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 인디애니페스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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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떤 애니?”
이 질문에 재빠르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에는 쉽사리 입이 안 떨어집니다. 너무 많은 대답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인데요. 회사에서의 저는 인정받고 싶은 팀의 막내이고요. 집에서는 무뚝뚝한 장녀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생각하는 걸 즐기는 차분한 아이이고요.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극도의 ‘돌+I’이거나, 혹은 극도로 조용한 리스너입니다.
이처럼 제 안에는 수십 명의 제가 있어요. 이걸 2020년의 트렌드 언어로 말하면, ‘멀티 페르소나’라고 하죠. 예전에는 일관성 없는 모습이 흠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변하는 모습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온 겁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넌 어떤 애니?’라고 질문을 던지는 페스티벌이 있어요. 바로 올해 16주년을 맞은 ‘인디 애니 페스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 페스티벌도 한창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사춘기 시기에 접어든 거겠죠.
고민의 끝은 결국 변화라는 점에서 사춘기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2020 인디 애니 페스트에서도 몇몇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띕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웹 애니메이션 ‘랜선비행’의 등장인데요.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서만 전 작품을 상영하다가 올해 최초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상영하는 웹 애니메이션을 공개하게 되었어요. *네이버 그라폴리오 공식 상영관에서 무료 관람 가능.
이러한 변화가 특별하다고 느껴진 이유는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은 2020년 팬데믹 사태로 인해 산업 전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죠. 미쟝센 단편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 부천 국제영화제 등 오프라인 베이스로 개최되던 행사들도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왔고요. 웹 애니메이션이 특별한 이유는, 애니메이션이 본질적으로 지닌 ‘변화’의 정신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뽀로로? 타요? 주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떠오르실 것 같아요. 저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조금 다른 인식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대학생 시절, 영화를 너무 좋아해 시나리오스쿨에 다녔습니다. A4 100장 분량의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였어요.
그 4개월 동안 지도 감독님에게 가장 많이 들은 중 말 중 하나가 바로 ‘다운시켜라’인데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실제로 영화화가 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크니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외하라는 거죠. 스쿨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수강생의 시나리오가 공모전에서 발탁되어 실제 영화로 제작되게 하는 것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지금과 다르게 비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형 판타지는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해 제작되지 않는 상황이었고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영화에 비해 제작비도 낮고, 그 결과 수익 창출에서 좀 더 자유로워서 실사 영상에 비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실사 영상이 아니다 보니, 다양한 비주얼적 시도를 할 수 있고요. 즉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영상에 비해 시도, 그리고 변화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 매체인데, 이것이 단지 어린이들의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저는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네요. 다시 한 번 애니메이션만의 변화무쌍함을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느끼셨으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2020 인디 애니 페스트의 트레일러를 함께 보며 마치고 싶어요. 거울 속 사람의 모습이 계속 변하죠? 마치 상황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변화에 맞춰 모습을 바꾸고, 변화해야 하는 일은 항상 피곤한 것 같아요. 마치 사춘기처럼요.
그래도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던 우리, 그리고 제16회 인디 애니 페스트처럼 우리는 또다시 잘 변화할 거에요. 만약 지금 또 다른 변화 앞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이 트레일러를 보세요. 우리에게 변화는 당연한 거고, 변화는 당연히 고통을 수반하고, 지금 당신이 맞닥뜨린 상황과 마음의 상태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당신을 위해 전 그저 물어줄 뿐입니다.
당신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인디애니페스트2020- Indie-AniFest 2020 -일자 : 2020.09.17 ~ 2020.09.22상영시간인디애니페스트 홈페이지 참고장소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티켓가격일반 상영작 6,000원(청소년/장애인/단체 3,000원)주최(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주관인디애니페스트2020 집행위원회
[박민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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