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에서 섹스만 없어도 우린 훨씬 편할지도 모른다 [도서]

그럼에도 우리가 섹스를 하는 이유
글 입력 2020.06.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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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로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난 왜 섹스가 재미 없지?', '언제쯤 만족스러운 섹스를 해볼 수 있을까?', '나만 연기를 하는 건가?', '왜 내 아내는 나와 섹스하기 싫어할까?', '더 이상 서로를 원하지 않는 우리는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걸까?', '나만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 걸까?'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러니 인생에서 섹스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는 좀 더 편안한 삶을 영위할지도 모른다. 욕망에 지배되지 않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섹스는 존재한다. 그것도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처럼 컨트롤이 안 된다. 원하지 말아야 할 때 불쑥 찾아오고, 원할 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섹스와 욕망. <인생학교 : 섹스> 편은 섹스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괜찮다, 너만 이상한 거 아냐. 나도 이상해'라고 조금은 독특하게 다독여 주는 책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섹스 전도사'로 불린다. 모두에게 건강한 섹스란 무엇인지 알리고, 언젠가는 섹스 챗봇을 만드는 게 내 꿈이다. 섹스를 원치 않는 에이섹슈얼도 인정 받고, 여성의 자위가 남성의 것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도래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수치스러워 하며 자라났다. 가슴이 커지는 것, 생리를 하는 것, 다리를 벌려 성기를 만지는 것 모두 숨겨야 할 것으로 배웠다. 왜 남자들이 왼손을 내 아내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면서, 여자가 왼손은 내 남편이라고 하는 건 어색한 일인가.

 

나 역시 자위를 오랜 시간 해왔지만 모두 비밀로 했다. 그게 부끄러운 것인 줄로만 알고 "자위? 어머, 그게 뭐야? 한 번도 안 해봤어. 낯부끄럽다 정말"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그렇게 모두의 편견에 벽돌 하나를 더 쌓아올리는 역할을 했다. 페미니즘을 알고, 성적 임파워링이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섹슈얼리티를 개방한다는 것이 섹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 내 몸에 대한 만족감을 주도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젠 당당하게 어디서든지 말한다. 여러분, 건강한 섹스를 하세요!

 

섹스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있다. 난 왜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다. '낯선 사람하고만 하고 싶은 욕구'를 여성도 많이 느낀다. 사랑과 섹스 욕망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책에서는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며 이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사랑하면 욕망이 없어졌고, 욕망을 느끼면 사랑을 할 수 없었다.

 

 

왜 오늘도 아내는 나를 거부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며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입은 남자들에게 해주고픈 말이다. 새로운 남자하고만 하고 싶은 내가 이상한건지,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 여자에게도 적용된다. 사랑과 욕망은 전혀 다르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오며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서로를 위해 많은 걸 희생할 수 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욕망이 있는 건 아니다. 섹스는 사랑 위에 얌전히 있는 걸 거부하고 이리 저리 튀어 다닌다. 가장 성적으로 흥분되는 순간은, 그 사람과 처음 하는 그 순간이다. 낯선 이와 내밀한 곳을 비비는 약간의 반발심과 긴장도가 우릴 흥분시켜준다. 그러니 당연히 10년된 커플보다 1일차 커플이 더 성적 긴장도가 높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린 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망에 순종하며 순순히 바람을 피울 것인가, 섹스 욕망을 억누른 채 살아갈 것인가,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를 반복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일상에 감춰진 그 사람의 매력을 다시금 찾아보기 위해 노력할 텐가. 마지막 선택이 베스트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잘못된 건 아니다. 책에선 바람을 피우는 상대를 도덕적으로 경멸하기 보단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며. 이 말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섹스란 원래 야성적인 걸.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올바른 민주사회 시민이 섹스만 하면 상대를 모욕하고 싶어 지고, 엉덩이를 치고 싶고, 지배 당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이러한 성적인 자아와 이성의 자아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성적 자아를 부정하고자 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숨겨야 할 상상이라며. 그러나 서로가 합의를 하고, 가장 비이성적인 모습도 보여줘도 괜찮다면 우린 섹스에 대해선 조금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이 사람이 내 엉덩이를 치는 게 곧 폭력적인 사람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믿고 있다면 우린 우리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 더 소리 높여 말할 필요가 있다. 나, 섹스 하고 싶어. 그것도 즐겁게!

 

섹스만 없어도 우리 인생은 훨씬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섹스가 없다면 우리 인생은 훨씬 지루해 질지 모른다. 가슴 설레는 긴장감도 불완전한 나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기쁨도 알지 못한채 이성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우린 평생토록 섹스에 대해 고민하고 또 갈망하며 살아간다. 난 그걸 기쁘게 받아들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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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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