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마지막까지 버릴 장면이 없다. - 안티고네

글 입력 2020.11.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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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의 마지막까지 버릴 장면이 없다.

안티고네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안티고네의 눈빛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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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감독 : 소피 데라스페

출연 : 나에마 리치, 라와드 엘-제인, 앙투안느 데로쉬에

개봉 : 2020. 11. 19.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안티고네를 현대에서 다시 마주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안티고네는 '가족애'의 상징이다.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형제의 장례를 치러주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캐릭터다. 자신의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현대에 재조명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가족애'에 집중한 영화일까?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안티고네도 단순히 가족애의 상징이라고만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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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안티고네'는 이민자로 캐나다에 살고 있는 모범생이자 네 남매 중 막내딸이다.

 

어느 날, 둘째 오빠 폴리네이케스를 경찰이 잡으려 출동한다. 그를 보고 있던 첫째 오빠 에테오 클레스가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총을 꺼내는 것으로 오인한 경찰의 총에 죽고 만다. 그에 분노한 폴리네이케스는 형을 죽인 경찰을 폭행하고, 그에 추방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이에 추방을 막기 위해 안티고네는 자신은 미성년자에 전과도 없으니 폴리네이케스의 탈옥을 돕고 대신 잡혀 감옥에 들어간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가족을 위한 안티고네의 선택과 붙어있음과 동시에, 이민자로서 겪는 차별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얻는다. 물론 안티고네의 오빠들은 갱단에서 활동해온 범죄자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러한 삶을 선택하게 된 것에 이민자로서 받아야 하는 차별과 전혀 연관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안티고네는 단순히 가족애의 상징이 아니라, 저항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신화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안티고네는 자신의 오빠가 받는 처벌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게 된 것이다. 그 방법이 그녀의 삶을 갉아먹더라도 말이다.

 

영화 '안티고네'가 단순히 가족애로 모든 이야기를 정의하고 그 이유를 가족애로 만들었다면, 지나치게 감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민자로서,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자신의 오빠를 잃은 동생으로서, 가족애와 동시에 안티고네는 사회 자체에 의문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 역시 단순한 사연을 넘어서, 그녀를 저항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생각하기에 붉은색으로 그녀를 지지함을 표현한다.

 

안티고네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사회의 여론이 뒤바뀌는 장면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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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SNS 연출과 마지막 장면 속 안티고네의 눈빛



같이 영화를 보고 나온 언니의 첫 마디는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다.'였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끝까지 영화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 외로 사용되는 불필요한 장면이 없었다. 특히 연출이 빛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주제로 무거워지거나 우울해질 수 있는 부분을 채워준 것은 '연출'이었다.

 

죽은 첫째 오빠 에테오 클레스의 죽음과 함께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처럼 편집된 장면, 안티고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던 SNS 몽타주, 그리고 변화한 사람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SNS 속 챌린지 몽타주까지.

 

장례식, 사회의 프레임, 저항의식 등, 어쩌면 무겁게 다뤄질 것 같은 이야기를 유튜브와 함께 등장하는 힙합 음악으로 표현한 점, SNS 챌린지와 같이 이제 사람들의 표현 창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연대의 새로운 방식을 몽타주로 표현한 점, 본 영화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연출이었다.

 

또한 안티고네 배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들까지. 그리고 마지막 장면 속 안티고네의 눈빛은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되었다.

 

들려오는 휘슬 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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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왜 현대에 해야 했을까? 현대에 안티고네의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영화를 보며 채워내는 시간이었다.

 

현대에도 안티고네의 선택과 같은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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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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