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 위로 [도서]

괜찮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닮아있거든요.
글 입력 2020.10.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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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비 한 마리가 있다.

 

파란 날개를 지닌 이 나비의 이름은 피터. 피터의 이야기는 피터가 반쪽붉은나비를 만나 자신도 반쪽붉은나비가 되고 싶어 하며 시작된다. 반쪽붉은나비는 피터와는 다르게 날개 반쪽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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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날개를 부러워하는 피터에게 반쪽붉은나비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곳에 피어 있는 꽃을 따 먹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피터는 자신 안에 피어 있는 꽃을 먹고 반쪽붉은나비가 되어 자랑스럽게 친구들에게 날아가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후 피터는 키 큰 나무, 오리와 꽃, 표범나비, 전갈, 판다, 산타와 루돌프, 그리고 사마귀와 분홍 나비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피터로부터 우리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툴고 낯선 세상에 떨어져 수레바퀴처럼 반복해 굴러가는 이치를 찾아가는 것 말이다.

 

피터는 보통의 어느 누군가처럼 아름답게 치장하여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높이 올라가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길 바라고, 한편으로는 쉽게 타인을 재단해 평가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며, 나도 모른 새 쥐고 있던 권력을 확인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모종의 이유로 허무하게 이별하며, 때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나를 묶어 맨 관념들을 뒤늦게 알아채기도 한다.

 

모두가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피터도 처음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닫고 성장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야. 나는 피터 이야기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것은 왜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타인에게는 그리도 엄격했나 하는 것이다. 사실은 모두가 서툴렀을 뿐인데, 그렇기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한 칸 두 칸 발전해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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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나중에 먹으려고 숨겨둔 도토리를 까맣게 잊어버리곤 하는 다람쥐를 만났다. 다람쥐는 어차피 잊어버릴 도토리를 계속해서 숨겨두는 일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중엔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얼마든지 있잖아. 우리에게 당장은 무의미한 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고. 우리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야.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말이야."

 

또 피터는 가장 넓은 꽃밭을 차지한 욕심 많기로 소문난 표범나비를 만나 '이중성'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너도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욕심 많은 나비라고 생각하니? 착각하지 마. 너희들 모두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존재의 욕망을 이해할 수 없다면,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존재의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면,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다시 날아가던 피터는 파란 토끼를 만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의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눈이 내리면 나무에 오르는 판다가 눈이 녹아 땅이 보일 때까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절대 내려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피터는 그런 판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토끼는 상처가 만든 판다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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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겨울,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구하러 잠시 판다가 외출한 사이, 눈 위에 찍힌 판다의 발자국을 따라간 자들이 판다의 어린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가버렸다. 판다는 이 사건 이후 발자국만 보면 마음이 아파, 눈이 오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하염없이 세상이 녹기 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피터는 판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다의 눈물을 보고, 또 판다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비로소 판다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들은 꼭 원하는 방식대로만 살 수 없을 때가 있다. 마음만큼은 정말 원하는 대로만 살고 싶지만, 판다처럼 아주 날카롭고, 사나운 것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판다를 보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타인의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지켜보던 사람이라면 피터의 입장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터가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얻은 깨달음과 이치를 피터에게 전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는 다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놓치는 것도, 비어 있는 틈도 많을 것이다. 피터는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사정을 목격하고, 또 그들보다 한 발 늦게 경험하며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빈틈을 조금씩 채워 나간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 왜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매우 다르고 동시에 매우 닮아 있는 우리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나아가 서로를 감싸 안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를 이해해, 너는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너는 괜찮아질 수 있어. 딱 이렇게 말해주는 느낌을 <위로>를 통해 받을 수 있었다.

 

피터의 엄마 나비는 피터에게 말했었다. 세상이 켜놓은 불빛 때문에 별이 멀어진다고. 또 우리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내면이 소란스럽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늘 삶에 대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라고 말이다. 정답과 오답이 판치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도 무언가 존재감 넘치는 전구 빛을 지녀야만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어쩌면 나와 세상에 대해 작고 부드러운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가꾸는 길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벌써, 가을이 다가왔다. 온갖 온라인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며 집 안에서도 편하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사람과 직접 대면하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딱 이럴 때, 그러니까 누군가가 그립고, 이해하고 싶고, 더불어 '나'를 나누고 싶은 순간에 이철환 작가님의 동화 <위로>를 통해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다정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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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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