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월에 만난 책들 -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외 [도서]

4권의 장편소설과 1권의 선집
글 입력 2020.08.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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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장마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빗물로 채워지는 듯하네요. 7월에 만난 책들을 다시 들춰봅니다. 그중 몇 권에 대한 기록을 함께 나누며 화창한 날을 기다려보고자 합니다.

 

 

 

배수아 -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2003,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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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알지 못하는 공동체, 서로를 알고 있다고 믿는 공동체, 빈곤의 종류를 헤아리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곳에 투신되는 존재들. 허나 노용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선택한 빈곤 역시 자기기만처럼 느껴지고, 나아가 어떤 종류의 맹목성을 띠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부채의 속성을 자녀를 구속하는 매개로 치환하는 표현정은 현찰이 눈앞에 있음에도 빈곤을 마치 ‘아이템’처럼 선택한다. 빈곤에서 벗어날 여력이 없다기보다는, 차라리 빈곤이라는 이념 속에서만 그녀의 세계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배유은과 김요환 부부는 성도와 그의 애인 진주의 결혼에 대해 동정하면 간섭한다. 부부의 오만함은 마치 자신들이 타인의 인생을 적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군다.

 

하지만 그들 역시 ‘빈곤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끊임없이 내재하고 있다. (결국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아이가 생기는 것이 자신들의 삶을-권태로움을 중얼거리며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온전히 직접 관장할 수 있다는 지배심리를-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경계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도 빈곤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형태로 사람들의 어깨에 얹혀있다. 작가는 “지금까지 만났거나 혹은 직접 만나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빈곤을 읽었다”라고 적는다.

 

소설 속 인물 중 차라리 노점상에 가까운 부암동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화려한 장소로 기억하는 것은 노용뿐이다. 바로 자유의지로 빈곤을 선택한(혹은 선택했다고 믿는) 인물만이.

 

 

 

이기호 - 차남들의 세계사 (2014,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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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복만이 자기 의지와는 너무나 무관하게, 심지어 미련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자신이 원하는 삶과 멀어지고 있음에도 무력한 대응을 한다고 느끼는가? 몇몇 순간,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곤 했다.

 

나복만은 침묵-글을 읽을 줄 몰라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수차례 낙방한 끝에 브로커를 사들여 시험을 대신 보게 한 사실이나, 신문 배달하던 학생의 자전거와의 접촉사고로 인해 도로교통법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된 일들에 대해 함구하는 종류의 침묵-을 통해 자신이 다시 ‘안전택시의 1년 차 신입 기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국가보안법보다 도로교통법이 더 중요했으니... 그게 나복만의 삶이 지닌 비중이었다.

 

개인적 삶의 비중과 역학을 뒤흔들어놓는 ‘국가보안법과 그 행위자들’. 그리고 독재자. 국가의 미명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에게, 게다가 유독 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개별자-가족 관계가 불분명한 고아 등-에게 칼을 겨누는 시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개인에 대해 집요하게 묘사한 이 책은 현대사의 계보학적 편린으로도 읽힌다. 울음 같은 웃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황정은 - 계속해보겠습니다 (2014,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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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나나와 나기. 이런 사이가 있다. ‘모세’가 생각하는 사랑과는 조금 다른 사랑.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달라던, 바로 그런 관계.

 

나는 황정은의 세계가 항상 적막하다고 느꼈다. 영화나 소설 등 어떤 작품을 보며 그것들이 자아냈으면 하는 분위기와 정서들을 그의 글에서 감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을 설명해버리면 거기 머물던 정서는 떠나버린다. 그래서 어렵다. 비틀어진 세상 앞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자리를 지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작가는 태연하게 이야기한다. 그 태연함 속에 어떤 고투가 자리하고 있을지 생각하기도 어렵다. 계속해보겠다는 말이 지리멸렬한 삶에서 얼마나 용을 쓰며 하는 말일까.

 

반성하는 나도, 모르겠다고 고개 젓는 나도, 자리에 주저앉는 나도, 앞으로 나아가는 나도, 모두 ‘나’임을 소라와 나나와 나기는 몸소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까 나도,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 百(백)의 그림자 (201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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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게, 마음이 시리게 새겨진 문장들이 있다. 황정은 작가의 소설 『백의 그림자』에서 인물들은 사건을 맞는 게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시간과 그 아래에 있는 몇 가지 전제를 맞닥뜨린다. 마치 부끄러움과 혼란함 앞에서 두 가지 모두를 껴안는 게 응당 소설에서 자신이 할 일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그만큼 조심스럽지만 진심에 면하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이(‘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왜인지 그립게 느껴진다. 우리가 그들의 그림자까지 모두 안아줄 수 있을까. 그럴 순 없을까. 그럴 수 있다 해도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지극한 태도로써 대할 수는 있다.

 

 
먼 데서 찌이, 하고 한꺼번에 매미들이 울자 계단 쪽에서 끄...... 하고 따라 울었다.
 

 

멀어진 몸을, 가닿고 싶어 하는 진심의 나약함과 끈질김을 이렇게도 글과 마음이 서로 밀접하게 표현한다. 그림자가 붙어있는 몸뚱이는 슬픔을 말하지 않아도 얼마간 슬픔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런 몸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사정인 걸까 (…)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 무재의 말은 각자 삶의 조건 아래 어떠한 종류의 죽음을 ‘자연스러움’의 이데올로기에서 끄집어내어 독대하는, 그렇기에 진실한 공동空洞 속의 공명이 된다.

 

 
(…) 늘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연스럽게의 이데올로기다.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이어서가 아니라 습관이어서 자연스럽다…_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P.177
 

 

관습과 인습에서 벗어나 삶을 응시하는 무재와 은교는 마음에 없는 것을 말하는 법이 없다. 알 수 없는 것에 침묵하고, 그렇다고 결코 변명의 세계에서 안온하게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들이 신중하게 고르고 입 밖으로 뱉어내는 말은 그 자체로 태도가 된다.

 

 

 

사뮈엘 베케트 - 첫사랑 (2020,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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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하기 용이한 텍스트가 아니다. 사건의 설정에 대한 시대적인 접근을 허용하더라도 말이다. 전사前事와 배경이 무력해지는 서사는 독자를 위한 설명적 묘사에 복무하지 않는다.

 

각각의 단편 속 인물은 실낱같은 유사성을 띠고 있다. 낙오되거나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와 유리된 주인공들은 편집증적 태도마저 보인다. 이 불편함이 베케트의 인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여하튼 외양간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지체 없이 표준 시간은 한 해를 이루는 날들 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공기와 하늘, 또 마음에도 새겨진다는 사실에 기초하는, 멋진 하룻밤을 보장하는 논리를 하나 정립했다.
 

 

사랑을, 그것도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베케트의 방식. 두 가지 언어로 창작하고 한 언어로 쓴 작품을 자신이 직접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서 이야기의 수정이나 개작의 요소가 첨가됐다고 한다. 여러 관점으로 창작에 접근한 작가의 글은 그만큼 더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그가 얻은 찬사들은 아마 그런 요인에서 비롯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원용 에디터.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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