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손절보다 이해 [도서]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일 뿐이다
글 입력 2020.07.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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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에 지친 너에게’


 

정민지 작가의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받는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는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이에게 책을 바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필자가 이 책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바로 이 문구 때문이었다.

 

필자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그간 필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이들은 모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들 모두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추억을 공유하며, 필자와 소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필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람들인 만큼 이들로부터 얻은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게 남아있었다. 이에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말이 무엇보다 크게 와 닿았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가까운 사람들을 ‘낯익은 타인’이라고 지칭한다. 가족이든 가까운 친구든 그들을 타인으로 바라보고 자신과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낯익은 타인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따귀를 맞는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스치듯 던진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은 순간이었다

 

 

필자의 경우, 한번 받은 상처를 잊지 않고 계속 곱씹어 보는 편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크고 작은 일련의 상처들을 내면 깊숙이 자리한 마음 창고에 켜켜이 쌓아둔다. 마음 창고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 어느 순간 펑! 소리를 내며 터진다. 마음 창고는 이내 저장 공간이 0이 되고, 그 이후부터 채우고 터지기를 반복한다.

 

마음 창고가 터질 때마다, 창고에 있던 재고들은 묵은 쓰레기처럼 악취를 풍기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감당해야만 하는 마음 창고가 부담될 때마다, 필자는 인간관계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되뇌곤 했다. 한 마디로 ‘인맥 다이어트’가 절실했다. 하지만 막상 마음 창고가 터질 때 즈음에는 인맥 다이어트를 용기 있게 시도하지 못했다.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상처가 아물어지리라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필자의 의문에 해답을 주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생각 없이 말하거나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친구가 있으면, ‘손절’을 고려한다. 관계 개선의 여지 없이 이어왔던 인연의 끈을 한 번에 끊어버리는 편이 오히려 감정소모 없는 깨끗한 이별 방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저자는 인간관계를 단칼에 자르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상대방과의 좋았던 순간들과 상대방에게 느꼈던 고마운 감정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당장 느꼈던 섭섭한 감정들은 고마운 감정에 의해 충분히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 또한 상대방에겐 타인임을 인정하며, 나의 관점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은 즉, 상대방의 마음 창고도 헤아려야 함을 뜻하기도 했다. 이는 묵혀온 감정을 처리하고자 상대에 끝없이 원망을 표출했던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내 감정에만 충실하느라 상대의 감정을 간과하진 않았을까. 누구나 상대의 잘못에 비해 나의 잘못에는 적은 비중을 두게 마련이다. 합리화하기보다는 그때의 잘못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충분히 반성하는 것이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이다.나 자신 또한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낯익은 타인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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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의 가장 큰 매력은 무작정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상처 준 이를 무조건 폄하하지 않는다. 나의 자존심을 애써 치켜세우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의 혹은 타의로 유지하는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회사 동료부터 가족, 동창 등 현실 세계에선 이상과 달리 복잡한 상황으로 끊을 수 없는 인간관계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낯익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우리의 삶에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배울 때 참고서를 보고 이론을 정리하듯, 인간관계 또한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을 정리할 이론이 필요하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인간관계에 실수투성이인 우리에게 딱 알맞은 참고서이다. ‘피하기’, ‘손절하기’가 아닌 더 성숙한 단계의 인간관계 대처 능력이 필요해질 때,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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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가장 낯익은 타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


지은이 : 정민지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에세이

규격
120*200

쪽 수 : 244쪽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정가 : 13,500원

ISBN
979-11-88545-85-8 (03810)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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