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음악]

하루에도 몇십 번, 몇백 번이고 길을 잃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0.11.22 11:1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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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어떤 하루가 괜히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리고 가끔, 그런 기분이 며칠 혹은 몇 주씩 끈질기게 따라오기도 한다.

 

나의 인생이 엉켜버린 실처럼 느껴지는 기분. 그 구덩이로 빠지는 순간 한층 더 깊어진 우울감과 무력감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곧 나를 탓한다. 그러다가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겠지.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 행동마저 또 다른 막다른 길로 이끄는 상황.

 

그런 순간에 들으면 괜스레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가 있다.

 

 

 

Unlucky /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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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 / 끝없이 헤멜 듯해 / 풀리지 않는 얄미운 숙제들 사이로 마치 하루하루가 잘 짜여진 장난 같아 / 달릴수록 내게서 달아나 / 길을 잃어도 계속 또각또각 또 가볍게 걸어 /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빈칸’ 이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이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우리는 항상 빈칸으로 비워져있는 하루하루를 채워 나간다. 그렇게 나를 채워가다 보면 누군가 내 정답지를 가로채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우리는 시험지를 돌려받곤 틀렸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왜 틀렸지?” “정답이 뭘까?” 내가 아닌 타인이 매긴 그 점수를 나의 점수인 양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빈칸을 채워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길을 찾으려 노력해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 Unlucky는 그런 우리에게 정반대의 답을 알려준다.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길을 잃었다면 마음껏 헤매보자는 그녀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닿아 더할 나위 없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 / 박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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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 바닥에 별들이 기어다니잖니 /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 천장에 파도가 일렁거리잖니 / 생각해봐 복잡하게 말고 말야 단순하게 / 얼마 안 가 우린 죽을 거야 더럽게 누울 거야 / 여길 좀 봐 시간은 쉬는 법을 모르고 뛰잖니 / 눈을 맞춰 술잔을 비워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 눈을 감고 순간을 채워 아무런 상처도 내고 싶지 않아


 

나를 가두는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아무렇지 않게 나를 꺼내주는 노래다.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내가 업고 있던 큰 돌덩이 같은 고민들을 아주 작은 돌멩이로 만들어버린다. 누군가의 큰 고민과 걱정,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는 묘한 힘이 있다.

 

그 흔한 “괜찮다”, “너는 잘하고 있다”와 같은 위로의 말은 찾아볼 수 없다. 때로는 그런 예쁜 말보다 투박하지만 담백하게 다가오는 말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

 

 

 

유예 / 9와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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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작은 종달새가 되고 말았네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빛을 잃은 나의 공책 위에는

찢기고 구겨진 흔적뿐

몇 장이 남았는지 몰라

무얼 더 그릴 수 있을지도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중

 

하나의 색만이 허락된다면

모두 검게 칠해버릴거야

 

 

내가 생각보다 더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상처받고 아파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나에게 실망하는 순간은 꽤 많이 찾아오고 그래서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그 사실을 회피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여 나를 부정했을 때 우리는 더 큰 절망에 빠진다.

 

그래서 이 노래는 그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담담히 읊는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만 힘을 선물해 준다. “앞으로 더 잘해 나갈 수 있어”라고 말하지 않고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노래로 다가왔다. 내가 나일 때 충분할 수 있다는 것. 그 메시지 하나 만으로도 괜찮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매번 길을 잃어도 괜찮을 수 있는 당신이 되는데 이 노래들이 조금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정세영 명함.jpg

 

 



[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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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에디터님 우연히 메기 리뷰 보고서 글감이 좋아 다른 글고 찾아보게 됐어요!! 글쓰시는 감성이 너무 좋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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