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 간의 이야기를 조명하다 [TV/예능]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을 보고
글 입력 2020.08.0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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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2년 전쯤 박신혜와 소지섭을 ‘숲속의 작은 집’에 가둬놓고 사회 실험을 진행한 예능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당시에는 못 봤던 예능을, 어쩐 일인지 저번 주에 몰아봤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끌렸다.

 

예능은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원재료와 같은 맛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다음에는 ‘평화롭다’라는 생각에, 그리고는 ‘왜 꼭 혼자여야만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계속 봤다. 이상한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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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단순한 ‘숲속의 작은 집’


 

예능은 정말 단순하다. 박신혜와 소지섭을 숲속의 작은 집에서 일정 기간 살도록 한다. 그러고는 행복의 조건들을 실험한다. 박신혜와 소지섭은 각각 피실험자 A와 B가 된다. 행복추진위원회에서 제안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인터뷰한다. 이게 전체 내용이다.

 

숲속의 작은 집에는 제약이 많다. 우선 사용할 물이 제한되어있고, 전기도 태양광 패널로 공급받는다. 가스는 일회용 가스레인지로 대체된다. 최대한 자연을 해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인다. 미션에 따라 피실험자들은 추가 제약을 받기도 한다.

 

강제로 미니멀리즘이 되기도, 휴대폰을 하지 못하기도, 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는 피실험자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약된 환경에 적응한다. 아무래도 없으면 없는 대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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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없어서 허전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사람이다.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사람도 제한된다. 피실험자들은 각각 다른 숲속의 작은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좀 더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긴다. 다큐멘터리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여러 명의 개인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예능


 

개인적으로는 숲속의 작은 집을 보며 힐링 예능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보단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큐멘터리’가 더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힐링 예능이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숲속의 작은 집이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해서? 아니면 행복을 추구하는 미션을 해서?

 

나는 그 이유가 ‘사람 간의 관계 부재’라고 생각한다. 사실 숲속의 작은 집을 보며 계속 떠올랐던 예능이 있다. 바로 이번에 새롭게 시작한 <여름방학>이다. 숲속의 작은 집처럼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숲속은 아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일정 기간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마음의 회복을 지향한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바로 사람 간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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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은 숲속의 작은 집에 사람 냄새를 한 숟가락 넣은 예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방학에서는 두 명의 출연진이 함께 거주한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한다.

 

둘은 같이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또 얘기도 한다. 거기서 웃음이 나온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웃음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의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엿보며 시청자들도 힐링 되는 듯하다.

 

이런 소확행은 다른 힐링 예능에서도 일맥상통하다. 바퀴 달린 집을 타고 고군분투하는 세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바퀴 달린 집>에서도, 민박집 주인과 알바생, 그리고 민박집 손님 간의 관계를 조명한 <효리네 민박>에서도, 같이 여행하는 동료들 간의 우정을 보여준 <같이 걸을까>에서도 모두 사람 간의 관계가 예능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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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힐링 예능뿐만이 아니다. 다른 예능들도 그렇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든, 토크 퀴즈쇼를 추구하든,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예능이든, 노동 예능이든 여러 명의 개인 간의 이야기는 예능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1인 예능인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과 타인이 만났을 때 진정한 웃음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아무래도 사람들 간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담아내는 것이 예능 본연의 역할인 것 같다.

 

타인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1인 고립 예능’이었던 숲속의 작은 집에서 잘 나타난다. 처음 4.7%였던 시청률이 최종회에서 1.1%을 기록하고 만다. 예능의 중요한 원료인 ‘사람 간의 관계’가 사라지니 담백한 맛만 남았다. 그리고 그 담백한 맛은 타인의 중요성을 더 일깨워준 것만 같다.

 

만약 숲속의 작은 집에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박신혜가 얘기했던 “3시간 미션은 엄마와 함께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미션이었다.”라는 말처럼, 피 실험자들은 숲속의 작은 집에서 다양한 미션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첫 회를 봤던 시청자들을 고정 시청 층으로 묶을 수 있었을까.

 

언젠가는 두 명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숲속의 작은 집2 – 너와 함께”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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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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