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언택트 시대, 누구나 무기력하다

글 입력 2020.10.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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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금처럼 무기력한 적이 없다.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다. 여유만 있으면 여행을 다녔다. 그 무엇보다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삶은 지옥과도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임에도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그 무엇보다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모두가 그렇듯이 지금에야 이 삶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더군다나 나는 지난겨울까지 군인이었다. 재작년 봄부터, 나는 다시 자유로이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날만 기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전역 후 날 맞이하고 있던 것은 전 세계를 뒤엎어 놓은 신종 바이러스와 거리 두기로 인한 제한적인 일상생활뿐이었다.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하던 지난날이 그리워졌다. 특히 공연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본 지도 굉장히 오래되었다. 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역시 영상은 영상일 뿐이었다. 이때 굉장히 많이 고민해 본 것이 라이브가 가진 특수성이다. 라이브 공연만이 가진 성격을 개인 방역 수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실행에 옮겨본다면 그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이브 공연은 일시적이다. 날짜와 시간, 장소가 정해지고 그 때에 맞춰 공연이 한 번 진행된다면, 라이브 공연은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나만의 법칙을 만들었다.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일요일 오후 여덟 시 등 날짜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는 어떤 일정도 계획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연 영상이 나오는 화면과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한 번 본 영상은 최대한 다시 보지 않으려 했다. 이 정도만으로 공연장의 열기를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공연이 나에게 주었던 설렘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언택트 시대에 맞춰진 온라인 공연이 등장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이 이전의 공연 문화를 대체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이전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를 열망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아무도 손쓸 수 없는 바이러스가 일파만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온라인 공연과 드라마 촬영 등 언택트 문화예술을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관계자들, 나아가 방역의 최전선에서 피땀 흘려 고군분투 중인 모든 분을 생각하면 이렇게나마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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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앉아있는 이 곳은, 평소에는 그저 책상이지만

야구 중계방송을 보고있는 지금만큼은 야구장이다.

음악방송을 볼 때만큼은 공연장이다.

 

 

그래서 무기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 수칙 준수만이 내가 이 상황에 도움을 주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고, 그래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무기력하지는 않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많다.

 

무기력을 극복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슬픔과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행복과 즐거움만 감정이고 무기력과 슬픔은 감정이 아닌 것인가? 왜 우리는 행복과 즐거움을 당연히 좇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무기력과 슬픔은 극복하려 하는 것인가?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무기력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픈 것은 당연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힘든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슬펐던 적이 있고, 힘들었던 적이 있다. 반대로, 무언가로 인해 기뻤던 적이 있고 즐거웠던 적도 있다.

 

이 모든 감정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주 글을 기고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는데, 즐겁고 뿌듯할 때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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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힘들고, 슬프고, 무기력할 수 있다. 하지만 기쁘고,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지금 당장이 무기력할지라도, 조만간 찾아올 좋은 감정을 기다릴 줄 알고, 그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은 당연하게 여겨야 할 필요가 있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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