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함을 새롭게, 인디애니페스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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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인크레더블 2>를 보러 갔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눈물 폭격을 맞았다. 바로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bao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새롭지 않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그리고 사랑이라는 – 이미 너무도 많은 작품에서 다뤄온 - 내용을 이 작품은 다시 한번 다루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표현 방식’이다. 너무나 익숙한 주제일지라도 ‘사람과 만두’라는 다소 생소한 조합이 표현해내자 사람들은 ‘신선하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의 진짜 매력이다.
간만에 영화제(<인디애니페스트 2020>)에 다녀왔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영화제를 다닐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년도는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와 함께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 유독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제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하나. 포스터가 예뻐서.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이유였다. 포스터가 예쁘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미지 속 오브제들이 일관성을 갖춘 채 정리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 말인 즉슨 영화제의 컨셉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또 그 말인 즉슨 영화제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며, 그런 영화제라면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 애니메이션이 그리웠다. 대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그것으로 인해 익숙한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스스로가 썩 마음에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처음 실감했을 때의 설렘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고, 그렇게 나는 <인디애니페스트 2020>에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단편 <반고>였다.
와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는데, 그 표현 방식이 와는 또 다르다. 세상 모든 것을 직선으로 인식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오직 직선으로 구성된 하늘과 바다, 나무와 들판을 만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런 그에게 세상 모든 것을 곡선으로 인식하는 아들이 생긴다. 아들은 자신과 다르게 곡선밖에 만들 줄을 모르지만, 그가 어릴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들이 만들어낸 곡선을 곧게 펴주면 그만이었으니까. 문제는 눈 깜짝할 새, 아들이 훌쩍 커버리면서 발생한다.
<반고> 역시 너무도 익숙한 주제 - 부모와 자식 간의 다름 - 에 대해 다룬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머리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독창적인 형식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익숙한 주제를 새롭게 다룰 뿐이라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렵지 않다. 생경하지도 않고 유치하지도 않다. 그저 우리에게 더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접점이 그동안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인디애니페스트는 일반 대중이 애니메이션의 진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도록 꾸준히 기회를 제공해왔다.
비록 <인디애니페스트 2020>은 이미 마무리되었지만. 내년 이맘때 즈음에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의 낯가림도 조금은 누그러지고,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도 아무 문제없는 상황이 되어 영화관이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기를 바라본다.
*나는열여섯.고양이를 좋아해.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부서지는 파도를 좋아해.알록달록 물드는 낙엽을 좋아해.나는 그래.넌?넌 어떤 애니?열여섯. 기대와 두려움이 섞여 고민과 갈등이 유난히 깊게 찾아오는 시기입니다. 나 외의 타인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열여섯의 인디애니페스트가 가장 궁금한 건 여러분이니까.**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 - 한국의 유일한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가 이제 세계 유일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참여를 통해 영화제를 만들고 운영해왔고, 독립, 실험, 열정, 비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인디애니페스트의 가치들과 작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영화제의 의미와 영역을 확장하여, 아시아의 애니메이션이 모이는 세계 유일한 영화제로 성장해가고자 합니다.
경계를 넘어 다양하게 확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제 - 애니메이션으로 모였지만,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는 축제이고자 합니다. 나아가 아사아의 중심이 되는 영화제로써 작가-관객의 교류, 작품-관객의 소통, 애니메이션-음악, 영화 등 분야를 뛰어넘는 확장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동시대 독립애니메이션의 이슈를 만들어 내는 영화제 - 동시대의 독립애니메이션 작가와 작품, 관객이 모이는 영화제로써, 영화제 기간 열리는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이야기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박민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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