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상은 실현될 수 있는 것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영화]

월터가 보여주는 희망과 소신
글 입력 2020.10.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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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그 음악이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음악이 마음에 들면 그 음악이 나오는 영화도 비슷한 결의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이 영화도 그렇게 보게 된 영화다. Of Monsters And Men이라는 아이슬란드 밴드의 ‘Dirty Paws’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고 미지로 여행을 떠나 모험하는 듯한 두근거리는 느낌이 좋아 ost로 수록된 영화까지 보게 되었고, 과연 내 예상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영화 주인공인 월터는 지금은 폐간된 라이프지에서 16년 동안 잡지에 실릴 사진을 검수하고 현상해온 네거티브 필름 관리자다. 그러나 그 역시 구조조정 위기로 인해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던 그는 마지막 호 발간을 앞두고 표지에 실어야 할 중요한 사진을 잃어버린다. 전설적인 사진가 숀 오코넬이 “삶의 정수를 담아냈다”며 표지에 실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보낸 25번 사진. 월터는 그가 사진을 보내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가 있으리라고 추측되는 그린란드로 떠난다.

 

월터는 딱히 특별한 곳을 가보지도, 특별한 일을 해보지도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의 특기가 있다면 한 가지, 가끔 공상에 빠져 멍을 때리는 것. 상상력이 풍부한 그는 벽에 붙여진 사진 속 숀을 보면서도 그가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상상에 빠지고, 바로 공항으로 달려간다. 그의 용기는 현실을 판타지로 변화시키고,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월터의 여행 과정은 라이프지의 모토를 실천으로 옮긴 것처럼 닮아 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호기심 어린 아이의 눈빛을 가진 그는 자신이 주워들은 단서들을 이정표로 삼아 여행을 계속해나간다. 이 여행이 일을 위한 출장인지 진짜 여행인지 헷갈리는 건 왜일까. 그가 마주하는 광활한 자연의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여행은 월터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 중 밥을 먹기 위해 들린 그린란드의 파파존스는 학생 때 모히칸 머리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 가게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의 스케이트보드를 보고 멋지다며 인형과 교환하는 모습은 아빠와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타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다. 사진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이 되어버린 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온전한 나 자신이 되어 자유롭게 방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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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백미는 월터가 히말라야에서 마침내 숀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에 있다. 희귀한 유령 표범을 찍기 위해 기다리며 그는 말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아름다운 표범이 나타나자 그는 또 말한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 셔터를 누르는 것마저 주저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것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여행에서 돌아온 월터는 사진을 주기 위해 찾아간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직원들을 내쫓은 구조조정 책임자에게 대뜸 묻는다. 회사의 모토를 아느냐고. 잡지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제 자리에서 일해온 그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숀이 말하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그는 25번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이미 이를 알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상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용기? 잘 드러나지 않지만 늘 그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소중함? 나다움에 대한 고민? 아니면 라이프지의 모토처럼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의 중요함? 아니면 해고의 위험에서도 담담한, 너무 담담해서 긍정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월터가 지닌 삶의 태도?

 

나는 소신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사진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회사의 모토에 부합하는 옳은 일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 나서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그의 풍부한 상상력 역시 쓸데없는 공상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이다. 나아가기 위해 힘을 얻고 싶을 때, 월터의 여행기가 나와 당신에게 용기를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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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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