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로드웨이의 황금기, 그 찬란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다 - 뮤지컬 시리즈 ① [공연예술]

뮤덕의 뮤지컬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글 입력 2020.10.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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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시작하기 앞서


 

뮤지컬 덕후인 나에게 뮤지컬이란 ‘삶의 활력소’와 같다. 아니, 더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은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사회로 나가 뮤지컬 계열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이에 관한 애정은 상당히 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실제로 뮤지컬을 접할 때면 눈이 반짝거리며, 얼굴에 생기가 돋고, 평상시 나오지 않던 표정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무언가에 이토록 깊게 빠져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중학교 때 방학 과제로 보게 되었던 <엘리자벳>이 나의 삶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직도 그때 옥주현 배우가 불렀던 ‘나는 나만의 것’이 귀에 선명하다. 그야말로 소름이 돋았던 순간, 이러한 뮤지컬에 참여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덕후 생활을 이어온 지 7년 차.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게 투성이다. 뮤지컬 관련한 여러 서적을 읽고, 영상을 보고, 정보를 검색해도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이에 관해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내가 다루고 싶던 것들, 오롯이 느낀 것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이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따라서 이렇게 시리즈 물로 찾아오게 되었다. 이 글이 뮤지컬에 관심이나 애정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많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의 교양을 쌓는 시간이라 여기고 즐겁게 읽어주길 바란다.

 

* 이지원 「이 PD의 뮤지컬 쇼쇼」, 정재왈 「뮤지컬을 꿈꾸다」, 이수신, 조용신 「뮤지컬 이야기」를 참고하여 적은 글이다.

 

 

 

뮤지컬의 양대산맥, 미국과 영국


 

뮤지컬이란 현대 음악극의 한 형식으로 연극, 무용, 음악의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공연예술이다. 또한,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면을 지녔기에 대중문화예술 혹은 상업예술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뮤지컬의 기원은 19세기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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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세기에는 귀족들을 위한 예술이 성행했으며, 그에 속하는 게 바로 오페라였다. 이는 귀족문화로 자리 잡아 유럽 전역을 장악했다. 그러다 19세기에 산업 혁명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새로운 지도층들이 등장하면서 그 판도가 뒤집혔다.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예술을 원했고, 이에 등장한 게 뮤지컬이었다.

   

세계적인 뮤지컬 강국인 미국과 영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는 뮤지컬의 메카이자 본고장이다. 이는 장소의 개념이 아닌 뮤지컬 그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엔드 뮤지컬'이라는 용어가 파생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여전히 대표적인 뮤지컬 하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꼽히고 있다. 그만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에 여러 나라의 지침서로 사용되는 듯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앞서 말한 브로드웨이의 ‘황금기’, 그리고 웨스트엔드의 ‘BIG 4’를 통해 두 뮤지컬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번에는 '꿈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 브로드웨이의 황금기'에 관해 다뤄보려 한다. 지금까지 빛나는 뮤지컬을 만든 그때를 말이다.

 

 

 

황금기 시대의 역사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는 1940년대~1960년대를 뜻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으로 늦게 참전한 미국은 승리에 결정적으로 공헌하여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에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였고, 뮤지컬은 이 흐름을 타서 황금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때 만들어진 작품들이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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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를 연 주역은 바로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콤비였다. 그들은 <오클라호마!>(1943) 라는 북 뮤지컬을 통해 2,212회나 달하는 장기공연을 진행하며 순회공연을 떠나는 등 흥행을 거뒀다. *북 뮤지컬 : 뚜렷한 스토리 구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 권의 책처럼 기승전결의 스토리로 진행되는 형식의 뮤지컬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 둘의 작품은 각 요소가 끈끈하게 얽혀있어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아름다움과 신선한 시도로 뮤지컬 플레이(연극적인 뮤지컬)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아내었다. *그들은 클래시컬한 음악 속 당시 유행한 재즈를 반영한 세미-클래식 음악을 선보였다. 또한, 컨트리 음악을 사용하며 ‘아메리칸 포크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황금기의 정점을 찍었다. 재능있는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뮤지컬 계로 뛰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1950년대에는 <아가씨와 건달들> (1950), <왕과 나> (1951) <마이 페어 레이디> (195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 <사운드 오브 뮤직> (1959) 등의 뛰어난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때 장기공연 작이 급증하여 1,000회 이상 공연작이 7편이나 됐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무려 2,717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오클라호마!>의 기록을 깼고, 이로 인해 장기공연 전통이 굳어지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뮤지컬 히트작은 곧바로 영화화되었다. 따라서 <마이 페어 레이디>, <메리 포핀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영화로 나와 주역을 맡은 배우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로큰롤이 대세를 이끌었다. *TV에 등장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로큰롤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후 로큰롤의 다음 단계인 록 음악(젊은 세대의 청춘, 저항성 등을 의미)이 대중음악의 정점을 찍게 되며 60년대까지 그 열풍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뮤지컬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갔다. 1960년대에 나온 <지붕 위의 바이올린> (1964), <맨 오브 라만차> (1965)를 끝으로 뮤지컬의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

