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괜찮나요 [사람]

늘 웃고만 있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0.08.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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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에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면서 조세호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날 프로그램에는 뇌졸중 전문 의사인 이승훈 교수가 출연하였는데, 조세호는 그를 보며 뵙고 싶었다 말하면서 3년 전에 받은 진단을 보여주었다. 진단의 결과는 지주막하출혈(뇌 바깥의 동맥이 터짐)의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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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호는 의사 선생님한테 길을 가다 갑자기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며,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나에게,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늘 재밌고 밝게 방송하던 그가, 알고 보니 죽음 앞에 그리도 가까이 서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라온 소식들을 넘기다가 보게 된 글이 있었다.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한 '우울증 걸린 사람들의 자살시도 전 표정.jpg'"이란 제목의 글이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살시도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글이었는데, 글을 밑으로 넘기는 내내 놀라우면서도 참 씁쓸했다.

 

첫 번째 사진은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이 찍힌 것이었다. 그러나 그 밑의 글은 자신의 남편이 자살하기 4일 전의 모습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글 작성자 또한 자신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말을 썼다. 또 다른 사진은 거울 셀카를 찍으며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환하게 웃는 여성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자살시도를 하기 전 찍은 셀카였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 밖에도 밝은 미소의 사진이지만 그것이 자살시도 7시간 전의 사진이었던 것도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 카약을 타며 즐거운 듯 웃고 있던 한 남편이 알고 보니 자살하기 2주 전의 모습이었다는 등 여러 글이 연달아 있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심리부검분석 결과 자료에는 자살 사망자는 사망 전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를 경고신호(warining sign)라 하는데, 이는 자살 사망자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를 의미하는 것으로 언어적 행동적 정서적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심리부검 면담 총 298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심리부검 대상자의 92.0%가 사망 이전에 경고신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모습들이 자살의 경고신호임을 주변에서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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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밖에서 마냥 웃고만 다니다가 혼자가 되면 곧바로 무표정으로 변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주위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봐 주길 바랐다. 그런 관심이라도 내보여주길, 내가 그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조그마한 계기라도 주길 바랐다. 덜컥, 힘들다며 곧바로 사람한테 기댈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그런 사소한 계기가 필요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내 주변에, 마냥 웃고만 다니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늘 웃고만 다녀서 오히려 속을 모르겠는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괜찮냐고 물어보려다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조차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내가 있다. 혹 당신의 주변에도 당신에게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진 않은가. 잘 모르겠다면, 지금 당신의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 둘러봤으면 좋겠다.

 

예전에 이러한 글도 본 적이 있었다. "돈과 현실성을 떠나서 그 모든 것이 자유로울 때 내가 뭘 하고 싶은지"라는 질문의 글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이 질문을 생각해보고 답변해 보길 바란다. 왜냐면 그때 올라온 글에는 이 질문이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내리게 되는 핵심 질문이라 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그 사람의 욕망과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다. 질문이 추상적이라 생각된다면 이렇게 바꿔 생각해 보면 좋겠다. 만약 1등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당신은 그것으로 뭘 하고 싶은가?

 

이 대답에 섣불리, 쉽게 대답하지 못한 사람은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한다고 글에 쓰여있었다. 괜찮냐고 말하기 힘든 사람은 장난 식으로라도 이 질문을 그 사람에게 해보면 좋을 거 같다. 괜찮냐는 말은 어쩌면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무거운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어보는 입장은 그 말을 꺼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듣는 입장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이 나를 봤을 때도 내가 그렇게 안 괜찮아 보이나'하는 생각에 더 자책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괜찮냐고 말하기 힘든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이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좋겠다. 장난스레 던지는 말이어도 괜찮다. 말투는 장난스럽지만 던지는 질문은 핵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한 번 주의 깊게 바라봐 주길 바란다.

 

 

[김승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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