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결국 사랑이 이뤄낸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글 입력 2020.11.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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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이카루스>가 입구부터 티켓, 그리고 전시회 팸플릿까지 장식하고 있었다.

 

 

이카루스, 1947.jpg

이카루스(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어릴 때 다니던 학원 벽에 붙여져 있던 그림 중 하나라, 나 역시도 '앙리 마티스'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 <이카루스>였다.

 

<이카루스>처럼, 마티스만의 쨍한 색들의 조화에서 오는 힘찬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나선 전시회였지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작품은 나에게 생소한, 그리고 형형색색과는 거리가 먼 마티스의 '드로잉'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시 섹션들에서 다소 낯선 그의 작품들을 보며, 그가 자신의 예술 활동을, 그리고 문화예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마티스를 알기 위해 "드로잉"부터 파헤치자!


 

많은 사람들이 마티스 작품만의 색감을 익히 알고 있지만, 마티스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드로잉부터 하나씩 볼 필요가 있다고 안내되어 있던 Section1에서 마티스의 드로잉 작품들을 처음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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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베스크(1924)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처음엔 지인한테 '그냥 연필로 끄적인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로 내가 알고 있던 마티스만의 개성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다른 드로잉 작품들을 차례로 보다 보니, 마티스의 선은 대충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과감하고 힘 있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섬세한 규칙을 따르고 있었다.

 

강렬한 색이 없어도 예술을 향한 그의 힘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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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와 과일그릇 앞의 오달리스크(1929)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가 그려낸 여인 뒤 배경 속 곡선들에서 특유의 규칙들을 캐치하고 나니, '대충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심플한 여인의 모습과 화려한 장식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매우 '꼼꼼한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컷아웃 기법


 

몸이 좋지 않아 오래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힘들었던 마티스가 편안한 곳에서 종이를 오리며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명한 마티스의 일화이다.

 

<이카루스>부터 눈에 익숙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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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domas 코도마(1943)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강렬한 색채와 뚜렷하지 않은 형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컷아웃 기법의 작품들은 '인상 깊지만 난해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다른 작품들을 여러 개 보고 나니, 그림 안에서 또 그만의 규칙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한 캔버스를 보고) 이 부분이랑 이 부분을 합치면 왠지 하나가 될 것 같아!'

 


The heart 마음 1943.jpg

The heart 마음(1943)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컷아웃 기법이 가장 잘 알려진 <앙리 마티스>의 작업 방식이라서 그런지, 전시회 한편에는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직접 자신만의 컷아웃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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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여 앉아 색종이를 사각사각 오려보니 마치 <이카루스>가 걸려 있는 학원을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다른 문화예술 영역과 협업하던 마티스


 

Section 3~4에서는 마티스가 자신의 캔버스를 넘어 다른 문화예술 영역과 함께 만들어냈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무대 의상과 문학 작품들 속 삽화 작업도 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무대 의상을 만들었던 마티스와 삽화를 그렸던 마티스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엇을 위한 작품인지에 따라 그만의 스타일을 또 한 번 개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레 뤼스 '나이팅 게일의 노래' 고위 관료 의상, 1920.jpg

발레 뤼스 '나이팅 게일의 노래' 고위 관료 의상(1920)

©LES BALLETS DE MONTE-CARLO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 1932.jpg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1932)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문화예술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저 똑같은 스타일대로 무대의상도 만들고 삽화도 작업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저 자신의 캔버스에만 머무는 예술가였을지도 모른다.

 

Section3~4의 작품들에서는 자신의 예술을 녹여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에술 향유의 즐거움을 크게 만들고자 했던 열정이 느껴졌다.

 

 

 

완벽한 조형을 이뤄낸 로사리오 성당


 

Section5에선 마티스의 손길을 거쳐간 로사리오 성당의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사제복을 볼 수 있었다. '성당도 만들었나봐' 하면서 들어간 Section5에서 마티스가 정말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좋아하고 사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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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쨍한 '울트라마린' 색이 마티스와 잘 어울렸다. 컷아웃 기법과 드로잉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곡선의 형태들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애정이 가득차있던 작품들


 

밝고 선명한 색으로 뚜렷한 형태는 알 수 없어도 그의 개성만큼은 잘 드러났던 '컷아웃' 작품들만을 알고 있었던 나는 이번 전시회를 보고 그가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컷아웃 기법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몸이 안 좋은 마티스가 보다 편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그가 얼마나 문화예술을 향한 애정이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현재 상태가 어떠하든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표출하고 싶은 의지가 남달랐던 예술가였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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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뿐만 아니라 무대와 건축물에서까지 느껴졌던 그의 애정이 담긴 손길들을 하나하나 느껴보니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두한 사람만이 이렇게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담아낸 멋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 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 앙리 마티스

 

 

다방면에서 자신의 예술 흔적을 남겼던 마티스의 작품들을 보고나니, 어디가서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기 부끄러워졌다. 나는 내가 얼마나 문화예술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남들에게 드러내며 자부심을 가지느라 급급했을 뿐, 정작 여러 문화예술에 관심을 넓게 가지며 나 자신과 연결시키는 것에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마티스는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을 자랑하고자 하지도 않았고, 문학, 공연, 미술, 건축 등 여러 문화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뽐내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자신의 예술활동을 여러 갈래의 문화예술을 향한 넘치는 애정과 연결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한 요소로 남고자 했다. 다양한 작업 방식을 거치면서.

 

무엇을 위한 작품인가에 따라 색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공통된 마티스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던 <앙리 마티스 특별전>. 마티스처럼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하며 그것에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마음이 나에게도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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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Section5에서 촬영은 가능하며, 전시회를 나오면 포토존도 소소하게 있다.

 

 

++
앙리 마티스
(Henri Emile BenoIt Matisse, 1869–1954)
 
강렬한 색채의 '야수파'의 대표적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일컬어진다.
 
1869년 프랑스 북부 캄브레시 출생 후 스무살때까지 법률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1892년 파리로 가서 미술을 공부하고 인상파, 세잔, 신인상주의 등을 잇따라 탐구했다. 프랑스 남부로 떠난 그림여행에서 화가 앙드레 드랭과 함께 혁신적인 회화기법을 발전시켰고, 이후 이들은 '야수파'라 불리게 된다.
 
여러 공간표현과 장식적 요소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1932년 이후 평면화와 단순화를 시도했다. '조화, 순수, 평온이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던 그의 그림은 늘 행복을 추구했으며, '심화된 삶의 이미지'였다. 50년 동안 회화, 조각, 드로잉, 그래픽 아트 작품을 제작한 뒤 1954년 니스에서 타계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대표작품으로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화실>, <폴리네시아 하늘>, <수영장>, <이카루스> 등이 있다.
 

*
 
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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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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