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단단한 마음을 위하여: 도서 '감정도 설계가 된다'

글 입력 2020.07.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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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 삶에 부와 명예 같은 것들이 가득해서 축복받았다는 말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는 순간 인간은 정말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이를 경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삶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누구나 다양한 형태로 감정적인 바닥을 경험한다. 그것이 번아웃이 되었건, 우울증이 되었건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들은 자신의 바닥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마다 상황이 다양하니 이에 대한 답변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브렌다 쇼샤나는 '화'가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이에 따른 원인도 다른데, 그것이 화만으로 다 설명이 될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였다. 평소에 심리와 관련한 책을 읽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도서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집어든 것은 오로지 그 이유에서였다.


 



< 책 소개 >


"특별히 안 좋은 일도 없는데 일도 하기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그냥 무기력하다."

"1년 넘게 자격시험에 매달려 열심히 공부했는데 원하는 성적이 안 나오니 그냥 포기하고만 싶다."

"사람들은 모두 즐겁게 사는 것 같은데 난 뭘 해도 잘 안 되고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아 의욕이 안 난다."

"잘난 것 없어 보이는 동기가 나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어서 질투가 난다. 친한 동료들과 그 사람 뒷담화를 하면 왠지 모르게 쾌감이 있어서 중독된 것처럼 매일 반복한다."


이 가상의 문장들은 우리가 흔히 느낄 법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지만, 이 다양한 감정 상태를 거슬러 가보면 하나의 원인이 나온다. 무기력, 번아웃, 낮은 자존감, 질투, 뒷담화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의 근원에는 '화'가 있다. 마음에는 화가 일어나는데 적절하게 표현되거나 해소되지 못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우울, 절망, 무기력, 자포자기, 걱정, 당황, 갈망, 아픔, 공포 등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현상은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고 삶에 긴장감과 주의력을 높이고 인생을 다채롭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이 자주 일어나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힘겨워하는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밝히고 각각의 대처법을 상세히 알게 된다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게 되고 업무와 공부의 능률도 올라가며 인간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이 책이 바로 '내가 원하는 감정 상태로 삶을 설계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저자 브렌다 쇼샤나는 먼저 화를 24가지의 형태로 구분했다. 여기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들도 많았다. 직접적인 화, 위선, 거짓말과 기만, 우울증, 절망, 자살, 번아웃 등은 그 기저에 화가 깔려있다는 것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그런데 다소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다. 예컨대 마조히즘, 사디즘, 순교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글쎄, 마조히즘이나 사디즘 같은 것들이 아무래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현상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냥 그런가 하는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신기하게 와닿았던 것은 순교라는 형태의 화였다. 도대체 순교가 뭘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 부분은 두 어번 다시 읽었는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유형이어서 확 와닿지가 않았고 상상하기에도 조금 어려웠다.

 

화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에 중독되기 쉽다는 것이다. 화의 24가지 유형 중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험담은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기에, 살다보면 험담을 하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 그 사람이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철면피 같이 구는 모습을 보면 어찌 뒷말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데 이런 험담조차도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지만 분명 같이 험담하는 사람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분노를 공유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험담이 그냥 스포츠마냥 이루어지게 된다. 상대방 쪽에서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라는 명목 하에 재미있는 스포츠처럼 죄의식 없이 중독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화가 일어나는 순간, 저자는 긴급하게라도 그 화를 가라앉히기를 촉구하고 있다. 책 속에서 그는 총 8단계의 긴급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평소에 미리 연습해두지 않으면 화가 촉발되는 그 순간에 바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평상시에 미리 연습해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연습해둘 필요가 있는 내용이었다.


*

 

감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속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쇼샤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소해서, 너무도 사소해서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했던 험담으로 다시 한 번 이를 설명하자면, 험담은 결국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인데 이는 욕하는 대상인 그 타인을 위험 속으로 빠뜨리는 행위인 동시에 험담에 참여한 모든 개인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런 자존심은 그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일 뿐, 개인에게 정말 필요한 자부심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험담이 타인에게 칼을 들이대는 행위라면, 부정적인 감정들 중 일부는 나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행위가 된다. 우울증, 피해의식, 죄책감, 복수심이 이와 같은 유형이다. 이 모든 감정들은 아무런 인식 없이 칼날을 두 손으로 꼭 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상태는 화가 타인을 향해 나서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로 귀착되는데, 칼날과 같은 화의 피해자가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된다. 화가 내면을 향하니 풀리지도 못한채로 쌓여 심신증을 일으키기도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저자 쇼샤나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생명도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심신증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신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분노가 극대화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통제되지 못하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고 쌓여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분노의 화살이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할 때, 결국 개인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었다.


*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내 감정을 설계하기 위해서, 저자는 총 11개의 꼭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한 11가지의 방법은 다시금 3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로, 황금률이다. 이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고 말한 성경의 표현을 가리킨다. 내가 상대방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나도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고 존중하는 감정으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을 의심하지 말고, 분별력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통제받길 원하지 않듯이, 나 역시도 누군가를 통제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부심을 갖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남에게 가혹하게 구는 것보다 나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당연히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기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경우가 생기고, 자존감이 낮아져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가 만든 것이지 누군가가 나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것들이 사실은 밖에서부터 온 것보다 안에서부터 나온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배척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자의 방법을 재집약한 3가지 중 첫 번째가 남을 대하는 방법, 두 번째가 나를 대하는 방법으로 귀결된다면 세 번째는 마음의 근간에 대하여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치유와 용서, 긍정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상황은 언제나 주어진다. 개인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이다.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을 것인가, 아니면 상처받지 않고 이를 품고 넘어설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브렌다 쇼샤나는 사랑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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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화에 기반하는 감정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정적인 감정의 형태가 다양할 지라도 그 근간에는 분노가 깔려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화를 잘 다스리고 풀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홧병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화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브렌다 쇼샤나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발로를 짚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들을 각 꼭지의 말미에 기재해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 책을 그저 한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들을 혼자서 연습해본다면 분노가 극에 달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화를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렇게 분노를 다스리는 게 단 번에 되리라는 기대는 품지 말자. 우리가 그게 되었다면 이미 군자였을 것이다. 살아갈 날은 아직도 멀고도 길게 남았다. 살아가는 그 나날 동안, 분노하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할 듯이 차오르는 그 순간에 한 번씩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통해 연습했던 방법을 써나가다보면은 언젠가 우리는 신체적 나이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불혹과 이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도서 정보 >


감정도 설계가 된다

- 일상의 상처와 분노에 대처하는 심리기술 -

    

지은이: 브렌다 쇼샤나

옮긴이: 김우종


출판사: 빌리버튼 

분  야: 인문 > 심리학

  

규  격: 153*225

쪽  수: 252쪽


발행일: 2020년 06월 24일

정  가: 15,000원


ISBN: 979-11-88545-87-2 (0318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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