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몸과 마음 내려놓기, 그리고 숨겨왔던 고백

당신이 이 글을 통해 저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입력 2020.11.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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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는 손님의 방문을 거절하는 방법


 

집안에 갇혀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 조그만 방안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무력감이 저절로 찾아온다. 원하지 않는 손님이 시시때때로 내 방문을 두드리는 건 참으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바깥 공기라도 머금기 위해 창문을 열어봐도 갑갑함이 해소되지 않는다. 이는 나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이럴 때 내가 취한 해결책은 조그만 전자기기를 통해 드넓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친한 친구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구독한 페이지를 둘러보고, 소소한 기쁨을 주는 영상을 시청하고 나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왠지 모를 만족감. 이러한 만족감에 무언가를 끝마쳤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이토록 단순한 방법을 통해 나의 무력감을 지워나갔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찾아온 후에는 달랐다. 갇혀있는 생활의 반복으로 보고 싶지 않던 손님이 계속 나를 찾아왔다. 온종일 핸드폰과 함께하니 싫증이 났다. 오히려 자꾸 손에 잡히는 이 물체를 집어 던지고 싶어졌다. 이제 이 방법도 한계점에 다다른 거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은 무력감을 생성했다. 일과 휴식의 반복, 재미라곤 느낄 틈도 없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로 꽉 채운 일정을 짜냈다. “진정으로 원하는 걸 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거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던 찰나,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거울 속의 나는 하나도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힘들고 지쳐 보이는 한 사람이 앞에 있었다. 잠깐의 여유가 찾아올 때마저 공허함이 차올랐다. 마치 빛이 보이지 않는 동굴을 혼자 헤쳐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동굴 속에 갇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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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에겐 휴식이 절실했다.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무력감을 없애려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 했다. 자꾸만 뭐라도 해야 한다고 속삭이는 알 수 없는 목소리, 이에 이끌려 나를 더 깊은 심연으로 집어넣은 거였다.

 

나는 수면으로 올라오기 위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흘려보냈다. 아예 머릿속에 자리 잡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저절로 차올랐다. 이로써 나는 그 손님을 완전히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은 말이죠


 

사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없었다. 글을 쓰는 건 그저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작업에 가까웠다. 더욱이 글보단 말로 표현하는 걸 선호했다. 어딜 가나 상대방에게 먼저 말을 건넸고, 대화를 이끌어갔다.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 꽤 흥미로웠다. 이 때문에 문자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만남을 즐겼다.

 

그러나 말에는 큰 단점이 있었다. 바로 기록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때그때 마다 기억을 꺼내는 건 참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문화예술에 깊은 애정을 가진 내게 지인들이 특정 작품에 관해 물어보면, “괜찮더라.” 혹은 “별로야.” 정도밖에 답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깊이 파고들 수 없던 거다.

 

정말로 사랑하는 작품을 이토록 단순하게 표현한다는 건 지나치게 아쉬운 일이었다. 그만의 뛰어난 작품성과 가치를 잃어버리는 듯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록하는 습관을 갖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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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지닐 수 있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글쓰기, 그 실상은 정반대였다. 단지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옮기는 과정에 불과했다. 어째서 이리 안일하게 굴었던 걸까? 나의 언어가 세상에 전달됨으로써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터인데 말이다. 매번 색다른 주제를 다루는 건 꽤 흥미로웠고, 차근차근 쌓인 목록은 보는 것 자체로 뿌듯함을 주었다.

   

그동안 기고해 온 글을 보면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과 감정으로 이 글을 썼는지가 떠오른다. 무수히 많은 글자가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구석구석 흩어진 나라는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글 안에 내가 녹아있었으니. 이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로써 나는 글의 가치를 깨달았다. 동시에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떠한 콘텐츠에 관한 정보를 얻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기고함으로써 그와 친구가 되었다. 몇 개월간 글을 쓰다 보니 정말로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내 안에 각기 다른 무언가를 심어주었다. 이들을 소개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건네면, 그중 몇몇이 답변을 건넸다. 모니터 너머의 그들과 가까이 마주하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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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역시 나의 친구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를 소개해보자면, 글쓰기에 흥미를 붙여준 친구랄까?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뒤, 그는 내게 물었다. “어때, 생각보다 괜찮았지?” 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훨씬”. 이에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혼자만 간직했던 고백을 털어놓음으로써 나는 글과 더 가까워지려 한다. 무엇보다 가장 솔직하게 써 내린 이 글을 보며 나라는 사람이 투영되어 보인다면, 그만큼이나 기쁜 일도 없을 거다. 모니터 너머의 그들이 살짝이라도 웃음 짓길 바라며 또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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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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