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코닥과 라이프를 입다?

카메라와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글 입력 2020.11.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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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에서 신상 아우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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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29CM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견한 일회용 카메라 코너

 

 

 

1. 카메라 브랜드의 확장



지난 씨코드 3화에서 '필름로그의 업사이클링 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글 쓴 이후 필자는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일회용 카메라가 눈에 밟혔다. 알수록 보이는 게 많아지기도 했고, 검색어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카메라 광고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최근 일회용 카메라에 대한 몇 가지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다른 업체에서도 일회용 카메라를 출시하며 종이커버를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를 담아냈다.

 

최근 일회용 카메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는 코닥(Kodak)과 라이브(Life)였다. 일회용 카메라 판매처에는 항상 두 브랜드의 카메라가 있었다. 필름로그 카메라 자판기는 코닥 일회용 카메라, 업사이클링 카메라와 함께 'LIFE'라고 적힌 붉은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했다. 마찬가지로 29CM 오프라인 샵에서도 코닥 카메라와 라이프 일회용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두 브랜드는 일회용 카메라뿐만 아니라 패션까지 진출했다. 라이프 매거진은 로고와 사진을 활용한 후드, 티셔츠, 이어폰 케이스를 출시했다. 코닥도 마찬가지였다. 코닥 로고가 그려진 패딩, 아우터 등 각종 의류를 비롯해 카메라 케이스 모양의 가방도 등장했다. 실용적 기능을 잃은 일회용 카메라는 문화상품이 되었고, 문화 브랜드가 된 카메라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까지 뻗어 나갔다. 코닥과 라이프 매거진은 사진가와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뉴트로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의 브랜드로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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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의 오프라인 매장, 라이프의 팝업스토어

 

 

 

2. 패션은 국산이지만 브랜드는 수입입니다.


 

카메라와 매거진 브랜드가 패션으로 확장된 사례는 마케팅 용어로 '카테고리 확장(Category Extension)'이라고 부른다. 카테고리 확장은 브랜드의 확장 유형 중, 모 브랜드의 제품군과 전혀 다른 범주의 제품군으로 확장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래서 코닥과 라이프 매거진의 의류와 잡화들은 전형적인 브랜드의 카테고리 확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사례는 조금 특이하다. 보통 카테고리 확장은 모 브랜드를 가진 본사에서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이지만, 두 브랜드는 패션 잡화를 직접 출시하지 않았다. 코닥의 모회사인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은 2012년 파산보호 신청 이후 인쇄, 제판, 필름 사업만을 운영해 패션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라이프 매거진은 시사 잡지만을 출간해 패션과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하지 않았다. 심지어 라이프 매거진은 2007년 폐간되어 구글의 웹 아카이브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가 접하는 라이프와 코닥 의류는 어디서 왔을까?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코닥과 라이프는 사실 모두 한국 업체다. 국내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수입해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정식 명칭은 각각 '코닥 어패럴(Kodak Apparel)'과 '라이프 아카이브(LIFE Archiv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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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아카이브는 2019년 5월, 국내 패션 기업인 '링크인터내셔널'에 의해 런칭됐다. '탐스', '캐나다구스'를 국내에 들여온 링크인터내셔널은 라이프의 상표권을 취득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라이프 매거진의 정체성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제작했다. 상품은 패션 잡화 너머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됐고, 일회용 카메라는 7차 리오더까지 진행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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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어패럴 또한 라이선스 및 수입 유통 전문 기업 '모던웍스'에 의해 런칭됐다. 과거 '디스커버리'를 라이선스 수입한 경험이 있는 김진용 대표는 코닥 본사와 독점 라이선시 계약을 체결했다. 코닥 어패럴은 브랜드의 로고, 컬러, 필름 태그 등을 활용해 레트로 브랜드를 만들었고, 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코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두 브랜드가 라이프와 코닥을 활용한 최초의 의류는 아니었다. 코닥의 경우, H&M, 아메리칸이글, 아마존, 포에버21과 같은 업체와 콜라보 상품을 내놓았고, 라이프 또한 해외 빈티지 수입 의류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직접 본사와 계약해 정식 라이선스를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이 두 브랜드의 의의다.

 



3. 브랜드 수입의 유구한(?) 역사


 

코닥과 라이프처럼 이종 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브랜드로 확장한 방식을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라고 부른다. 국내의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는 해외 브랜드의 이미지를 활용한 패션 제품을 제작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게 국산 패션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익숙한 해외 브랜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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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패딩으로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은 한국의 패션 기업 'F&F'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탄생한 브랜드다. 해당 브랜드는 해외 판매권이 없는 내수용 브랜드로, 순수 국내산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National Geographic Apparel)'은 국내 기업인 '더네이처홀딩스'와 디즈니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탄생했고,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 MLB(Major League Baseball)도 마찬가지로 F&F의 비페션 라이선스 브랜드다.

 

국내에서 해외 브랜드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신규 브랜드보다 시장진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코닥 어패럴과 라이프 아카이브는 브랜드의 레트로한 이미지를 활용했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다큐멘터리 채널의 레저 이미지를 활용했다. 비패션 라이선스는 해외 브랜드의 역사와 이국적인 이미지까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의 사례를 거슬러 올라가면, 추억의 '이태리 타월'을 이야기 할 수 있다. 1967년 부산에서 탄생한 때밀이 수건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원단을 사용해 '이태리 타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때밀이 수건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모직, 섬유 산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제품 흥행에 일조했다. 이처럼 이국적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딩은 오래전부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해외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높은 로열티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한다는 점, 해외 브랜드의 유명세에 가려 상품의 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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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비패션 라이선스는 브랜딩의 고도화와 함께 변화했다. 단순한 '상표 붙이기'가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현한 상품을 출시하며,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Inspired by LIFE' 브랜드 토크를 진행했다. 또한, 코닥 어패럴은 단편영화 플랫폼 씨네허브와 함께 '코닥 어패럴 단편 영화제'를 개최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보존한 두 브랜드는 과거의 문화예술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질 수도 있는 필름과 흑백사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코닥과 라이프는 뉴트로 트렌드를 따라간 패션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 속에 카메라와 사진을 좀 더 채워넣은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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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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