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메르에릴 제15회 정기연주회 - 제75주년 광복절 특별음악회

글 입력 2020.08.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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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를 두 눈과 두 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자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입구를 본 순간 예전의 일상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에 그 어느 때보다 설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이번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싶었다. 과거 대한민국의 아픔을 기리고자 한 뮤지션들과 현재의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한 의료진 및 관계자들의 결과물 아닌가. 시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을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1. Edvard Grieg - Holberg Suite, Op. 40


 

 

 

해금 연주자 이승희 님의 곡해설이 있었고, 앙상블 라메르에릴이 입장했다. 가장 처음 들려준 곡은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Grieg)의 ‘홀베르그 모음곡(Holberg Suite, Op. 40)’이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알게 된 사실인데, 그리그는 낭만시대 작곡가였지만 홀베르그 모음곡은 바로크 풍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라고 한다.

 

운 좋게도, 이번 음악회는 네이버TV에 생중계가 되어 공연 녹화본을 접할 수 있게 되어 다시 감상할 수 있었다. 음악회 당시에는 이 곡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어 음악의 선율 위주로 감상하였는데, 다시 들어보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2. 임준희 - 독도 오감도


 

 

 

두 번째 곡으로 임준희 작곡가의 ‘독도 오감도’를 연주했다. 라메르에릴이 추구하는 ‘독도를 예술화하여 전 세계에 알리기’, 이렇게 만들어진 그들의 음악 정체성인 ‘K-Classic’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규형 시인의 시 ‘독도’가 가사로 쓰였고, 이명주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함께했다. 앙상블 라메르에릴의 연주와 더불어 생황, 가야금 연주가 곁들여졌다. 음악회 전부터 서양 악기와 국악기의 조화가 어떻게 들려질지 굉장히 기대했던 무대였다.

 

두 악기군의 조화는 예상과 전혀 다른 조화였다. 특히 생황 연주가 그랬다. 가야금 소리야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니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생황 소리는 굵직하면서도 날렵하여 다른 악기들과는 전혀 다른 음색들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만큼 음악 안에서 주는 이미지는 상당히 역동적이어서 파급력 있는 연주가 되었다.

 

대중음악 중 잔잔한 통기타 연주의 곡인데 곡 중간에 일렉 기타 연주를 하여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경우가 몇 곡 있었다. 현악 연주 중 생황 연주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서양 클래식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생황 협주곡이라 하면 되겠다. 국악기가 이렇게 진정성 있는 악기라는 것을 마음 깊이 느꼈다. 거기에 호소력 짙은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독도와 대한민국의 의미를 상징한 가사까지.

 

라메르에릴이 추구한 ‘K-Classic’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무대였다.

 

 

 

3. 이영조 - 환희


 

 

 

짧은 인터미션 후 세 번째 곡인 이영조 작곡가의 ‘환희’가 연주되었다.

 

광복절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음악회에서 초연된 곡이라 이 무대 역시 기대를 많이 했던 곡이다. 두 번째 무대에서 함께했던 이명주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곡처럼 가사는 한글로 되어 있었고, 더욱 향토적인 느낌의 단어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1910.08.29’, ‘1945.08.15’ 등 우리 역사와 관련된 날짜의 숫자를 음정화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상을 뛰어넘는 선율 진행의 연속이었고, 상당히 실험적이어서 어색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참신하여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총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곡에서 나라를 잃은 슬픔과 나라를 되찾은 환희를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 곡은 아리랑을 주제로 하여 앞으로의 희망찬 대한민국을 표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무한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고, 그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자유평화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무대였다.

 

 

 

4. Pyotr Ilyich Tchaikovsky -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48


 

 

 

마지막 무대는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48)’였다. 개인적으로 차이콥스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이다.

 

낭만 시대 음악가였지만 고전주의 음악도 지향하여 러시아 고전주의 음악을 완성했고, 그렇다고 러시아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형식을 추구하며 균형을 파괴하는, 낭만 시대 음악 특성상 굉장히 난해하면서도 거부감 없는 음악을 만들었다.

 

나는 이러한 그의 변화무쌍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중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된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그의 유일한 세레나데이며, 평소에도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마지막 무대는 좋아하는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즐거움을 갖고 감상하였다. 마지막 무대가 끝난 후 모든 연주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 뒤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귀가하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왜 이번 연주회의 마지막 곡이 이 곡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번 연주회에서 라메르에릴이 주고자 한 메시지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란 마음이 있으면 서로를 배려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의 의미를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조금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음악회는 나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우선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왔던,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 역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또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굉장히 좋은 학습이 되었다. 특히 ‘K-Classic’이라는 이름을 걸고 보여준 여러 가지 실험적인 요소들에 관해 많은 공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진행된 음악회니만큼 그동안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감상하던 순간 중 가장 뜻깊은 순간이었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 음악회 시작 전에는 설렘을, 음악회 중에는 깨달음을, 음악회 후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주었다. 음악으로 뜻깊은 하루를 선물해 준 라메르에릴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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