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공연의 열기를 느낄 수는 없을까? [공연예술]

글 입력 2020.11.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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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의 민족'이라고 서로를 칭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와 춤, 그리고 공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애정이 k-pop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뮤지컬이나 뮤지컬 영화, 음악 영화가 나오면 대한민국에서 '의외로 흥행'에 성공하고, 내한하는 가수들마다 한국 관객들의 '떼창 문화'에 감동을 받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의 음악과 무대, 그리고 공연을 향한 사랑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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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로 몸이 부딪히는 불편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연장 안에서 밀집된 상태로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공연 문화는 비대면과 거리두기를 지향하게 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잠시 사라지게 되었다.

 

2020년, 자유롭게 이동하고 음식을 섭취하며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취소되었고, 많은 아티스트의 공연들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으며, 음악 방송들은 지금까지도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장비와 무대 세트들은 기존처럼 비용을 들여 준비해도 무관중이나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하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아 공연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연을 사랑하는 팬들 역시 공연 라이브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 결과, 코로나19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 거리두기 공연 좌석, 함성과 떼창은 금지!


 

어느 정도 코로나가 소강세에 접어들고, 적은 인원으로 공연 진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되자, 업계에선 잠시 미뤄두었던 공연들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다만 대규모로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연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에 따라 "띄어앉기" 좌석으로 운영하며 공연 수용 인원을 약 절반으로 줄였다.

 

당연히 마스크는 의무 착용이며, 관객들의 혼란을 막고 스태프들의 편리한 관객 지도를 위해 무조건 지정 좌석제로 운영하고, 몇몇 공연은 기립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했다. 비말로 감염이 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함성이나 떼창도 금지되었다. 오로지 뜨거운 박수로만 무대에 반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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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콘서트는 어떤 분위기일지, 관객들은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지, 공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닐지 등의 생각을 품고 얼마 전, 밴드 <넬>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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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함성과 떼창을 참아내야 했던 관객들은 박수와 '신나는 제스처'를 최대한 표현하며 공연을 즐겼다. 함성과 떼창이 기본인 '락' 콘서트에서 나를 음소거시킨 상태로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는 것은 꽤나 괴로웠지만, 평소보다 더 힘찬 박수 소리와 몸으로 최대한 노래와의 교감을 이루고자 했던 관객들의 모습은 코로나19의 이전처럼 공연장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완전히 예전처럼 즐길 수는 없었지만, 그 제약 속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했던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노력은 꿈 같은 하루를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2. '드라이브스루' 콘서트


 

비접촉과 라이브 공연을 어떻게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공연 업계는 올해 '드라이브스루' 콘서트와 행사를 많이 진행했다. 넓은 무대 밑 공간에 의자가 아닌 자동차를 둘 수 있는 주차 구역을 만들어, 관객들이 '드라이브' 해서 공연장에 들어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처음 드라이브 콘서트를 시행한다고 했을 땐,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없는 데다, 생소한 공연 방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 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번 드라이브스루 콘서트가 진행되고 나니, 관객들은 그러한 새로운 공연에서도 100% 즐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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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과 슬로건 대신에 자동차를 화려하게 꾸미고, 환호와 떼창 대신에 자동차 클락센을 울리면서 무대에 호응하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드라이브스루 콘서트를 즐기며, 이 콘서트 방식이 향후 코로나19 속에서 진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3. XR, MR 콘서트


 

앞서, 온라인 콘서트의 한계는 일반 오프라인 공연만큼의 제작비를 들여 공연을 준비하고 녹화하지만, 오프라인 공연만큼의 티켓 수익을 낼 수 없어 손해가 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넘어서 3차원을 구현해내는 신기술 'XR'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공연 무대 세트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며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올해 6월, SM엔터테인먼트와 SK텔레콤이 손을 잡고 3D 혼합현실(MR) 공연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최초로 선보였다. 실제 공연 세트 제작과 달리 3D 혼합현실 기술은 한번 모델링 작업을 거치고 나면 창작자가 원하는 대로 쉽게 수정하고, 확장하고, 재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면서 실제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들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온라인 콘서트는 관객들을 무한히 수용할 수 있고, 관객들이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이 적어 더 많은 팬들에게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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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와 SK텔레콤의 성공적인 '혼합현실' 콘서트 이후, 네이버와 MBC가 만들어낸 XR 콘서트, 기억극장이 주최한 XR 콘서트 등 새로운 기술로 온라인 콘서트의 비용적 단점을 보완한 공연들이 제작되어 공연계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XR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은 만큼, 엉성한 구현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유튜브 직캠'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다. 지난 10월 31일 에픽하이와 윤하를 게스트로 섭외하여 XR 콘서트를 개최한 '기억극장'은 허접한 기술 구현으로 가수들과 팬들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공연 현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관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꾸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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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XR과 MR 콘서트는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19 상황과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좋은 추억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앞으로의 방향성...


 

음소거(?) 상태로 거리두기 좌석에서 즐기는 공연, 드라이브스루 콘서트, XR과 MR 콘서트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공연 업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한 대책이 되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이 세 방식 모두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소중한 공연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흥의 민족'인 우리가 다 같이 뛰고, 환호를 하며 즐기는 공연 문화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에 관한 걱정도 있다. 세 방식 모두 '대안'일 뿐, '라이브'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을 완벽하게 즐기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새로운 기술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회복되고, 다시 공연을 마음껏 즐기는 시대가 오면, 이제 거리두기를 하거나 자동차 속에서 무대를 바라보지 않고도 라이브 현장의 열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실제 공연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것과 함께 현재 상황에서 시도했던 여러 신기술들과의 융합을 통한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인원과 공간 제한이 없는)을 또 살린다면, 언택트 문화콘텐츠가 실제 공연과 공존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공존'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이번 상황을 터닝포인트로 잡아, 더욱 풍성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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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에픽하이 타블로 인스타그램 (2019년 콘서트 현장), 본인 촬영 (넬 콘서트 현장), 중계화면 캡처 (레이크 뮤직 페스티벌, XR 라이브 콘서트 on the move, 기억극장)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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