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음에 관심있습니다. [영화]

무교가 바라보는 죽음
글 입력 2020.11.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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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의에서 현직 기자가 한 이야기가 있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관련된 단어를 쓰면 안 됩니다”

 

‘슬프다, 화난다, 행복하다’ 등의 단어가 아닌 상황이나 상태 묘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슬프다” 대신 “머리가 멍해졌고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라는 표현이 독자의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글은 감정을 직설적으로 배설하는 글이 되겠다.


죽음에 관심이 있다. 나는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한 사람이다. ‘돈 없이 여행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 하나로 다음날 무전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죽음은 경험해볼 수 없다.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리뷰도 없어서 (간혹 죽다 살아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본 적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그야말로 무지의 상태다. 그래서 더더욱 이 단어를 떠올리면 궁금하기도, 먹먹하기도, 경험은 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잡이로 올라온다.


최근, 가족 중 한 분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다. 소식을 듣고, 말 그대로 슬프고 화나고 예민해졌다. 믿지도 않는 신까지 원망했다. 왜 인간의 수명을 동일하게 설계하지 않았는지, 왜 삶의 결말을 죽음이라는 스토리로 완성했는지. 무슨 일을 해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 그만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눈앞에 놓인 죽음을 보고 감정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맞이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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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오리진스>의 핵심 ‘눈’ (출처 : 왓챠)


 

(*결말을 포함하지 않은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감정과잉을 털어내고자 죽음에 관한 영화를 봤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과학과 엮은 영화 <아이 오리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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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이자 과학자 이언 (출처 : 왓챠)


 

주인공 이언. 그는 눈(eyes)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시력은 진화했다’라는 가설을 입증하여 진화론을 설명하려 한다. 인간은 지문처럼 고유한 눈을 가지고 있기에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의 눈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당연히 종교, 운명, 우연, 영혼 등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믿지 않는다.

 

어느 날, 그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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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과 반대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소피 (출처 : 왓챠)


 

그가 사랑하는 소피. 이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신과 영혼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둘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린다. 하지만 반대급부의 성향으로 빠르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행복의 유효기간은 짧았고, 소피는 엘리베이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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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 패턴이 동일한 사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출처 : 왓챠)


 

7년 후, 이언은 본인 아이의 홍채가, 3개 월 전에 죽은 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과학적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때, 세상을 떠난 소피의 홍채 패턴과 같은 사람이 인도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인도로 떠난다. 마침내 찾은 아이. 그의 눈은 소피와 닮아있다. 이언은 세 가지 그림을 놓고 아이에게 직관적으로 선택하라고 한다. 그림 중 하나는 소피가 생전에 좋아했던 물건, 사람 등이다. 아이는 하나씩 선택해가기 시작한다.


결말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아주 큰 스포일러이자 여운이 많이 남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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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이 카메라에 담은 소피의 눈 (출처 : 왓챠)


 

인간은 윤회할까. 환생할까. 다른 세계에서 영생할까. 아니면 無(무)의 상태로 돌아갈까. 영화는 윤회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지만 단정 짓지 않는다.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한 감정의 홍수에서 첨벙대는 것을 멈췄다. 지금으로써는 모든 인간이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순간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내 힘으로 멈출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용쓰고 감정소모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대신 가족에게 전화 한 번, 문자 한 통 그리고 남은 자는 일상처럼 살아가야 하므로 내 삶을 열심히 일구어나가는 것이 답인 듯하다. 슬프고, 아프고, 눈물 나는 것은 사실이다.


기자가 이야기했던 ‘글팁’을 어겼다. 하지만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영화 <아이 오리진스>를 보고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죽음에 대해 사유해보는 것도 좋겠다. 죽음에 대한 호기심에 시청했지만, 내 삶과 사랑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려주는 영화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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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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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인서맘
    •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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