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채울 수 없는 [TV/드라마]

채울 수 없는 욕망을 가진 것은 행운인지, 불행인지
글 입력 2020.09.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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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수 없는 욕망을 가진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욕망은 때때로 영감이 될 수도 있다. 주인공 패티의 예뻐지고 싶다는 열망이 그녀의 혹독한 다이어트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는 곧 아름다운 미모와 비례하게 수직 상승한 그녀의 인기로 돌려 받았다.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밥을 향한 짝사랑이 스스로를 불사르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다.

 

욕망의 화신이라 불러도 될 것같은 패티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갖고 싶은 것은 가져야 하는 그녀의 모습은 극중 패티가 가진 식이 장애의 모습과 교묘히 맞물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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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ING DISORDER, 즉 먹고 토하는 식이 장애는 표면적으로는 과거 뚱뚱했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패티의 고질병이지만 그 내면은 음식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진 모든 것, 패티의 주변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소화하지 못하면 폭팔하듯 뱉어내는 각종 사고들이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 없이 먹는 패티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리고 결국 사랑과 안정을 갈구하는 패티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그녀는 주변을 좀먹어간다. 그리고 감당하지 못하면 토해 낸다. 그러면 모든 것은 다시 엉망이 되어버리고, 그 한가운데는 패티가 서있다.

 

이 드라마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화신을 패티의 모습으로 보여주지만, 그 속에는 끊임 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우리의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공허함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르거나, 혹은 끝을 봐야 진정 원하는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욕망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욕망하는가.

 

욕심 그 자체는 죄악이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르고 끝없이 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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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이 추하면 날씬한 건 아무 소용없어
 

 

극 중 툭하고 던져지는 이 문장이 결국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내면이 추해도 아름다우면 괜찮다는 이념이 팽배한 이 시대에, 우리가 쫒는 욕망엔 어떤 욕심들이 담겨져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를 위해 거슬리는 것은 눈깜짝하지 않고 치워버리는 목표 지향적인 패티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는 드라마 러닝 타임 내내 그녀가 자신의 공허함을 눈치 채지 못하기만을 바랬다. 살인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내면이 뻥 뚫렸다는 걸 그녀가 알아채지 못했으면 했다.

 

결국 뚫린 내면은 옆에서 적선하듯 던져주는 아름답다는 말이나 폭식, 살인 등의 행위로 채워지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의 공허함이 단지 갖지 못한 물질적인 부재의 탓으로 남았으면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패티들이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수 많은 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욕망을 응원하고만 싶지만 동시에 거울 속에서 패티와 같은 나의 욕망을 발견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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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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