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과 함께하는 한적한 근교 산책, 파주 출판도시 part ② [문화 공간]

글 입력 2020.07.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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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선 파주 출판단지의 지혜의 숲, 헌책방 보물섬, 활판인쇄 박물관, 출판도시 활판공방과 북앤프레스, 그리고 문화복합공간인 명필름 아트센터까지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예고한 대로 문발리헌책방골목블루박스, 헌책방인 이가고서점,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 행간과 여백과 북카페 눈, 그리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문발리헌책방골목블루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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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40-21
영업시간 매일 10:00~19:00
가는 길 tip 메가박스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있고, 메가박스 뒤편으로 걸어 나가다 보면 간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문발’의 한자는 ‘文發’이다. 글월 文문과 필 發의 ‘문발’. 그러니까 말 그대로 문자가 피어나는 동네라는 뜻이다. 글을 다루는 출판도시가 있는 장소에 너무나 어울리는 명칭이다. 하지만 문발이라는 명칭은 출판단지가 조성되고 생겨난 게 아니다. ‘문발’의 유래는 조선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주의 관광 명소 중엔 조선 초기 문신 황희 정승이 관직을 물러나 여생을 보냈다던 ‘반구정’이 있다. 바로 이 황희 정승이 세상을 떠났을 때 문종은 황희 정승의 장례가 치러진 파주까지 직접 행차하여 황희 정승을 기리는 뜻으로 교하 현의 작은 마을에 ‘문발’이라는 명칭을 하사했다고 한다.
 
지명의 역사를 알고 출판도시 건물들의 주소 속에 있는 ‘문발’이라는 단어를 다시 보면 느낌이 새롭다. 문자가 피어나는 동네라는 의미의 ‘문발’이라는 명칭이 출판도시와 유난히 잘 어울리고 왠지 운명적인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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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발리헌책방골목블루박스(이하 헌책방 블루박스라고 칭함)’는 내가 지인들에게 파주 출판도시를 소개해 줄 때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장소이다. 중고서점보다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이곳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와지붕 아래 다닥다닥 붙은 나무 책장들이 반겨준다.
 
중고서점과 헌책방은 둘 다 새 책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같지만, 중고서점은 왠지 매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책을 다루는 느낌이 있고, 헌책방은 쾌쾌하고 묵은 냄새가 나는 책을 파는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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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블루박스에는 상당히 오래된 책들이 많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고 있자면 헌책방보다 헌책 박물관이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책이 많아 구매할 만한 책은 많지 않겠지만, 운이 좋으면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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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거쳐온 책은 때로 자취를 남긴다. 헌책방에서 책을 뽑아 들어 얼굴 모르는 책의 전 주인이 남긴 흔적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판권 면이 알려주는 책의 나이와 전 주인의 메모가 남긴 흔적들과 헌책이 내뿜는 케케묵은 냄새와 유난히 바스락대는 빛바랜 종이들을 넘기고 있으면 꼭 세월의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다.
 
 

이가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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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광인사길 189 서강출판사
영업시간 평일 10:00~19:00 비정기휴무
가는 길 tip 문발리헌책방골목블루박스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이가고서점이라고 쓰인 건물을 찾아보자.
 
초등학생 무렵 친구와 함께 찾았던 북소리축제 때 출판단지 이곳저곳을 신나게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친구와 나는 우연히 헌책방을 들어가게 되었다. 2층으로 이루어진 헌책방은 당시 나에게 꽤나 신기한 장소였다. 새 책 대신 헌책을 파는 곳의 개념이 낯설었던 것 같다.
 
이후에도 매번 출판단지에 올 때마다 이곳은 뒷전이었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정말이지 오랜만에 이가고서점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은 기억 깊은 곳에 찰나의 이미지로 10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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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서점은 당시 축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굉장히 많고 복작복작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곳이었다.
 
반면 축제 기간도 아닌 평일 낮에 방문한 서점엔 나뿐이었다. 책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출판된 책들도 꽤 있었고, 약간의 세월의 흔적이 묻은 책들도 있었고, 원서들도 다양했다.
 
이가고서점은 이씨 家의 古서점이라는 뜻이다. 책에 대한 애정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분은 1930년에 발간된 월간지 <소년>과 1600년대 목판본으로 발간된 <동의보감> 등 다양한 고서들을 수집하셨다. 시대를 건너온 고서들과 또 다른 헌책들로 이가고서점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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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중고서점처럼 책들을 전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관리하지는 않지만, 책방 주인분께 여쭤보면 책의 유무와 위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당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찾고 있었는데, 책 제목을 말하는 순간 그 책은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책들이 정말 많은데 어떻게 듣자마자 아시는 것일까. 책방 운영과 관리에 대한 애정에 새삼 감탄하며 책을 못 구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가고서점을 나섰다.
 
 
 
북카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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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125-11
영업시간 평일 10:00~18:00, 주말 12:00~20:00
가는 길 tip 지혜의 숲이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근처에 위치해 있다. 한옥 건물인 김명관 고택 별채(김동수 가옥 별채) 맞은편으로 담쟁이 넝쿨로 가득 찬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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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단지는 이곳저곳에 카페가 정말 많지만 모두 소개할 수 없으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두 곳을 소개하려 한다.
 
