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돌아갈 수 없다 한 대도 이 밤 또 노래를 불러야지 [음악]

상실의 시대에 놓인 우리를 위로하는 음악
글 입력 2020.11.22 11:0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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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상실의 시대다. 정부의 철저한 방역과 의료진의 희생, 힘을 합친 국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든 지 벌써 1년 째. 다시 겨울이 왔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은 우리를 더없이 무력하게 하고, 이 겨울을 더 춥고 공허하게 만든다.

 

이 힘든 시기를 여전히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고마운 음악들을 소개한다.

 

 

 

코드쿤스트, 잔나비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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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안부와 위로를 건네고자 엘르 코리아에서 기획하고 코드 쿤스트, 사이먼 도미닉, 잔나비 최정훈이 참여한 프로젝트 싱글이다.


앨범은 그 이름처럼 재해로 인해 가로막힌 일상과의 재 연결, 소중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의 재 연결을 기도하는 그들의 응원이 담긴 듯 보인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가기 싫은 기분에 / 이 비극에도 잘만 놀러 다니는 / 친구에게 심술 냈네 / 괜히 짜증만 늘어가고 사는 낙이 없네 /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연말이 오네 / 환기가 안되네 삶에 창문을 활짝 열어도 / 오늘은 꽤나 맑네 / 좋은 날씨가 그나마 위로돼

 

 

‘뭘 하듯 뜨뜻미지근한’, ‘잘만 놀러 다니는 친구에게 심술’을 내는 ‘별로 한 것도 없는 데 연말이 오는’ 것 같은.

 

사이먼 도미닉의 랩은 코로나를 마주한 우리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선명하게 그려내어 공감을 자아낸다. 계획했던 것들을 접어두고 집에 틀어박혀 많은 시간을 보냈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해 속에서 무기력과 싸웠던 우리의 2020년, 그리고 지금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기분으로 연말을 마주한 우리의 불안감.

 

그나마 약간의 위로를 주는 건 파란하늘 뿐인, 그 답답한 심정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뮤직비디오는 단편 영화 형식으로, 박정민 배우가 연출을 맡았다.

 

이 짧은 영화는 현실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영화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처한 현실의 비극을 관통한다. 통제 불능의 사회와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혼란의 시대. 그리고 그 안에서 난무하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몰이해. 이는 우리로 하여금 현 상황의 암담한 끝을 예견하게 한다.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 잊혀진 모든 밤들에게 / 그럼에도 속삭이던 / 조그마한 사랑과 마음들에게 / 돌아갈 수 없다 한 대도 / 이 밤 또 노래를 불러야지 / 그리워하는 마음이 / 미래를 향하는 마음이라며

 

 

그러나 보컬 최정훈의 태도는 이와 대조적이다. '돌아갈 수 없다고 한 대도 이 밤 또 노래를 불러야지'

 

노래는 사라진 것들에 대해 여전히 그리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괜찮아질 어느 날을 기다리며 희망을 노래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의 노래 후반부에 울려 퍼지는 함성소리는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 때를 회상하게 한다.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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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꾸준히 음악에 담아내어 ‘시대를 노래하는 아티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아티스트, 방탄소년단이 코로나 19에 마주한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타이틀 곡 ‘Life Goes On’은 전 세계 아이튠즈를 장악하며 한 번 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들의 진심어린 위로가 모두에게 통했음을 증명한다.

 

 

 

 

끝이 보이지 않아 / 출구가 있긴 할까 /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 잠시 두 눈을 감아 / 여기 내손을 잡아 / 저 미래로 달아나자 (중략)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마 / 빛은 또 떠오르니까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노래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멈춘 세상과, 그 멈춤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 불안함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을 읊어내며 시작한다. 아주 사소한 일상이, 어쩌면 누군가는 오래 꿈꿔왔을지 모르는 계획까지도 전부 멈춰버린 지금. 앞길은 막막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춘들. 그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읽어낸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렇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일깨운다. 빛은 또 다시 떠오를 것이고, 이는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오는 것과 같으며, 또 그것이 우리의 인생 아니겠냐며. 인생은 반드시 불안함과 두려움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


 

 

이적 [당연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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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정규 6집 수록곡으로, 정식 음원이 나오기 전 지난 6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아역배우들이 함께 부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로 더욱 부각된 가사의 따스함은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했고, 방송 직후 뜨거운 관심과 요청으로 정식 음원이 공개되었다.

 

 

 

 

거릴 걷고 / 친굴 만나고 / 손을 잡고 / 껴안아 주던 것 /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 처음엔 쉽게 여겼죠 /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중략)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우리는 여전히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워한다.

 

1년이 지났어도 마스크의 그 답답함은 익숙해지지가 않더라. 봄에 하는 벚꽃축제, 여름에는 페스티벌, 가을의 단풍놀이, 매년 우리의 겨울을 바쁘게 했던 연말행사, 그리고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특별한 날의 가족모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까지.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마시며 네 손을 잡고 걷던 산책길도, 유독 잘 안풀리는 날 모두 불러 모아 옹기종기 모여 마시던 맥주 한 캔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어가는 요즘이다.


노래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재고하게 한다. '곧 전부 지나갈거야' 라고 가볍게 생각해오던 끝이 자꾸만 멀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당연히 사랑하던 그 날이 다시 돌아올 것임을 다독인다.

 

*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불안감에 마음 속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요즘이다. 이 무력함 속에서 그럼에도 이겨내야 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마침내 끝이 올거라고 다독여 주는 그들의 따뜻한 음악에 감사하다.

 

코로나 19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며, 2020년을 잘 살아낸 모두에게 위로를 건낸다. 어느때보다 지금 이 시기에 더 진심이 담긴 말로,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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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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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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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아웃
    • 저도 너무좋아하는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 노래들으며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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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는개구리
    • 사라진모든것들에게ᆢ

      가슴깊이 먹먹함이 느꺼집니다
      어려운시기에 희망을 노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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