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꿈꾸는 세상 [사람]

나만의 팔레트를 채우자
글 입력 2020.11.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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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묘를 좋아한다. 오직 검은색과 하얀색만이 존재하는.

 

수채화는 글쎄,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 시절 미술학원 숙제를 하기 위해 4B연필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나를 지켜보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세영아, 색깔이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아?” 그 말에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저 검은색과 하얀색만이 있는 단순한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팔레트를 건넸다. 나의 삶에 예쁜 색들을 넣어야 한다며.


세상이 말하는 예쁜 색이 가득한 삶은 어떤 삶일까? 아마도 어디서나 주목받는 개성 있는 삶, 항상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삶,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은 무시당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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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나는 예쁜 색이 가득하지 못한 삶, 즉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라 평범한 성적을 받고 평범한 연애를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애매해, 조금만 더 열심히 해봐”. “왜 너의 한계가 거기까지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넌 할 수 있어.”라며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알고 있다. 그 사람은 아직 자신의 재능과 능력이 뛰어난 곳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은 재촉한다. 너는 낙오자가 되고 싶냐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어둡고 깜깜한 그림자가 되고 싶으냐고 계속해서 되묻는다.

 

이토록 세상은 어디에서나 주목받는 1등을 원한다. 아니, 이제는 1등보다도 매력 있는 사람, 즉 재능도 있으면서 개성도 가진 사람을 원한다. 그런 사람은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가 재능과 개성을 강요당해야 하는 것일까. ‘평범하다’라는 말은 이제 나쁜 말이 되었고, 개성이 없어 주목받지 못하면 탈락하는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이 과연 옳은 것일까?

 

어디에서나 1등은 한 명뿐이다. 누군가가 1등을 하게 되면 다른 이들은 1등이 되지 못한다. 누군가가 주목받으면 다른 이들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는 1등을 하는 사람, 주목받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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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평범한 사람을 거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못났다고 자책해야 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무작정 잘하려다 자칫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우울함에 빠지고 만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바꿔야 한다. 세상이 강요하는 삶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팔레트의 예쁜 색깔을 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연필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가 더 중요하다. 비록 그 과정에서 자신의 그림이 누군가의 그림과 겹친다 한들 무슨 상관일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삶이 아니다. 실패한 삶은 자신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주목하는 삶이다. 그리고 실패한 사회는 사람들이 실패한 삶을 살도록 만드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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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원하는 삶은 ‘나 자신’이 존중받는 삶이고,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을 존중하는 문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리 모두 우리의 삶을 그릴 때 겹칠까, 예쁘지 않을까, 주목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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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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