고전, 역사, 영화와 문화·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문서를 주로 출간하는 효형출판. 효형출판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눈’은 2012년 9월 출판단지에 처음으로 생긴 북카페이다. 효형출판 팻말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파라솔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북카페의 야외 일부가 보인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순식간에 눈길을 빼앗는다. 크고 작은 책꽂이들 속 효형출판의 책들이 자리해있고, 사진 액자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벽을 장식한다. 종류가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들은 카페 면적을 짜임새 있게 활용했다는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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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겠지만, 가장 특색 있는 메뉴는 1인 빙수이다. 혼자 카페를 방문했는데 너무 많은 빙수의 양과 비싼 가격 때문에 빙수를 포기한 경험이 있으신지.
 
북카페 눈에서 파는 우유 빙수는 조금 큰 머그잔에 담겨 나오는데 혼자 방문하더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기에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다. 그늘이 없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 다니다 카페에 들어가서 달콤하고 시원한 빙수를 먹으니 순식간에 더위는 잊히고 행복만이 남았다. 올해 나의 첫 빙수였다.
 
 

행간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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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회동길 77-20 돌베개
영업시간 평일 9:00~18:00 주말 10:00~19:00
가는 길 tip 북카페 눈에서 걸어서 30초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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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과 여백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돌베개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다. 북카페 눈과 마찬가지로 자사의 책, 돌베개에서 펴낸 책들로 책꽂이가 가득 차 있고 원한다면 정가보다 저렴하게 돌베개의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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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줄과 줄 사이를 뜻하는 ‘행간’과 쉼을 연상시키는 ‘여백’이라는 단어의 조합에서 북카페가 지향하는 가치를 읽을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가 잔잔히 깔린 카페엔 돌베개에서 많은 책을 펴내신 신영복 선생님의 서예 작품들이 벽에 걸려있다.
 
돌베개 출판사 직원들의 회의 소리를 뒤로하고 맛있는 청귤 에이드를 마시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평일 낮의 한적한 출판단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길을 나섰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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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영업시간 월, 화 휴무 / 수~일 10:00~18:00
(전시 해설 일정 - 수, 금, 토 11:30 12:30 14:00 15:00 / 일 11:30 12:30)
가는 길 tip 서울에서 바라본 출판단지 입구에서 멀리 있다. 아주 큰 건물인 교보문고 본사의 옆 블록에 위치했기에 찾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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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이곳이 출판단지 끝자락에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항상 파주에서 출발하는 나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시작으로 출판단지를 누비곤 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파주 출판도시를 방문했다면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돋보이는 건 과감한 곡선과 새하얀 색이다.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축과 설계에 공을 들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포함해 다양한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했다. 알바루 시자는 ‘시적인 건축’을 한다고 평가받는데 직접 미술관을 가보면 과연 그가 건축의 시인으로 불릴만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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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벽면, 그리고 다양한 곡선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은 이제껏 가보았던 여타 미술관과 다른 점이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 작품 위에 자리해있던 핀 조명이 없다는 것이다.
 
핀 조명 대신 크고 작은 창들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빛의 변화에 따라 작품을 달리 보게 한다. 자연과 통하는 크고 작은 창들로 보이는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전시 공간의 명도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전시 해설사분께서 말해주신 바로는 관람하기 가장 좋고 인기가 많을 때는 푸른 하늘이 빛나는 가을 오전이라고 한다. 자연의 빛이 조금씩 늘 다르게 작품을 완성해 주기에, 언제 작품을 감상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느낌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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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건축의 취지에 맞게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전시 입장권을 가진 하루 동안은 전시장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이 점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어준다. 전시장과 함께 카페 공간도 있기에 전시를 보고 도슨트 시간에 맞춰 해설을 듣고 잠시 목을 축이고 책을 읽다가 다시 전시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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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시장을 갔을 때는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 한국 젊은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전시 해설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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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을 내려오면 널찍한 카페 공간이 있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창으로 밖을 보면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탁 트인 풍경이 보이고, 키보다 훨씬 높은 책장에는 출판사 ‘열린책들’이 펴낸 다양한 책들이 가득하다.
 
열린책들의 북카페와 아트숍인 이곳은 열린책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책들과 함께 미메시스 디자인의 아트 문구류도 함께 팔고 있다. 전시 입장료가 성인 기준 5천 원인데, 이 입장권이 있으면 북카페와 아트숍의 책과 굿즈들을 할인해서 살 수 있으니 입장권을 잘 챙기자.
 
 

#Pajubook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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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도시에는 정말 많은 북카페와 문화공간이 있기에 두 번의 글에도 다 담지 못한 멋진 곳들이 너무 많다. 보림책방, 열화당 책 박물관, 파주 나비나라 박물관, 피노키오 박물관 피노지움, 김영사의 행복한 마음, 어린이 책방 밀크북 등 다른 근사한 공간들은 언젠가 파주 출판도시에 갈 당신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출판도시는 그대로가 거대한 건축 전시관이라고 불릴 만큼 건물들이 독특하고 감각적이다. 국내·외 건축가들 40여 명이 건축물 설계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고, 건축학도들도 종종 견학 오는 곳이라고 한다. 출판도시의 대부분의 건물들은 노출 콘크리트와 통유리를 사용하여 멀리서 보면 통일감을 주고, 가까이서 보면 각자의 개성이 확실하다. 나는 책을 중심으로 출판도시를 소개했지만 건축을 테마로 출판도시를 살펴보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출판도시는 아주 넓고 한여름에 돌아다니기엔 그늘이 없어 무척 덥다. 여름에 방문하고자 한다면 양산을 가져가 작은 그늘을 만들기를 추천한다. 소음에 지쳤거나 바쁜 세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조용하고 한적한 파주 출판도시를 방문해보자. 책과 문화예술을 사랑한다면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자. 파주 출판도시는 언제나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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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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