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세상은 SNS 화면보다 커 - 페뷸러스

글 입력 2020.10.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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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되길 원한다.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나 자신을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삶.

 

성공하면 한번쯤 연예인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뒤흔든다. 하지만 그 삶은 정말 댓가 없이 존재하는 것일까? 영화 <페뷸러스>는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SNS의 이면과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간다.

 

팔로워 2만명이 되면 매체에서 작가로 일할 수 있다고 제안 받은 로리, 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정식 단원이 되길 꿈꾸는 페미니스트 엘리, 코스메틱 업계의 유명 인플루언서 클라라. 사실 줄거리는 아주 뻔할지 모른다. 캐릭터 일람만 놓고 봐도 상상이 된다.

 

클라라와 만난 로리가 인플루언서로 데뷔하지만, 오직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는 허울뿐인 삶 속에서 온갖 이슈로 고통받으며 우정의 힘으로 다시 보통의 일상여 회귀하는 내용이다. 이토록 뻔하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SNS에 전시되는 삶에 어떤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고찰.

 

물론 소셜 네트워크의 순기능도 분명히 존재하나 한번쯤 사진을 올려 본 이는 알 것이다. 더 나은 삶으로 포장되기 위한 가공, 이후 올라올 타인의 반응에 대한 기대, 넷상의 프로필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노력 모두 아주 피로한 일이라는 것을.

 

영혼 없이 전시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빈 껍질같은 나를 견디고 끝없는 외로움까지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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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자국 나아가, 영화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극도로 상반된 무드로 읽어낼 수 있다. 우정의 소중함을 유쾌하게 보여준 영화로 아주 가볍게 즐길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여성 문제와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짚는다면 이야기할 거리가 더욱 많아진다. 이미지가 지배하는 SNS 특성상 외모지상주와 여성 상품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고, 외모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여성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같은 주제 의식은 페미니스트로 등장하는 엘리를 통해 풀어나간다. 그녀의 언행과 삶의 방식이 꽤나 파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가 시사적인 메세지로 여겨져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페미니즘을 억지로 엮어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페미니즘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일 뿐이다.

 

클라라는 화장품 회사와 협업해 자신을 치장하고 화려한 일상을 전시하며 살아갔다. 협찬받은 제품을 화사한 얼굴로 맞이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지만 화면 밖에서 그녀는 그저 소중하다 외치던 제품을 한번 찍고 버리거나, 잘 차려진 한 상을 먹는 척 하고 내려놓으며, 남자친구의 바람에 홀로 외로워할 뿐이었다. 화면 속의 그녀는 웃고 있었으나 그 밖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그랬던 클라라가 로리와 엘리를 만나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드러내며 자유를 외치게 되기까지. 클라라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긴 과정에서 영화가 페미니스트인 엘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자신과 동거하던 로리가 클라라와 친해지며 SNS에 빠져들어도, 점차 인기에만 목매며 스스로를 성 상품화하더라도, 엘리는 그녀를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킨다. 그 속에서 로리와 클라라가 우정을 배우게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작 조그만 화면 속에 담기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크다. 그 화면에 삶을 욱여넣으려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진정으로 행복하길 원한다면 보여지는 내가 아닌 보이지 않는 나의 모습을 바라봐야 할 일이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잊고 지내기 쉬운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다.

 

 

*
 
페뷸러스
- 2020 어썸 우먼 무비 -
  
 
감독 : 멜라니 샤르본느
 

출연

줄리엣 고셀린

노에미 오파렐

모우니아 자흐잠

 

장르 : 코미디
 
개봉
2020년 11월 0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9분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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