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음악]

글 입력 2020.10.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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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추워지는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걸까. 요즘 들어 우울을 느끼고 공상에 잠기는 순간이 많다.

 

평소에도 뭔가 다운되고 지치는 느낌을 꽤 받는 편이라, 지금 작업하는 시나리오가 잘 안 써져서, 예술이라는, 하나의 정답이 없는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넘겼지만 최근 부쩍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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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대로 가다간 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상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답답함을 느끼거나 멍한 상태로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만 뜬 채로 누워 있거나. 한 번 시작되면 끝없이 가라앉는 알 수 없는 상태가 내 속에서 지속되지 않도록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들인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듣는 것.

 

새벽 3시에 잠이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고, 긴장이 미처 다 풀리지 않은 내 몸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시간을 요즘 꼭 가진다. 거의 매일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똑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오늘도 잘 깨어났구나, 밖으로 나가볼까 등, 음악을 듣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들을 한다.

 

가사를 들으며, 눈을 감고 멜로디를 감상하며 ‘그저 침대에 누워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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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래를 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일 똑같은 순서로, 동일한 음악을 듣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말을 건네는 듯한 목소리, 그곳에서 흘러 나오는 묘한 느낌의 문장, 그리고 동반되는 조곤조곤한 거슬리지 않는 소리가 내 마음에 한꺼번에 크게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사실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감정 경험을 하더라도 나와 상반되는 취향을 가졌다면, 어떠한 공감이나 위로를 받지 못하거니와 음악이 감각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만, 오늘은 그래도 내가 매일 듣는, 어느덧 나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는 음악들을 작게라도 한 번 소개해보고 싶다.

 

 


1. 백아 <징검다리>


 


 

개인적으로 자주 가는 상수동 카페에서 처음 백아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어떤 기교나 꾸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코드를 쓰는 것 같지도 않는데 음악이 너무 좋았기에. 처음 그녀를 맞닥뜨린 후로, 난 백아의 팬이 되었고 꾸준하게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징검다리>

 

‘파도 같았던 물살에 못 이겨’ ‘지나온 걸음들에 멈추지 말아라’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달래주는 것 같은 문장을 찬찬하게, 담백하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와 그 아래 깔린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피아노 소리는 잠에서 막 깨어난 순간의 나를 크게 위로한다.

 

 

 

2. 김훨 <뭍으로>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보러 갔다가 발견한 보석 같은 아티스트, 김훨.

 

당시 ‘은’ 이라는 노래로 은상을 받기도 했다. 대상을 받은 곡도 너무 좋았지만, 실제 공연을 관람하며 가장 좋다고 느낀 음악이 ‘은’이 었기에, 대회가 끝난 뒤에도 그녀의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싶다 생각했다.


이후 그녀가 ‘김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한다는 소식을 듣고 꾸준히 음악을 듣고 있다. 사실 김훨의 곡은 개인적으로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명곡이라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뭍으로>를 가장 좋아하고 또 많이 듣는다.


‘뭍으로 나가면 제일 먼저 차가운 물 다 씻어내고’ ‘아름다웠던 따스한 빛 온 몸으로 받아내야지’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질 뻔했던,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문장과 이를 담담하게, 뭔가 처연하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불안이 아닌 차분이 함께하는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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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 속에 잠기지 않고 뭍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김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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