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시절, 그 여름날의 상흔 - 미래의 여름

글 입력 2020.08.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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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른이 된 미래는 포스터 정 중앙을 바라보고 고모인 ‘동아’는 해맑은 미소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고모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던 걸까. 미래는 그때 그 여름의 무엇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걸까?


<미래의 여름>은 현재 어른이 된 ‘이미래’의 시점으로 그녀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94년 여름으로 우릴 데려간다. 미래의 시점에서 그때의 여름은 전부 이상한 것 투성이었다.

 

미래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보이던 고모 ‘동아’에 대해 주변 어른들은 모두 ‘이상하다’고 수군거린다. 미래의 아빠는 고모가 골칫덩어리라며 탐탁잖게 생각하고, 동네 마을 주민도 그 나이 먹도록 직업도 없고 결혼도 안 하는 고모를 이상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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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당장 90년대로 온 착각이 들만큼 그 시절의 여름을 환기시킨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 만화책 <댕기>, 팝 음악과 물수제비. 그때 유행했던 음악들과 놀이들을 해맑게 듣고 노는 미래와 동아의 모습에 관객들은 추억의 뭉클함으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극 초반에는 동아와 미래가 겪은 시골 여름날의 소중한 추억을 그려내고 관객을 90년대 여름으로 데려와 몰입하게 만든다면, 중반부터는 과거 동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동아’는 과거에 무슨 일을 겪은 걸까, 주변 어른들은 왜 동아를 안 좋게 바라보는 걸까? 어른들은 미래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미래의 시점을 따라가야 하는 관객들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미래와 같은 입장에서 진실에서 소외된 어린아이의 눈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미래의 여름>은 이런 문구로 이 극을 소개한다. ‘편견이 편견인 줄도 몰랐던 그 시절의 레트로 성장 극’ <미래의 여름>은 어린아이의 눈에 모르고 지나쳤던 차별과 편견에 대한 그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는 주변 어른들이 지적 장애가 있는 석우를 바라보는 시선, 찬우와의 이별로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동아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목격하게 된다.


고모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따르던 미래도 고모를 이상하게 바라보게 되고 곧 시골을 떠나온다. 그리고 유치하게 느껴졌던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른들 말에 토를 달지 않게 된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미래는 ‘울타리 밖에서 안심하는 심정’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미래는 서울로, 울타리 밖으로 그렇게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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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다.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와 약자를 보듬지 않고 울타리 밖으로 나와 외면하는 것, 그것이 차별과 편견은 아닐까. 솔직히 말해  나 역시 동아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이유가 남자와의 이별 때문이었음을 안 순간, ‘고작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과거에 묶여 산다고?’라며 동아를 과민반응 취급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곧, 불쑥 든 이런 생각과 시선으로 극 안의 어른들이 동아를 차별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상처의 무게는 저마다 다른 것인데, 조금 다르게 반응한다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이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깨달음이 든 것이다. 이 극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었음에도, 부끄럽게 필자 역시 차별하는 자의 시선에서 약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래는 고모와 연락이 끊기고 어른이 된 지금, 고모를 떠올리며 눈물을 터뜨린다. 어린 날의 무지와 외면으로 울타리 안에 남겨 두고 온 고모가 미친 듯이 가슴 아팠던 것이다. 미래는 ‘편견이 편견인 줄 몰랐던’ 어린 날의 후회와 고통을 안고 살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고작 어린아이의 무지로 인한 편견이었다 치부할 수 있을까. 나 역시 편견이 편견인 줄 모르는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단순한 레트로 여름 추억담이라기엔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겨준 작품 <미래의 여름>. 미래는 고모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좋은 어른’으로 자란 것 같다.

 

다시 이 극의 포스터가 스쳐 지나간다. 등을 진 고모는 과거의 망령처럼 해맑고 아름다운 그때의 그 모습으로 남아있다. 어른이 된 미래는 정면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포스터를 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여름은 어떠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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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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