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맛집, 카페를 찾아다니느라 지치셨나요? [문화 공간]

글 입력 2020.07.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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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과 카페의 무한반복에 피곤해졌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 어디 갈까? 누군가 묻는다. 글쎄, 맛있는 거 먹고 카페 가자. 주변에 서점 있으면 책 읽으러 가도 좋고. 누군가 대답한다. 약속을 잡을 때 흔히 보이는 패턴이다. 구글링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맛집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약속된 날짜가 되면, 그들은 미리 정해둔 식당에서 만나 밥을 먹고, 미리 검색해 둔 카페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고, 할 것이다.

 

이것은 20대가 주말을 보내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나 역시 매번 이런 과정을 통해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과정에 대해 피곤함을 느꼈다. 네이버 지도를 켜서 다음 행선지를 찾아가고, 다시 이동하고, 찾고, 이동하는 과정에 말이다.

 

혹시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피곤함을 덜어줄 새로운 방법 하나를 제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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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지도 (네이버 지도)

 

 

사실, 이 같은 피로감은 길 찾는 활동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 길 찾기 미션은 지역별로 난이도가 상이하고, 난이도가 높은 지역을 이동하는 중에는, 지도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뽑은 '길 찾기 어려운 지역'으로는 망원동과 서촌이 있다. 두 곳의 길은, 마치 곁가지가 많은 나무의 모양새와 닮아서, 찾아가는 길이 복잡했다. 좁은 골목길들을 헤매고 헤맨 결과, 한 공간 안에 이 모든걸 향유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공간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단일한 건물 안에서 여러 문화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로 백화점이 종종 떴다. 백화점이 내가 찾던 곳일까? 한 건물 내에 여러 점포들이 입점해 있긴 하다. 하지만 백화점의 주된 역할은 쇼핑 > 문화예술의 비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나는 백화점 글자 위에 빗금을 그었다.

 

검색을 좀 더 하던 도중 '복합문화공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복합문화공간이란 소규모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문화 플랫폼이다. 그동안 내가 사람들을 만날 때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문화 생활을 했었다면,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여러번 이동할 필요 없이 한 공간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거다 싶었다. 

 

이제는 어딜 가볼지 정해야 했다. 자료가 많이 있을까 고민했던 것도 잠시. '서울 복합문화공간'을 검색하자 스크롤이 짜리몽땅해질 정도로 풍부한 자료의 페이지가 등장했고, 나는 많은 결과들 중 어딜 갈지 선택만 하면 되었다.

 

한 곳을 선택하면, 공간에 속해있는 식당과 카페, 서점, 전시가 함께 선택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어딜 갈지 고르는 일은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고르는 느낌이었다. 인형 하나를 골라서 크기가 가장 큰 바깥 쪽 뚜껑을 열면, 그 안에 작은 인형이 나오고, 또 나오고, 나오고, 하는.

 

 

 

사운즈한남 방문기


 

이태원 근처의 복합문화공간인 '사운즈한남'을 직접 방문해보았다. 입구를 통과하자, 중간부는 뻥 뚫려있고, 그 주위를 감싸는 건물들로 이루어진 구조가 눈에 띄었다. 이는 하나의 마을을 연상케했다. 식당과 카페, 라이프 스타일 샵 등 15개의 가게들이 있었지만, 독립서점인 스틸북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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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의 전면 통유리 건물로 이루어진 서점은 층마다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1층은 매거진 B에 대한 아카이빙, 2층은 생활과 일, 3층은 예술과 디자인, 4층은 사유와 사람으로. 한 층 내에서도 독자적인 분류를 만들어 책들을 나눈 모습을 보니, 큐레이팅이 체계적인 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 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 느끼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큐레이팅이 잘 되어 있어서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미 서울 도처에 향기로운 책들을 선별해놓은 독립서점들이 여럿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방문으로서 완성되는 곳


 

답은 공간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있었다. 창 너머로는 사운즈한남 속 여러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빵을 먹고, 사진을 찍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 그 사이에는 초록빛 식물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고. 안온한 공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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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분위기는 도시 생활에 있어서 오랫동안 잊고 사는 것 중 하나이다.

 

내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길을 찾을 때에도 그랬다. 복잡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분주해져서 얼른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렇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도 마냥 기쁘진 않았다. 웨이팅을 하거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내 몸을 구겨넣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말은 휴식의 상징인데, 북적이고 정신없는 곳들을 여러번 방문하니 주말 자체가 피곤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도시에서 마주치는 사람 한 명은 행인1에 불과하다. 아니면, '저 사람이 나오면 내가 웨이팅을 끝내고 식당에 들어갈 수 있겠지' 라는 마음에서, 그저 식사를 어서 끝내고 나와주었으면 싶기도 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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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복합문화공간에서의 사람 한 명은, 이 공간을 완성하는 존재였다. 그가 거기 있음으로서 풍경을 완성했고, 그는 곧 내가 이 공간에 더 머무르고 싶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마치 현대예술처럼. 복합문화공간은 관객의 참여함으로서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는 관객참여형 예술과 닮아있다는 것에서 더 큰 의의가 있었다.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얼굴은, 마치 내가 유튜브로 반려동물 영상을 볼 때와 같이, 불순물 하나 없는, 행복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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