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지개 시리즈-노랑' 빛의 이면에서 어둠 꺼내기 [공연예술]

뮤지컬 <빨래>와 함께
글 입력 2020.08.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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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우리의 시력으로 봤을 때 가장 빛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색, 태양과 닮은 색. 밝고 직관적이며 괜히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색.

 

노랑은 황금의 색이기도 하며 태양을 닮았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황제의 색이기도 하였다. 조선 말기 고종이 입은 곤룡포 또한 황금색으로 덮여있다. 이렇듯 노랑이 환대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천대받는 경우 또한 존재했다. 12세기 초 이후 노랑이 서양 회화에서 등장하는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노랑은 배신자나 반역자를 가리키는 색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노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가 있다.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일화가 유명한 화가, 반 고흐다. 고흐는 자신의 병세가 심해지자 프랑스의 조용한 마을 오베르로 갔다. 그곳에서 유난히 노란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방을 꾸미기 위해, 친구 고갱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린 <해바라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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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Wheatfield with Crows (1890)

 

 

그는 그토록 노란색을 갈망하여 그림 속에 수없이 노란색을 칠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오베르에 대한 이미지는 눈 부신 햇살 밑으로 펼쳐진 보리밭이지 않았을까. 노랗게 물든 보리밭을 보며 고흐는 살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노랑은 한 줄기의 희망이었을지도.

 

색은 심리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마냥 환하게 빛나고 있는 노랑이 짙어질수록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 또한 더 짙어질 수 있다. 요하네스 이텐은 노란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란색은 여러 가지 색상 중에서 무엇보다 환한 빛을 발하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빛을 비추어 본다’라는 것은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사실을 빛의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게 노랑이다. 노랑을 표현한다는 건 어둠 속에 있던 내면의 욕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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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2020 커튼콜 장면

 

 

위안과 희망, 공감이라는 타이틀로 200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이 있다. 흔히 뮤지컬 입문용으로 제격이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많은 관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빨래>다. <빨래>의 포문을 여는 노래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뮤지컬 <빨래>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다.

 

<빨래>는 노랑과 닮았다. 마냥 밝지만은 않다. 그 안에는 인물들의 가슴 아픈 상처들이 곳곳이 배치되어 있다. 인물들이 겪고 있는 상황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 올라 잘 비쳐 있다.

 

가령 주인공 나영에게 닥친 서점 내 갑질 문화와 꿈을 좇아 서울에 상경했지만 차마 그 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면적으로 제시했다. 나영의 이웃청년 솔롱고는 먼 타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단면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수년이 흘렀는데도 공감을 받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현상이다. 2020년의 <빨래>는 이 시국을 반영해 코로나19의 상황까지도 묘사했다.

 

그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스크래치는 서로로 인해 조금씩 보듬어지고 말랑말랑해진다. 서로가 함께 있었기에 희망이 보였다. 위로가 됐다. <빨래>가 유난히도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요인은 <빨래>를 바라보는 관객의 삶이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인생 살아가는 데 다 똑같지. 막막해도 살아가야지.

 

나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에 나오는 이 가사가 좋다.  걱정과 불안마저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상심과 우울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 선물같은 가사다.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서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넣어요. 우리가 말려 줄게요.
 

 

가끔 인생이 너무 퍽퍽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빨래>를 보며 혼자가 아님을 감사히 여긴다.

 

어둠을 끄집어내는 건 다소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노랑과 함께라면 빛이 주위에 서성이고 있다면 조금은 나아진다. <빨래>와 같은 황금빛 이야기가 현실에도 만연하게 퍼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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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지윤.jpg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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