 

 

 

황금기의 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는 딱 한 번뿐이었다. 이는 20년 동안 영화, TV, 라디오, 광고, 음반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다양한 시도를 거치며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장르를 구축하였다. 또한, 기존의 상업적인 틀에서 벗어난 진정한 공연예술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니 만약 이 기간이 없었다면, 현재의 브로드웨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모범 격인 사례가 없으니 이 정도로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거다. 따라서 뮤지컬 자체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임은 틀림없다.

 

황금기의 작품들이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따라서 지금부터는 그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인 ‘황금기의 정점에 있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 (1959)


 

<사운드 오브 뮤직>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를 피해 고국으로부터 망명하여 피난처를 찾아 미국으로 온 오스트리아인 트랩 가족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마리아 폰 트라프의 자서전 [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을 뮤지컬로 각색한 것이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인들로부터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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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었다. (뮤지컬 영화의 전설이 되었다.) 줄리 앤드류스는 이 영화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 콤비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들이 작사, 작곡한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 등 7개 부문을 석권하였으며 300 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였다.

 

대표곡으로는 천둥 치는 소리에 겁먹은 아이들을 위해 마리아가 불러주는 노래인 “My favorite things”(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아이들을 소개할 때 부르는 “Do-Re-Mi”(도레미 송), 극 중 오스트리아 애국가 또는 국민가요처럼 취급되지만, 로저스와 해머 스타인 2세의 창작곡인 “Edelweiss”(에델바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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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페어 레이디 (1956)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언어학자 히긴스와 친구 피커링 대령이 내기를 통해 하층민 여인(일라이자)를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교육하여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여자를 싫어하고 독신을 고집하는 조각가다. 그는 자신이 조각한 완벽한 여인의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다.


이 작품은 “사람의 억양과 말투가 사회에서 그 사람의 위치를 보여준다.”라는 히긴스의 논리를 입증한다. 일라이자는 이를 극복하여 신분 상승을 이루지만, 자신의 위치를 온전히 바꿀 수는 없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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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오드리 햅번이 출연한 영화로 제작되었다. 오드리 햅번이 노래를 못하는 바람에 대역 배우를 썼다는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말이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알란 제이 러너와 프레데릭 로위 콤비가 원작에 로맨스 요소를 추가해 각색한 작품이다. 이는 낭만적인 오페레타 스타일을 지닌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연출상 등 토니상 10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뒀다. 앞서 말했듯이 <오클라호마!>를 뛰어넘은 장기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한다.

 

대표곡으로는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면), "The rain in Spain stay mainly in the plain” (비는 스페인 평야에 내린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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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50년대 뉴욕 서부의 이민자사회의 배경으로 각색한 것이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도착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을 다루며, 이탈리아계 폭력집단인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로 조직된 '샤크파'의 세력 다툼에 말려든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국 이민자들의 갈등,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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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내털리 우드를 주연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었다. 영화 연출 경험이 없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예산 문제로 인해 충돌하여 중간에 해고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세계적인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참여하여 클래식하고 모던한 음악을 들려준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제롬 로빈스는 ‘춤’을 극을 이끌어가는 요소로 사용하여 배우들이 캐릭터에 맞는 개성 있는 춤을 추도록 한다. 미국 뮤지컬의 거장인 스티븐 손드하임은 작사를 맡아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해준다. 이 모든 요소(곡, 가사, 춤, 스토리)는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제롬 로빈스의 춤에 관한 새로운 접근 덕분에 토니상 최고 안무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뒀다.

 

대표곡으로는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의 이중창 "Tonight“, 자신의 외모에 도취한 마리아의 깜찍발랄한 모습이 나타나는 "I feel pretty”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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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 모두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분명히 공통점이 존재한다. 먼저 원작을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신선하게 연출했다는 점, 다음으로 모두 영화화가 이뤄졌으며 그 영화들이 모두 성공을 거뒀다는 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음악이 시대를 초월해서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볼 때 이 작품들이 토니상에서 여러 상을 석권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넘치기에 혹시라도 궁금하다면 직접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

 

앞서 다루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목적은 “돈이 되는 무대를 만드는 것”에 있다. 그만큼이나 상품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들에게는 돈을 들일 만큼 만족할 만한 무대를 선사해준다. 눈과 귀가 모두 즐겁도록 말이다. 그들은 이에 벅찬 감동과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황금기를 통해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다음에는 웨스트엔드의 정통적인 뮤지컬, BIG 4를 들고 돌아오려 한다. 이번에 다룬 주제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었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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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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