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나운서에서 책방 주인이 되기까지 - 진작 할 걸 그랬어 [도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 그 하나로
글 입력 2020.09.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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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야외활동이 힘들어진 요즘, 가장 가고 싶은 장소를 꼽자면 바로 서점이다. 도서관과 책방도 물론 포함한다. 책과 함께 하는 장소에서는 자신만의 세상을 향한 진실된 발걸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난생처음 마주친 사람들의 세상도 대충은 엿볼 수 있다. 책 사이로 넘나드는 수많은 방향과 경로는 항상 새롭고 과감하기에, 마치 역사의 한 장면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에서 얻은 재미는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을 남긴다.

 

책이 존재하는 곳은 조용함과 동시에 매우 시끄럽고 떠들썩하다. 세기를 거스르는 논쟁이 음소거된 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책의 한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누군가의 외침이 또다시 하얀 종이를 까맣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린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무한한 의견을 단번에 들어줄 수는 없다. 책에 미련을 남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독자들은 서점을 '다니게'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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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점을 '다니는' 사람들 중 하나다. 책이 주는 기쁨을 알고, 지식에 감사하며 행복함을 느낀다. 미래에 내 세상이 반영된 책과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곤경에 처하고 서점 문이 닫히고 있는 현실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소수일 뿐. 책이 설자리가 줄어들었으면 줄어들었지, 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높은 현실의 벽에 마주한 난 나의 한 가지 행복을 일단은 지워놓기로 결심했다.

 

 

그때 나는 일이 없어도 좋았다.

일단은 '당장'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급선무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직을 그만두고 책방을 차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에겐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번지르르한 학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다 알법한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책방을 연다니. 자신감과 깡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면서도, 그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아나운서가 책방 주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과거의 나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책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그가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자.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인생이 어떻게 풀려가든,

그 길에서 행복을 찾아내겠다고.

 

 

이 책에는 그가 MBC 퇴사 결정을 한 뒤, 무작정 일본 도쿄로 책방 여행기를 떠나 기록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책갈피처럼 꽂아놨던 인생에 대한 물음을 하나씩 꺼내다 본다. 솔직한 발걸음을 따라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에 가장 기쁜지 파악하고 또 느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도쿄의 다양한 책방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으로 가득 차있는 여행 참고 서적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방은 전체적인 배경이 될 뿐. 인생에서 큰 결심을 한 그의 '현재'가 가장 투명하게 담겨있는 에세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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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소영 인스타그램 @thing_1022

 


사람에게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인 내가 그럼에도 외롭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절망하지 않았던 건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이다.

 

책과 문장이 가진 힘을 사람들이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위의 사진은 그가 설립한 책 발전소 광교지점이다. 마포구와 송파구에도 또 다른 지점이 있다. 그만의 공간은 타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근사했고,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던 듯하다. 공간을 통해 그의 행복과 확신의 모양을 살펴볼 수 있었달까.

 

나였다면 가능했을까. 청춘을 바쳐 공부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은 사회인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보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저 순간의 낭만 혹은 희망사항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수많은 가능성을 등에 지고 자신의 선택을 따라가보는 인생에는 눈부신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물론 다시 한번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가야 하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진실된 자신을 찾아볼 수 있음에는 확실하다. 견고한 자신이 되어갈수록 견고한 행복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자신만의 행복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둘러보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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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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