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플레이스>에서 그려진 존재의 죽음

글 입력 2020.06.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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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의 스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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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플레이스>는 미국의 방송사 NBC에서 제작한 판타지 드라마이다.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로 나눠진 사후 세계. 착한 삶을 산 소수만이 굿 플레이스에 입장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배드 플레이스로 간다. 주인공 엘리너는 굿 플레이스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수로 굿 플레이스의 주민이 된 것이다. 엘리너가 굿 플레이스에 남기 위해 분투하며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총 4개의 시즌이 방영되었으며 완결되었다.

 



천국에도 결함이 있다

 

다양한 윤리적인 개념을 작품은 포함하고 있기에 현대적인 사후세계관을 <굿 플레이스>는 만들어냈다. 그래서 <굿 플레이스>가 그려낸 사후세계는 전통적인 사후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이 펼쳐진다. 작중 천국이라는 부를 수 있는 굿 플레이스의 결함은 압권이다. 작품 속 세계의 천국은 완벽한 천국이 아니었다. 어쩌면 완벽했기에 불완전한 천국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존재인 재닛에게 부탁하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굿 플레이스 주민들은 만족 포화 상태에 빠져있다. 그래서 주인공 일행이 처음 굿 플레이스에 당도했을 때 굿 플레이스 주민들의 모습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와 목적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좀비처럼 영원을 살아간다. 만족 포화 상태가 오히려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었다.

 

결국, 주인공 일행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운 것은 바로 영원한 삶에서 벗어나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다. 주인공 일행도 불완전한 사후세계의 시스템을 개혁한 뒤, 영겁의 세월을 살고 나서 자의로 소멸한다. 이런 결말이 썩 내키지 않는다. 죽었더니 아예 존재조차 소멸해버리는 게 삶의 끝이자 만족 포화 상태의 해결책이라니.

 

 

 

가치있는 삶과 죽음


 

그렇다면 허무한 결말일까? 그렇지 않다. 엘리너는 작 중 내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굿 플레이스 거주민인 지금 자기 자신의 존재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민이 아닌 것이 밝혀지는 순간, 굿 플레이스 주민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끊임없이 위기에 봉착하지만,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서 엘리너는 굿 플레이스 주민으로서 실존하게 된다.

 

실존주의는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한다. <굿 플레이스>의 악마 마이클은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죄책감은커녕, 타인에게 공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죄책감은 수 만 년 뒤에 어차피 잊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엘리너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존재의 죽음을 통해 사람은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죽음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고대하게 만든다. 한정된 시간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하게 만든다.

 

결국 인생의 최후는 사후세계에서조차 소멸하는 것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에게 삶의 동기부여를 제공해주었다. 소멸하기 전에 굿 플레이스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원하는 것을 누리면 된다.

 

사실 현실의 삶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렵다. 원하는 걸 다 이룰 수도 없고, <굿 플레이스>에서는 사후세계를 거치고 자신의 선택에 의해 소멸하면 되지만 현실에서는 사후 세계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한 거역할 수 없는 소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허무하고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당신은 아름답다. 사는 게 거역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 고통이 있기에 모순적이게도 더 나은 내일을 고대할 수 있다. 정말 어렵지만, 삶과 죽음을 긍정하자.

 

 

[김요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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