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연극 이론의 큰 축 스타니슬라프스키 [공연예술]

글 입력 2020.10.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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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프스키(1863-1938)는 러시아의 연극 연출가이자 연극 이론가로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이라는 배우 훈련 과정을 체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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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은 배우가 자신이 맡은 배역의 성격을 창조하기 위해 배역의 심리상태를 포착하여 잘 표현해내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작가가 희곡에서 표출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연극의 행동, 사고, 묘사가 유기적으로 관련되어야 하며 배우는 ‘일관된 흐름’을 통해 전체적인 연극에 기여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신체적 묘사, 외적 상태와 배우의 의식 상태인, 내면의 진실을 모두 훈련하여 주제를 형상화하는 것이 시스템의 목적이다. 따라서 배우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성격을 창조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하며 희곡 전체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때 연출가는 이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에서 스타니슬라프스키에 관한 첫 언급은 1926년 김우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연극에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이 유입된 것은 그 이후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홍해성이 ‘쓰끼지 소극장’에서의 공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이 그로 인하여 한국에 소개되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이론을 공부하거나 학습하지 않고 시청각적으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체계적인 시스템의 도입은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면 ‘연기의 이론과 실제’에서 홍해성은 배우들이 연습할 웃음, 울음, 걸음걸이 등의 종류를 제시하고 있다. 당시 배우들의 연기력을 고려하면 행동 모방이 최선의 연습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니슬랍스키가 요구하는 훈련에서 흉내는 모방을 통해 대상과 동화되어 대상의 성격을 표현해내는 데에 있다. 하지만 홍해성은 성격의 창조가 아니라 예시의 연습만을 권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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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김우진 (우) 홍해성

 


스타니슬라프스키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유래한 신파극의 과장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실주의 연극을 추구했고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이었던 탓에 초기에는 이 시스템은 외적 요소를 통한 사실적 표현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배우 훈련을 다룬 『My life in Art』가 1920-1950년 사이에 미국과 일본에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 한국에서의 시스템 이해도 배우에 집중되었다.

 

1950년 이후에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을 알고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스타니슬랍스키에 관한 소개는 단편적인 경우가 많았고, 그 내용도 축약되어 전달되었다. 시스템이 사실주의에만 유효하다는 인식에는 이해랑이 기여한 바가 있다.

 

미국 시찰을 다녀온 이해랑에 의해 소개된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은 한국에서 ‘정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해랑이 경험하고 수용한 시스템은 사실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사실주의에의 지나친 경도의 원인이 되었다. 그가 ‘만약이라는 가정(Magic if)’을 활용하여 배우의 심리적 기제를 강조한 것은 미국식 스타니슬라프스키인 메소드 연기였다. ‘내적 진실의 추구’에 대해서 사실주의와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을 동일시하여 내적 진실이 곧 사실주의 연기라고 생각했다.

 

스타니슬라프스키에 대한 이런 방식의 이해는 오사량이 번역한 『배우수업』에 의해 강화되었다. 1970년에 번역된 『배우수업』은 중역이 지닌 한계로 원서의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지 않고 판본에 신중함이 부족했지만 본격적인 번역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하지만 배우가 실행하는 심리적 기계에 관한 부분만 소개함으로써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이 심리적 훈련으로 완성된 것이라는 오해를 만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실주의가 서구화의 일환으로 이해된 영향과 『배우수업』이 출간된 당시 유행한 텔레비전 연기가 내면연기와 제스처의 활용을 필요로 했다는 점에서 심리적 사실주의 연기 방식이 부동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주장에서 중요한 것은 내면과 외면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심리적 사실주의의 강조는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한 사소한 사실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왜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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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적용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해외 유학파 국내 연극인들의 노력으로 무대 위에서의 목적에 관한 인식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목적에 따른 역할에서 발생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의식이 형성되었다. 이런 식으로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배우자신과 역할의 구분, 연극 전체를 염두에 둔 연기 흐름을 강조하기 시작되었다.

 

이때의 러시아 유학파는 스타니슬라프스키의 후반 작업 즉 ‘에쮸드 Etude’를 중심으로 한 신체 행위 방법론을 소개하였다. 신체를 중심으로 한 연극의 유행은 스타니슬라프스키에 관한 연구를 신체적 행동으로 초점을 두도록 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심리적 연기술이 시스템의 초기이며 신체적 행동 방법론이 최종 단계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선 김방옥, 홍재범의 연구에서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에 관한 종합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타 분야를 활용한 연구와 시대적 맥락을 바탕으로 둔 접근을 통해 이해를 넘은 비판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정리하면, 과거 한국에서는 여러 정치적 사회적 상황으로 인하여 저서를 직역하거나 해당 저작을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시스템에 관한 단편적인 소개와 이해가 오해를 유발했고 자연스레 외형적 사실주의, 심리적 사실주의 등 특정 요소를 강조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저서의 번역이 늘어나고 오역을 교정하려는 노력, 해외 유학을 통한 연극 공부, 국내 연극의 노력 등을 통해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에 관한 이해와 활용은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네임 태그 이승희.jpg

 

 

참고문헌

 

김대현, 「스타니슬랍스키 연구사-국내 스타니슬랍스키 수용, 번역, 연구의 제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연극학』 40호, 2010, 345-400쪽.

남승연, 「스타니슬랍스키 연극론이 한국 근대극 형성에 미친 영향 연구」, 숙명여자대학원, 1995, 13-14쪽.

천효범, 「스타니슬랍스키의 한국유입과정과 인식: 러시아 유학파의 등장 이전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눈문지』 7권 4호,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2013, 23-32쪽

 

 

[이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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