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난의 시대, 웹툰의 의미 - 지금, 만화 6호 [도서]

당연한 것들의 당연함이 사라진 ‘재난의 시대’다.
글 입력 2020.09.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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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의 물결


 

당연한 것들의 당연함이 사라진 ‘재난의 시대’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우리의 생활은 작은 디테일까지도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가던 학교의 교문은 못 본 지 7달째에 접어들었고, ‘당연히’ 즐기던 친구들과의 모임은 모두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무엇보다, ‘당연히’ 언젠가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팬데믹 초기의 기대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웹툰(만화)과 콘텐츠 산업 역시 변화에 예외는 아니다. 『지금, 만화 6호』의 주제 ‘재난과 만화’가 시의적절한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언택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언택트 생활이 일상화 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동영상 스트리밍, 웹툰, 웹소설 등 웹 기반의 문화생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따라서 웹툰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 메시지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금, 만화 6호』는 웹툰(만화)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다.

 

 

 

재난 만화와 몰입


 

 

“재난 만화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시키고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것들은 우리를 배신한다. 우리가 수긍하고 의지하면서 살아왔던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현 사회의 문제점을 상기하게 된다.” (pg.18)

 

 

재난 만화와 재난 영화를 포함한 '재난 콘텐츠'는 이야기의 배경과 상황이 굉장히 실감 나게 표현한다. 실감 나는 묘사는 독자가 질문 하나를 던지게끔 유도한다. “저 상황이 내 삶에서 일어난다면?” 이 상상 가득한 질문이 가져다주는 몰입감이야말로 재난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매력이다.

 

<좀비딸>, <하이브>, <스위트 홈> 같은 재난 만화가 인기몰이를 한 것은 그러한 쫄깃쫄깃한 몰입감과 긴장감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운대(2009)>, <연가시(2012)>, <부산행(2016)>, <엑시트(2019)> 등 수많은 재난 영화들이 흥행을 거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몰입감이 내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나는 상당한 만화 애독자다. 만화카페에 가서 온종일 만화만 읽다 오는 것도, 이동 시간에 다양한 플랫폼의 웹툰을 찾아보는 것도 즐긴다. 그런데도 『지금, 만화 6호』를 읽기 전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난 만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읽은 적은 없었다.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것들이 우리를 배신하는' 콘텐츠 속 이야기가 내게 일어난다는 상상은 그 자체로 공포였던 탓이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며 전 국민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재난 만화가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재난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는 재난에 숨겨져 있는 현실의 모순을 독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pg.18)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내 삶에 재난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일들이 펼쳐지자 재난 만화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절박하게 ‘현실 재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만화 속 주인공들이 재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참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난 만화는 우리가 현실 속 재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와 동시에 만화처럼 현실 속 재난도 극복 가능하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재난의 시대, 사랑과 공존을 찾아서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는 신체 감염 이상의 위기를 가져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하여 사회 불신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감염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 수칙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인식과 누가 감염되었을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인해 생긴 불신·혐오의 감정을 뜻하는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미 수많은 만화와 웹툰에서 위기와 재난 속에서 끈질기게 애정과 헌신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혐오와 증오 대신 관심을 가지고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pg.130)
 

 

『지금, 만화 6호』는 위기와 재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애정과 헌신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와 웹툰을 소개한다. 일례로, 스위스 출신 만화가 프레데릭 페테르스의 만화 <푸른 알약>은 에이즈 보균자인 아내와 그녀의 어린 아들과 함께 가정을 꾸리면서 생기는 사건들을 다룬다.

 

에이즈라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이 가족에게는 ‘조심한 것들’에 대한 기나긴 리스트가 생기지만, 만화 <푸른 알약>은 그러한 고통스러운 일상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대신 이 가족이 사랑을 담아 나누는 대화들과 병을 이겨내는 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으로 페이지를 채운다.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좋을 때든 힘들 때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려면 강한 인내심과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pg.130)

 

 

『지금, 만화 6호』는 이런 시기일수록 우울감과 혐오 대신 사랑과 포용력을 가져야함을 조언한다. 바이러스에 맞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의 분열이 아닌 ‘끈끈한 연대’이기 때문이다.

   

*


당연한 것들의 당연함이 사라진 ‘재난의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 곁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존의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지금, 만화 6호』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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