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 시대에, 차별 [사람]

차별이란 무엇인가?
글 입력 2020.08.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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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반도는 남북으로 찢어져 있다. 윗지방에서는 물난리가, 아랫지방에는 불볕더위가 한창이다. 나는 아랫지방에 산다. 그중에서도 대구에 산다. 요즘 대구는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덥다. 대구 토박이로 20년 넘게 살고 있는데도, 대구의 여름은 늘 아찔하다.

 

지난여름에는 도서관으로 피신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코로나로 도서관 열람실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있다. 집에 있다 보면 어쩐지 시원한 도서관이 그리워진다. 막상 갈 수 있었을 때는 가기 싫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참 이렇게도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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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남북이 찢어졌던 적은 한 번 더 있었다.
 
정확하게는 남북이 아니라 대구와 비(非)대구로 찢어졌다. 지난 2월이었던 것 같다. 31번 확진자로 대구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때다. 실시간 검색어에 대구 봉쇄가 오르내렸다.
 
그때 나는 식당에서 친한 선배와 해당국을 먹고 있었다. 선배는 진주 사람이다. 선배 어머니는 대구 뉴스를 보시고는 우셨다고 한다. 아마도 타지에 있는 자식이 걱정되셨던 것 같다. 매스컴에서는 대구를 역병의 도시로 표현하고 있었다.
 
휴대전화기와 텔레비전에 나온 대구의 거리는 황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대구는 그렇지 않았다.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황량하진 않았다. 다들 회사로, 학원으로 거리를 누볐다.
 
방역에 좀 더 철저했을 뿐, 다른 지역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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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넘게 대구에 살며, 대구가 창피하거나 부끄러웠던 적은 없다. 오히려 사투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의 뿌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인해 나는 가면을 써야 했다. 학원으로 서울에 잠깐 있었을 때 더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 사투리를 최대한 안 썼다. 대구에서 온 사람이란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차별당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친한 동생이 ‘대구 사람’이라는 이유로 자취방 계약을 취소당했다고 했다. 병균 취급을 당했다고 했다. 당혹스러웠다.
 
당시에는 “그런 사람한테 방세 안 준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지만, 어쩐지 심경이 복잡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 때문에 이렇게 차별을 받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외국에서도 이 정도의 차별은 당해본 적 없었다.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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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구에서 코로나가 잠잠해졌고, 시간은 흘러 5월이 되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터졌다. SNS상에서 인권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와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혐오 발언을 하는 한국인들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는 경비원 갑질이, 재벌가 갑질이 연이어 터졌다.
 
한쪽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구호를 외치는데, 한쪽에서는 모든 사람을 서열화했다. 같은 나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쯤 되니 모든 사람이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쩐지 작년에 읽었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라는 대목이 생각났다. 이때까지 내가 서 있던 곳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속했기에 이 세상에 있던 차별을 보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웠다.
 
차별을 당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던 고민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문득 지난번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왔던 김예지 의원이 떠올랐다. 김예지 의원은 헌정 사상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라 한다. 예능에서 그녀는 두 달 동안 법안을 20개나 발의했다고 했다.
 
아마도 김예지 의원은 입당하기 전부터 차별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온 것 같았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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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코로나가 기승이다. 수도권 위주로 확진자가 생겨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종교가 문제라며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나도 비 종교인이지만, 차별을 당해본 사람으로서 네티즌들의 여론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 중에서도 집에서 혼자서, 혹은 랜선으로 예배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종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체계가 흔들릴 게 뻔히 보이는 데도 같은 마이크를 꼭 써야 했는지, 의문만 남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여론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번 코로나 재확산을 계기로 아무래도 차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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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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