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해서 종이 공예를 하기도 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꽤 좋아했다. 그런 관심으로 학창시절 미술사 수업을 들을 때도 꽤 흥미롭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술사 지식은 성인이 되고 난 후 예술 작품을 즐기는 좋은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늘 기말고사 기간에만 급하게 배울 수 있었던 미술 이론들은 모든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기에 부족했고, 여유가 생기면 미술사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술의 역사는 그 어떤 예술의 역사보다도 방대하다. 그렇기에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일쑤였다.
가볍고 쉬운 책은 높은 수준의 지식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척 보기에도 많은 내용을 다루는 책은 초반부를 읽다가 지칠 것 같았다. <1일 1미술 1교양>은 이렇게 쉽고도 깊은 지식을 원하는, 욕심 많은 독자도 만족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우선 하루에 한 가지의 내용만 소화하면 된다는 편안함이 매력적이다. 현재 출판된 1권은 원시미술부터 낭만주의까지 상당히 긴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300쪽 분량으로 부담스럽지 않으며, 하루에 읽는 분량은 2~3쪽 정도다.
저자는 ‘힘과 사치의 미술, 로마미술’, ‘산드로 보티첼리 - 르네상스의 시인 화가’ 등으로 인상적인 키워드로 하루 분량의 지식을 압축적으로 제시해, 독자들을 하루하루 미술사의 길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양이 적다고 해서 결코 쉬운 내용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미술사와는 떼놓을 수 없는 정치, 사회사를 충분히 다룬다. 그간 미술사를 배우고 싶으면서 망설였던 이유가 바로 방대한 분량의 미술사에 더해지는 복잡한 국가 간 경계 싸움, 세계사적 사건들을 모두 연결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1일 1미술 1교양>은 방대한 사건을 전부 다루지 않고, 각 사조가 발전한 국가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솔직하게 ‘비잔틴 미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으며, 로마의 두 가지 특징으로 비잔틴 미술을 설명한다.
이런 책에서는 작가의 문체와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전공자보다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인 교양 도서다. 이 때문에 저자는 독자들이 낯선 지식을 기존 상식의 틀로 받아들일 수 있게 친절한 접근을 시도한다.
특히 ‘왜 그랬을까’에 집중하는 전달 방식이 돋보인다. 작가가 작품을 왜 만들었는지를 기억하게 된다면, 독자들은 분명 작품을 보고 작가의 정보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술사를 배우고, 과거의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 활동이 하나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거의 사람들이 위기에 대처했던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미술사를 비롯한 예술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과거의 예술을 향유해야 하는 이유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했던 결과가 예술 작품이라면, 그 작품은 문제를 마주했던 당대 사람의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인간이 대면했던 실존의 문제, 생존의 문제를 배우고, 당대의 예술관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안목을 갖게 된다. 그렇게 책에 나온 작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만나게 되었을 때도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취향을 형성할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미술사는 늘 어려웠던 사람들, 낭만주의, 입체파, 팝아트 등 미술 용어와 지식을 하나로 모으고 싶었던 이들, 미술사 지식을 능동적인 감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