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는 첫 번째 편 -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반복적이고 적나라한 사랑 이야기는 머글을 당황하게 해요
글 입력 2020.07.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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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니. 상당히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이다.

 

하지만 이토록 시적이고 감성적인 제목과 다르게 영화는 꽤나 적나라하다. 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다른 이들과 본다는 것 자체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영화의 로맨스가 동성애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사랑의 방향이나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빈번함의 문제였다. 지금껏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토록 빈번하게 정사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제목과 홍보 문구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처음 영화를 만나는 사람들이 당황할 수 있겠다.

 

아무튼,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다. 로맨스를 보는 핵심은 두 주인공이 언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일 아닌가. 야시로와 도메키의 관계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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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기본 설정은 꽤 전형적이다.

 

야시로는 도신회의 간부이자 신세이 흥업의 사장으로, 간단히 말해 큰 조폭 무리의 간부급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소문난 변태라는 설정까지 있다. 그리고 그런 야시로 앞에 등장한 경호원 도메키. 도메키는 경찰 출신으로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충직하며 잔꾀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딱 봐도 묵직한 캐릭터다.

 

외모부터 설정까지 딱 봐도 반대되는 두 인물은 만나자마자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다. 하지만 상사와 부하로 만난 관계라는 이유로, 도메키의 성적 문제를 이유로 서로는 거리를 둔다.

 

이 전형적인 두 주인공에게는 역시 필수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들이 어두운 세계로 들어오게 된 이유, 현재 가지고 있는 각자의 문제에 대한 이유가 나온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데도 해당 과거들을 어색하거나 갑작스럽지 않게 끼워 넣어 풀어준다. 영화를 보면서 이 이야기를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충분히 풀어내 이해에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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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다음에 이어 나올 작품들의 시작일 뿐이다.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도 궁금해진다.

 

결말 역시 좀 갑작스럽고, 이어지는 다음 내용을 암시하며 끝난다. 지저귀는 새는 그래서 왜 날지 않는 건지 나오지도 않았다. 이번 영화는 원작 1, 2권의 주 된 내용을 다뤘을 뿐이다.

 

사실 영화만 본 나는 이 작품이 왜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는지 알아채기 힘들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마주한 나는 장르물이라는 것을 제쳐두고 작품 자체만으로 생각하면 의문이 들었다. 영화와 만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로맨스를 봤다고 할 수 있는데 여타의 로맨스와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어디서 본 듯한, 전형적인 두 인물의 등장에 애초 기대했던 작품성보다는 재미와 흥미를 중점으로 보게 되었다. 아마 원작 만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긴 감정선을 축약하다 보니 이입하기가 힘들었고, 이 영화는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라 그런 것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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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정말이지 ‘이게 끝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물이나 흐름을 보면 대충 예상이 가긴 한다. 이제 정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진정한 사랑으로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어쩌면 일방적인 육체적인 사랑은 충분히 했으니 더 쌍방의 사랑이 섞인 감성적인 내용이 나올 듯도 하다. 사실 대다수의 로맨스가 이런 흐름이니 말이다. 지금 본 것까지는 여기서 더 다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원작의 기존 팬이나, 해당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빈번한 정사 장면과 축약된 이야기가 그렇다. 영화를 보는 팬 사이 속 진정한 ‘머글’이었을 나는, 단순 흥미에 그치는 이 영화 속의 좋은 음악과 더 나아갈 어떤 것을 생각하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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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 The Clouds gather -


원작 : 요네다 코우
 
감독 : 마키타 카오리
 
각본 : 세코 히로시
 

주연

신가키 타루스케(야시로)

하타노 와타루(도메키)

 

장르 : 애니메이션

개봉
2020년 7월 1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 85분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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