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도시에 살고 있고, 도시 안의 당신은 어떤가요 [음악]

도시 속 작은 우리들에게 알레프의 음악 「도시 단편」
글 입력 2020.07.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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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시 안 작은 우리들을 위로하는 알레프(ALEPH)의 음악


 

코로나로 인해 이전과 일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인 도시 안에서 우리는 이전과는 달라진 것 같지만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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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들이 있다. 발 디딜 곳 없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마치 어딘가로 실려 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 나를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빠른 발걸음에 잠시 멈춰 설 때와 같은 순간들. 이렇게 내가 수많은 사람과 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에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도시에서 사는 일이란 계속해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라는 거대한 공장 혹은 시스템처럼 굴러가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원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깊숙한 곳에 숨기거나 지나치게 된다.

 

이렇게 도시 속에서 한낱 작은 인간일 뿐인 우리들의 감정을 세삼하게 잡아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음악이 있다. 은유적인 가사와 잔잔한 음률로 위로와 성찰을 끌어내는 알레프의 음악이다.

   

 
[도시 단편]은 제가 도시에 살며 느낀 것들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앨범입니다. 평소 제 주변을 맴도는 감정들 속에 깊게 빠져보거나 그 주변을 경계하며 작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곡들을 만들며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었고, 등지고 있던 감정들을 새롭게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앨범을 통해 여러분들도 자신을 반응하게 만드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길 바랍니다. (앨범 [도시 단편] 소개말)
 

 

앨범 [도시 단편]은 총 5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인용한 그의 앨범 소개말처럼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가 사는 도시 속 공간을 돌아보고, 그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물들이다.

 

그의 노래를 통해 그의 세계를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세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 앨범 속 다섯 수록곡과 일부 가사를 소개한다.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공간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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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도시 단편] 커버 사진


 

 

Track 1 찻잔. 관계 ‘REFRESH(리프레시)’ 하기


 

 

누군가의 맘에 들고나면/식어버리는 건 금방이니까/우리의 잔이 아직 뜨거울 때 일어나자

 

애써 견뎌낸 일들은 써서 못 마시니까/애석하게도 그게 이미 사실이니까

 

새로 한 잔을 내려/달아난 곳을 보며 마셔/살아있다 느낄 거야

 

 

식지 않는 관계가 어디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식어가는 찻잔에 우리의 관계를 비유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아티스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버티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해서 우리의 관계를 ‘refresh’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로도 읽힌다.

 

‘타인의 찻잔을 채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refresh' 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리가 관계를 종종 재충전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우리 모두 가끔은 자신 주변의 관계를 재충전 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Track 2 창문. 내 안의 여러 가지 감정들 마주하고 화해하기


 

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우리가 흔히 ‘마음의 창’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듯이 이 곡 역시 자신의 내면을 창문과 연결해 표현한 곡이다.

   

 
나를 아무도 아니게 만드는/나는 밖에 두고 들어왔어/문을 두드려도 열어주면 안 되지
 

   

이 곡에서 ‘나’라는 하나의 자아는 두 내면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나를 아무도 아니게 만드는/왠지 비를 좋아하는 나’와 이를 지켜보며 창문 밖으로 바라보는 ‘나’가 등장한다.

 

창문 밖에 두고 온 ‘나’는 나를 아무도 아니게 만드는 감정이므로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이런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마냥 버려두지 않는다.

 

 

창밖에 서성이는 내 모습 안쓰러워/개어놓은 슬픔을 입으라고 던져줬네

 

나의 창은 굳게 닫아 두고/해가 뜨면 그때 열어줄래/얘는 왠지 비를 좋아하니까 말야/밖에서 비를 맞게 할래

 

 

밖의 ‘나’를 안쓰럽게 여기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비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해가 뜨면 마주하겠다고 다짐하는 가사는 내면의 여러 감정을 마주하고, 부정적인 감정과도 화해에 이르는 것처럼 보인다.

 

우울하고 슬픈 생각만 떼어다 버리고 싶다, 혹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모조리 잊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러한 감정들 또한 나의 일부이므로 그를 받아들이고 살 수 있다면 나의 내면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라는 따뜻한 생각으로 차오르게 된다.

 


 

    

 

Track 3/4 지친마음/공.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나를 착하다고 말하는 저 사람들에게/나는 나약할 뿐인 걸요(‘지친마음’ 中)

   

난 다치긴 싫어요/사람 없는 곳에서 놀아요(‘공’ 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전부 내보이기보다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아끼게 되고, 이내 침묵할지도 모른다.

 

이 두 곡은 관계에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담은 노래들이다. ‘공’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공을 주고받는 행위에 비유한 곡이다. 공을 주고받는 행위가 서로의 힘 조절에 따라 누군가에겐 폭력적인 행위가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치기 싫다는 ‘나’의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대의 무신경한 말에 상처받기 싫다는 마음으로 읽힌다.

 

‘지친마음’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아티스트는 소개했다. 우리가 간혹 공에 맞아 아파하듯이 타인과의 관계는 거의 항상 아픔을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지할 존재를 찾고 희망한다.

 

약한 모습을 숨기고 싶지만, 동시에 숨기지 않고 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를 희망하는 모순을 이 두 곡이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Track 5 손깍지. 그래도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


 

 

그러니 낭만을 택한/널 위해 나 잠시 손깍지를 낄게

   

나아갈 이에겐 태양을/무너질 땐 쉴 만한 물가를/부끄럼 많은 여정을 마치면/못다한 얘길 나누자

 

 

“무엇을 택했든지 그 여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게 무운을 비는 곡이에요.”라고 곡을 소개한 아티스트의 말처럼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따뜻한 응원의 문장으로 가득하다.

 

도시 안에서의 나를 살펴보고 주변의 관계를 돌아보는 외로운 여정을 거치고 나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가사이다. 도시 속 나는 외롭고 나약하고 모순으로 가득한 개인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쉽게 상처받고 관계 맺기에 서툴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 손을 잡아주고 나 또한 상대의 손을 잡아줄 마음의 용기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 한 구석 위안이 되는 지점이다.

 

   

 

노래 속에 담긴 짧지만 진솔한 단편들 : 알레프의 [도시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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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의 음악에는 그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앨범 [도시 단편]은 우리도 마찬가지로 도시 속에서 수많은 타인과 부딪치며 사는 개인들이기에 더욱 공감하며 들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도시 속에서 살면서 자주 멈추고 상처받으며 살기도 하지만, 곁에 남아 손 잡아 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것 역시 도시 속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 인지도 모른다. 도시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노래한 알레프의 음악을 들으며 내게 차갑게 느껴졌던 도시가 다소 따뜻해짐을 느꼈다.

 

도시에게 상처받은 마음과 화해하고, 나와 같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타인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마음의 안녕을 묻는 힘이 있는 알레프의 음악을 들으며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 위로받기를.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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