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듣는 클래식을 넘어 읽는 클래식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글 입력 2020.07.2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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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10년이나 붙들고 있어도 나는 늘 클래식에 취약했다. 작곡가의 마음을 따라서 연주를 하라는데 도통 무슨 소리인지도 몰랐고, 곡의 정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연주만 하였기에 곡에 담긴 스토리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에 연주에 앞서 곡을 이해해야 하는 클래식 연주 자체를 달갑게 반기지를 않았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클래식이 점점 나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꾸준히 생산되는 클래식과 관련한 콘텐츠를 관람해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모든 콘텐츠의 기원은 고전이라는 명언을 접할 때마다 고전과 가까워져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그것을 풀어나갈 용기가 잘 나지 않았다. 클래식이라는 어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클래식은 말 그대로 클래식이다. 고전이기에 잊히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클래식을 어려워하지만 클래식은 늘 우리 주위에 맴돈다. 우리가 즐겨 듣는 대중가요에는 클래식을 샘플링하여 작곡한 곡들이 여럿 있고, 학창 시절의 종소리 역시 클래식이었다. 텔레비전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클래식을 삽입하는 때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가끔 동네를 산책하면 보이는 학원 차량의 후진 알림음도 꼭 '엘리제를 위하여'였다.

 

클래식은 대중가요만큼이나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문을 두드린 건 내가 아니라 클래식이 먼저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전이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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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너를 위한 책


 

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는 고전에 취약한 나의 자기계발을 위함, 그리고 그것이 내가 처음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음악이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그리하여 앞으로 더욱 많은 음악을 향유하기 위해 언젠가는 꼭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클래식에세이라면 조금은 덜 딱딱하지 않을까 싶은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클래식에세이답게 작가는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낸다. 작가가 걸어 다닌 명소를 비춰주거나, 곡과 얽힌 자신의 경험을 낱낱이 이야기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클래식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할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춰주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자신의 이야기로 서두를 써 내려간 책은 친절하다. 자신이 밟아온 길들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상냥하게 소개한다. 한 곡마다 음악의 QR코드를 삽입해 독자들에게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며, 음악을 따라 독서를 하다 보면 독서를 통한 즐거움과 음악을 통한 즐거움이 결합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음악을 해석하는 작가의 표현은 섬세하고 낭만적이다. 음악을 재생하고 한 문장씩 글을 읽어가면 작가의 표현들이 시상이 전개되듯 눈에 그려지며, 작가와 내가 동시에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고, 음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동시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책장을 넘기다 볼 수 있는 작가의 손을 거친 풍경 사진을 접하면 여행 에세이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편안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에 열중한 독자들에게 조금의 휴식 시간을 주기라도 한 것처럼. 

 

이 책을 이끌어갈 힘은 작가의 경험과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절히 섞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해야만 해당 작품을 온전히 사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관람 후 반사적으로 웹서핑을 해 보는 편인 나는, 작품의 향유부터 작품과 관련한 지식까지 탐구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축약해 놓은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피아노를 전공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클래식의 작곡 비하인드를 얻어갈 때는 해당 곡의 흐름이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지, 분위기는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내게는 신비롭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비기너를 위한 책'이라고 정리한 이유는 본문에 기술한 것처럼 클래식이 어려운 독자들에게 클래식을 권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의 문장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하나하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기에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책장 위에 꽂아두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 날 때 어느 때나 꺼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문을 열어줄 차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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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


지은이 : 최정동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9-2 (03670)





저자 소개

  
최정동
 
역사 기행과 음악 듣기를 오랫동안 해왔다. 두 가지 주제로 몇 권의 책도 냈다. 첫 책 『연암 박지원과 열하를 가다』(2005)는 고전 『열하일기』의 현장을 다녀온 기록이다. 『로마제국을 가다 1·2』(2007·2009)는 고대 로마제국의 영역인 지중해 주변의 광대한 세계를 두 발로 여행하고 쓴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2014)은 여행과 음악이 결합된 글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태어난 아이제나흐에서 시작해 마지막 27년을 살았던 라이프치히까지 순례하듯 여행했다. 역사를 읽으면 현장을 거닐고 싶고, 음악을 들으면 예술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 그런 확인을 통해 역사와 음악은 더 생생해진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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