 비친 나는 초라하기 그지없고, 상대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 상처받기 일쑤였다. 머리로는 자존감도, 상처도 모두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걸 안다. 문제는 그 마음 먹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요동치는 감정을 가라앉히기엔 에세이만 한 게 없다. 마음을 울리기엔 백 마디 조언을 듣는 것보다 하나의 삶을 지켜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에세이에는 너무 당연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그 지혜들은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나에게 항상 위로와 안정을 주곤 했다. 나는 ‘잘하고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김용은 수녀의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는 안성맞춤의 위로를 선물해줄 것 같았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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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달고 살았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열심히 살려고 하고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그 대신 ‘꼭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내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누가 널 싫어해도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와 같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줄 것을 기대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나는 벌써 이미 위로받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책에는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위로와 이해의 언어들이 들어있었다. 독서기간 동안 내게 이 에세이는 나노 단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 속 유일한 안식처였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면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처럼 반사적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니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자신이 텔레비전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그것이 마음의 문제라는 것도 알았다. 게다가 필사나 성경 통독을 시도했고 사순절에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정도면 자신에게 충분히 칭찬해주어도 좋다. 단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P. 127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 위로만큼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다. 분명 나에게 에세이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도구였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오히려 편하게 누워있던 마음의 자세를 불편하게 고쳐야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녀님의 태도에 기본적으로 ‘반성’이 깃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처는 떠나보내지 못한 나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상처란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이도 나일 것이다. 처음부터 상처를 준 그의 행동과 언어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었을지도. 그저 길거리를 걷다가 돌부리에 넘어져 아파했을 뿐이다. 그래, 돌부리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넘어진 것은 내가 아닌가.

 

-P. 21

 

 

나는 남 탓을 잘 못 한다. 상대가 내게 상처를 줘도 자책하는 성격 탓에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사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수록 상대는 의기양양해지고 나는 더 위축되어갔다. 성인이 된 이후에야 이게 잘못된 태도였음을 깨닫고 남 탓이란 걸 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전보다 자책하는 날이 줄었다.

 

그런데 내게 상처 준 상대를 마음껏 미워하고 지인들에게 분노에 찬 하소연을 쏟아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분노 뒤에 개운함이 올 줄 알았는데 찝찝함만 따라왔다. 자책보단 원망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책이든 원망이든 두 감정 모두 나를 가두는 굴레였다.

 

책을 읽고 몇 년에 걸쳐 원망을 쏟아냈던 한 친구를 떠올렸다. 비로소 남 탓이란 걸 하게 될 때 곧바로 그와의 인연을 끊었다. 상처뿐인 관계를 끊어냈을 때의 해방감은 참으로 달콤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꿈에 나오거나 대호 주제에 오르내리면서 여전히 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가 준 상처가 깊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상처를 떠나보내지 못한 나한테 있었다.

 

또 내게 반성을 안겨준 부분이 있다.

 

 

“결혼이요? 그런 거 왜 해요. 혼자 사는 것이 이렇게 편한데요.”

 

젊은이들에게서 가끔 듣는 말이다. 요즘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단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며, 원하면 적당히 연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고집스럽게 말하고 싶다. 사랑만큼은 불편하면 안 될까? 사랑만큼은 다 낡고 떨어져도 소중히 껴안아주면 안 될까? 사랑만큼은 죽을 것 같아도 버티고 지켜주면 안 될까? 사랑만큼은.

 

-P. 178

 

 

저자가 젊은이들에게서 들은 말은 내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도 귀찮고 불편하기만 하다고 말하곤 했다. 이 부분을 읽고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보다 스마트폰을 택한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분명 편한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닌데 왜 나는 가장 애쓰고 노력해야 할 사랑마저 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팽개치는 걸까. 대체 왜 모든 게 편해야 하는 걸까.

 

머리로는 깊은 사색이 좋다는 걸 알아도 손은 언제나 핸드폰 자판만 누르고 있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데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책에서 지적한 대로 불편한 감정과 마주하기 싫어서이다. 스마트폰은 ‘혼자 있는 시간’과 ‘현재’를 벗어나게 해주지만, 내가 혼자 이 현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책에 기대한 건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해진) 답이었다. 그러나 책은 내 비겁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대답 대신 질문을 제시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사람과 세상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점만은 뼈저리게 배웠다. 앞으로는 주어진 질문의 답을 열심히 탐구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요즘 계속 에세이를 읽다 보니 ‘에세이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보통 에세이는 경험과 깨달음의 구조로 이뤄지는데, 그 영향으로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꾸 뭘 깨닫는다.

 

뭐든 빨리빨리 진행되는 세상에서 대상 하나를 깊이 분석하고 성찰하는 내 모습이 누군가에겐 답답하게만 보일 것이다. 그런 평가는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에세이형 인간이 된 이후 내 삶이 전보다 풍요로워졌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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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나 -
 

지은이
김용은

출판사 : 싱긋

분야
에세이

규격
140*210mm

쪽 수 : 228쪽

발행일
2020년 09월 24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90277-78-5 (03810)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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