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로나와의 ‘만남’, 행복을 그리며 - 환상의 마로나 [영화]

<환상의 마로나> 리뷰
글 입력 2020.06.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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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와 함께라면 최고로 행복해”

전 세계 극찬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영화 팬들의 기대작으로 우뚝 선 영화 <환상의 마로나>가 올 6월 11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는 행복한 강아지 마로나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면서 겪는 가슴뭉클한 견생을 그린 판타스틱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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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다다른 (온라인) 학기에 지쳐가는 요즘, 소소한 힐링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그러던 때 만난 영화 <환상의 마로나>, 포스터를 보자마자 ‘어머 이건 봐야 해!’라는 강렬한 끌림이 찾아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나오는 강아지의 견생(犬生) 스토리에다 판타스틱에 웰메이드, 게다가 이토록 화려한 색감이라니.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애니메이션인 탓에 상영관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화관람은 마치 나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편견을 확실하게 부순다는 점이다. 한 강아지의 이야기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견생(犬生)은, 곧 인생(人生)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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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시작은 주견공(主犬公) 마로나의 ‘죽음’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마로나는 말한다. “지금부터 내 인생을 들려주겠다”고.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그 기억을 되짚어가는 전개 방식은 이외 다양한 영화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다. 죽음, 즉 삶의 유한성을 일깨움으로써 관객들은 앞으로 펼쳐질 삶의 이야기에 더 주목하게 되고, 그 가치를 자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기 직전 떠올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이 영화는 마로나라는 강아지의 회상을 통해 결국 인간의 삶을 반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로나가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삶은 곧 인간과의 “만남”이고, 인간 또한 어떤 삶이든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을 끝낼지언정 이러한 관계를 끊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로나의 만남과 죽음은 말해주고 있다.

 

마로나의 첫 회상은 부모의 이야기이다. 모든 전기가 그렇듯, 강아지 마로나 또한 생의 시작점인 부모와의 ‘만남’을 빼놓을 수는 없다. 다만 마로나는 무조건적인 애정과 사랑의 상징인 부모와의 만남이 지극히 짧았고, 그 탓에 (꼭 개의 습성 때문만이 아닌) 이후 만나는 인간들에게 큰 애착을 느끼며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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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에게 찾아온 인간과의 ‘만남’은 총 세 번 이루어진다. 마로나는 각각의 인간, 마놀과 이스트반, 그리고 솔랑주와 만남을 가질 때마다 아나, 사라, 마지막으로 마로나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그들과의 만남은 모두 ‘의미’를 가졌음을 말해준다. 모든 이름에는 고유하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이기에, 마로나는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준 그들의 이름은 물론, 그 당시 자신의 이름까지 죽는 순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만남이 마로나에게 행복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인간 마놀과의 만남에서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늘 그렇듯 커다란 사랑과 애정을 배웠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마로나는 스스로 떠나기를 택하며 첫 이별도 함께 알게 된다. 두 번째 인간 이스트반과의 만남에서는 아픔과 적대를, 마지막 솔랑주와의 만남에서는 외로움을 배웠다. 모든 만남은 행복과 함께 슬픔을 가져다주었고, 마로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마로나는 늘 행복과 함께했다. 자신의 주인, ‘나의 인간’인 그들과 함께한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마로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늘 알록달록 다채롭다. 나의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어둡고 굴곡진, 답답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던 세상이 함께할 때는 언제나 꽃이 피고, 화려하며, 부드러운 것이다.

 

마로나는 그 세상, 나의 인간을 위해 기꺼이 그렇지 못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없이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도로를 달렸고, 자신을 두고 떠난 솔랑주를 뒤따랐다. 그러다 마로나는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그 곁에는 솔랑주가 함께했다. 끝까지 나의 인간과 함께하였으니, 마로나는 틀림없이 행복한 강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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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가 죽은 후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마로나의 죽음이 그들과의 관계마저 끊어놓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라진 마로나를 애타게 찾아 헤맸던 마놀도, 아내의 강압에 결국 마로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스트반도, 마로나에게 소홀했지만 마지막 순간 함께한 솔랑주 모두 마로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은, 마로나를 영원히 그들의 관계 속에서 살아 있게 만든다.

 

생의 마지막 순간, 떠오르는 만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일 것이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니, 수많은 만남 중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이름’을 불러주는 만남이 존재한다는 것이 곧 행복의 증표는 아닐까. 어쩌면 나와 마로나의 ‘만남’도 관람하던 그 순간처럼, 어느 날 문득 내 삶 속에서 떠올라 행복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환상의 마로나

(Marona’s Fantastic Tale)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개봉 : 2020.06.11

 

상영시간 : 92분

 

등급 : 전체 관람가


감독: 안카 다미안

 

주연: 리지 브로체르, 브루노 살로몬, 티에리 한시스

 

   


STORY

 

“안녕, 내 이름은 마로나.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로나.

형제들을 떠나 인간 주인을 만나면서 견생의 제2막이 오른다.

 

곡예사 마놀부터 건설업자 이스트반, 귀여운 소녀 솔랑주까지.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마다 마로나 역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함께할 수 있는 인간이 있어 행복한 강아지 마로나

꿈보다 몽환적이고 동화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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