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코드] 수상한 자판기 - 필름로그 x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글 입력 2020.10.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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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은 정말 일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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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름로그 업사이클링 카메라



일회용 카메라가 돌아왔다. 디지털카메라의 발전으로 사양산업이 된 필름 카메라는 시간이 흘러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목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제한된 횟수, 불안정한 촬영, 낮은 화질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 필름 카메라를 찾았다.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무게를 가진 일회용 카메라는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코닥(Kodak)의 ‘펀세이버’, 후지(Fuji Film)의 ‘퀵 스냅’과 같은 제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일회용 카메라는 환경적 리스크가 있었다. 일회용 카메라는 현상소에서 필름이 제거되면 나머지 부품과 함께 버려졌다. 필름과 배터리 이외의 부품들은 새 상품과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으로 소모됐다. 또한, 카메라의 플라스틱 바디는 친환경적이지 못하며, 복잡한 구조는 분리수거로 버리기도 어려웠다. 일회용 카메라는 매력적인 트렌드였지만, 환경적 트렌드에 역행하는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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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그(Filmlog) 현상소는 일회용 카메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카메라를 제작한다. ‘일회용 카메라는 다회용이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This is NOT a single use camera”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목표로 업사이클링 카메라를 출시했다. 코닥의 ‘펀세이버’ 바디와 ‘울트라맥스400’ 필름을 결합한 카메라는 현상소에서 버려지는 부품을 이용해 제작되었다.


필름로그 업사이클링 카메라는 재활용 과정까지 고려했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업사이클 된 카메라가 다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필름의 현상, 스캔, 인화 과정을 직접 담당했다. 카메라를 구입한 소비자는 추가적인 비용과 배송비 없이 필름을 현상할 수 있었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카메라 판매의 이윤을 줄이고 업사이클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했다. 필름로그는 카메라를 통해 재활용 과정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업사이클링을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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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카메라는 자판기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판매된다. 필름자판기는 제주도 ‘책방무사’, 원주 ‘뮤지엄산’, 순천 ‘책방심다’ 등 지방에 설치되기도 하며, 대구 ‘매그넘 인 파리’ 전시장 입구, 서울 예술의전당 아트샵 등 문화예술 시설에도 설치됐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카메라 또한 배송비 없이 필름 현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필름자판기는 필름로그 현상소의 ‘드롭 포인트(drop point)’역할으로 지역의 필름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며 업사이클링 문화를 전파한다.

 

 
“This is NOT a single use camera, any more”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은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문제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업사이클링 카메라로 가치를 전파한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일회용을 지속 가능성으로 변화시키며, 각지의 자판기로 지역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지속 가능성을 탐구한다.

 

 

 

2. 필름로그 x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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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그의 지속 가능성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지난 9월, 필름로그의 자판기가 서교동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 설치됐다. 레이블과 현상소의 조합은 흔치 않지만, 두 회사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해 필름자판기를 설치했다. 지속 가능성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음악, 놀이와 결합됐다. 필름로그의 ‘Not single camera’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Not single music’, ‘Not single play’로 확장되며 문화예술, 특히 음악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인디, 언더그라운드 씬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담론을 오랫동안 다뤄왔다. 음악의 지속 가능성은 상업성과 거리가 먼 아티스트도 예술적으로 인정받고, 음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붕가붕가레코드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모토로 사업을 펼쳤으며, 아티스트, 공연장, 플랫폼 등 다양한 주체들도 음악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다.


음악의 지속 가능성은 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았다. 음악의 대부분이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는 환경에서 음악은 일회성 소비에 가까워졌다. 최근 리서치 기업 알파데이터(Alpha Data)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음악을 제공한 160만 명의 아티스트 중 상위 16,000명이 전체 스트리밍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롱테일 효과를 쉽게 기대할 수 없으며, 하위 99퍼센트의 경쟁이 더욱 치열함을 의미한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무한히 경쟁하는 상황은 소모적이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거대해진 스트리밍 산업에서 플랫폼 유지를 위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음악산업에서 전례없이 막대하다. 끝없는 경쟁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 음악 감상이 점점 일회성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Not single play’라는 담론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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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의 일회용 카메라는 지속 가능한 음악이자 지속 가능한 놀이다. 서교동의 필름자판기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디자인한 일회용 카메라를 판매한다. 레이블의 카메라를 구매한 사용자는 음악과 공연이 아닌 사진 촬영을 통해 아티스트를 즐길 수 있으며, 업사이클링을 통해 문화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동참할 수 있다. 가벼운 일회용 카메라는 환경적, 문화적 지속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안이다.


필름로그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지속 가능성으로 함께했다. 지속 가능성은 환경과 문화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담론이다. 모든 것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 작동하던 우리에게 지속가능성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을 일회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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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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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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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
    • 문화 예술이면 그저 고정 관념적으로 기억하는 문화 예술이나 그 장르에 대한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씨코드를 통해서 문화예술계에 일어나는 새로운 시도들을 잘 살펴보고 있어요. 늘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수상한 자판기> 기사는 레이블과 현상소의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일회용 필름카메라가 찾아가고자 하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음악계의 지속 가능성이 맞닿는 지점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던 기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접점이, 인디음악이면 인디음악, 카메라면 카메라로 나누어져 있던 담론이 만나 일어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것이란 점에서, 오늘날의 주요한 담론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필름카메라를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기사를 읽으면서 실제로 홍대에 갈 일이 생기면 자판기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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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melo
    • 2020.11.04 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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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씨코드를 쓰면서 새로운 변화와 접점을 찾아내려 노력하고있어요. 문화는 계속 변화하고, 확장되거나 연결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의 기준은 과거엔 ‘브랜드’와 ‘커피맛’이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커피맛+인테리어 컨셉 +음악+소품디자인’으로 다변화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조합에는 일정한 규칙성을 가진 유행으로 흐르기도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를 소비하는 모습은 단편적인 기준에서 다면적인 기준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해석하는 것이 제가 씨코드를 연재하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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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까쯐
    • 환경과 지속가능성이 문화가 되면 정말 좋겠다고 종종 생각하는데요. <수상한 자판기>가 그런 시도인 것 같아 너무 흥미로워요. 담론들을 놀이로 잘 풀어냈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에디터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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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melo
    • 2020.11.04 16: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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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까쯐현대 인문학, 예술계에서 ‘탈인간중심주의’는 중요한 담론입니다. 미래를 위해서 당연히 가져야할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사상을 기반으로 표현되는 작품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특히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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