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와 시, 흐름의 말들 [도서]

끝나지 않을 끝말잇기
글 입력 2020.07.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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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영화와 시], 2020, 시간의 흐름

 

 

우선 ‘말들의 흐름’이라는 시리즈가 신선한 인상을 준다. 두 낱말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면 다음 작가가 앞서 제시된 낱말의 두 번째 것에 이어 끝말잇기 하듯 주제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정지돈 작가는 금정연 서평가의 『담배와 영화』에 이어 『영화와 시』로 이야기를 꾸렸다. (둘은 독자와의 대화나 강연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는 가까운 사이다.)

 

작가는 초탈하고 회의적이기까지 한 시선으로 본인의 안팎에 존재하는 시와 영화의 흔적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영화와 시의 가치는 어떤 희망적이거나 활력적인 동인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책의 말미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대상들을 모른다는(궁금하다는) 사실이 그것을 감싸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일상의 전반적인 지루함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예술계나 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진술이 앞서 언급한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개별 요소들에 대한 투입과 그로 인한 사실과 의견의 혼합이 보다 새로운 의미작용을 빚는다. 이는 차례 중 ‘아마도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지 않은 것은 잘된 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름다움과 분석적인 것은 반대 항이 아니다.” 또한 좋은 글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며, 결여로 인해 글이 온전함을 획득한다고 말한다. “배제와 적대”를 가치처럼 이용하는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또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작가의 말처럼 ‘복붙’한 부분이긴 하지만) 영화평론가 기리쉬 샴부의 ‘새로운 시네필리아를 위하여 For a New Cinephilia’였다. 이전의(이때까지의) 시네필과 새로운 시네필의 가치 변동과 대안을 넘어선 지금 이곳의 경향에 대한 보고이자 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이런 내용이다.(‘복제 예찬’이라는 주제에서 작가가 ‘복붙’을 했으니 나도 해본다. 부분적인 ‘복붙’이니 ‘온전한 복제‘라는 진위에서는 멀어지겠지만...)

 

 

“영화문화에서 영화의 가치는 영화를 보는 즐거움으로부터 나왔다. 낡은 시네필리아는 미학적 즐거움을 특권화했고, 이는 영화를 가치 매기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네필리아는 영화의 즐거움과 가치에 관한 더욱더 폭넓은 개념으로 영화를 본다. 주변화된 사람들의 삶, 주체성, 경험, 세계가 곧 그들의 중심이다.”

 

“말하고, 쓰고, 언급하고, 선별하는 모든 시네필적 행위는 불평등한 세계에 개입하는 행위여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세계적 순간에 완연히 접속하는 시네필리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선언이 ’낡은 시네필리아‘의 의식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건 아니다. “각 시네필리아에게는 저마다 다른 가치와 신념-세계를 보는 방식-이 있”고 이분법적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가 “개별적 시네필”로서 살아간다는 전제 위에 형성된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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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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