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순리를 담은 마티스의 작품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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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이미지

 


앙리 마티스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화가이다.

 

마티스의 작품은 밝은 분위기와 간단한 선, 장식적인 이미지로 인해 특히 인테리어 액자로 많이 쓰인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 3시쯤 전시 관람을 하러 갔는데, 사람들이 매우 많아 한 시간 동안 기다려서 들어가야 했다. 느긋하게 전시 관람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인파가 조금 빠지는 6시 즈음에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다리는 동안 전시장 바로 옆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는데, 컵 홀더가 마티스 드로잉으로 꾸며져 있어서 깜짝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혹은 전시장에서 나와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마티스의 드로잉 한 점을 손 안에 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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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옆 카페의 컵 홀더

 

 

전시는 총 다섯 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SECTION 1은 마티스가 1920년대 초에 작업하였던 오달리스크 드로잉을 소개하고 있으며, SECTION 2는 그가 말년에 개발한 기법인 컷아웃 기법과 <재즈>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SECTION 3은 1919년 <나이팅게일의 노래>라는 발레 공연의 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한 것을 전시하고 있으며, SECTION 4는 시 잡지에 실린 삽화 드로잉, SECTION 5는 그의 손길이 닿은 로사리오 성당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인생의 순리를 담은 컷아웃 기법


 

다섯가지 섹션의 작품 중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작품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말년에 나이가 들어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앙리 마티스는 조수의 도움을 받아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섬세한 밑그림도 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과슈를 칠한 색 종이를 오린 후, 그것을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캔버스에 못과 핀으로 배열해 보며 구도를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배치가 완성된 작품을 판화로 다시 만들어 작품을 완성했다.


SECTION 2의 입구에는 마티스가 컷아웃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커다란 가위로 종이를 서걱서걱 자르는 모습이 어린아이가 자신의 손보다 큰 가위를 들고 색종이를 자르는 것과 겹쳐 보였다. 그것을 보고 컷아웃 기법은 인생의 순리를 담고 있는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나중에는 아이의 모습이 되어 세상을 뜨게 된다. 생각해 보면 꼭 벤자민 버튼 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아이로 죽는다. 아이는 때로 순수함과 뛰어난 창의력으로 어른보다 더 현명한 답을 내릴 때가 있고, 노인은 때로 아이보다 더 유치해지기도 하며 신생아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될 때도 있다.

 

나이가 들어 붓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진 앙리 마티스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며 다시금 아이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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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가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 (출처: 마이아트 뮤지엄)

 

 

 

자신의 작품을 덕질하는 마티스



전시를 감상하며 ‘앙리 마티스 이 사람, 참 자신의 작품에 애정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작품을 카펫으로도 만들어 보고, 작업실 벽면을 가득 채워 모델을 그릴 때 무대배경처럼 설치도 해 보고,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도 만들고 옷도 만들어보는 것이 마치 요즘 아이돌 팬들이 굿즈를 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작품을 덕질(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향유하는 것을 뜻함)하고 그 덕질한 것이 다시 작품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마티스가 현재까지 살아 있어서 오늘의 전시를 보았다면 옆의 카페에서 나눠주는 홀더를 수집하기 위해 음료 한 잔을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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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의 해변과 아이스크림 이미지

 

 

2년 전, 니스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때는 9월 말, 여름의 색은 아직 남아 있지만, 온도는 가을로 변해가여 약간 선선해지기 시작한 날씨였다. 당시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원래 그 시기 니스의 날씨가 그런 건지 체류하는 1주일 동안 단 한 번도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가 없었다.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땐 바다색이 물감을 풀은 듯 너무나도 쨍한 파란색이라 놀라웠다. 해변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판대에서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골라 파란색 벤치에 앉아 먹었다. 마티스의 작품은 딱 이런 느낌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너무나도 선명한 푸른색의 바다 앞에서 따스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 마티스가 어째서 니스에서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내었는지 이해가 갔다.


전시장의 출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 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마티스의 소망은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에게 제대로 닿은 것 같다. 그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2020년,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편안하고 밝은 기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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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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