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구에게나 사랑은 복잡하다 [음악]

Lauv 'I met you when I was 18'
글 입력 2020.06.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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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노래는 너무 진부하게 느껴져서 그리 즐겨 듣는 편은 아니면서도, 가끔은 한 노래 안에 사랑의 기승전결이 포함된 게 유난히 짧고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피상적으로 고백하고 이별하는 일련의 연애과정은 시작과 끝을 딱 잘라 4분 이내에 모두 담아낼 수 있을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되는 사랑을 하나의 곡이 아닌 앨범에 담아내 나의 갈증을 해소해준 완벽한 앨범이 여기 있다. 사랑의 서막은 앨범명에서부터 시작된다. 'I met you when I was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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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커버



본 앨범의 주인공이자 지독한 러브스토리의 당사자인 싱어송라이터 Lauv. 대학생활, 사랑, 그리고 자아실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앨범으로 그는 이를 이렇게 소개한다.

 

 

"모든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어졌어요. 내 삶의 한 순간들을 담은 내용입니다. 학교를 위해 뉴욕으로 왔을 때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지 못했어요.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고 4년간의 연애 기간 동안 나에 대해, 세상에 관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모든 걸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

노래들은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지금 보면 좀 제멋대로인 듯한 곡이죠.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로 추억에 잠기게 되는데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길 원해서 그런 곡들을 모두 모아 구성했습니다. [I met you when I was 18]은 단순히 앨범이 아닙니다. 저의 명작입니다."

 

 

트랙리스트.jpg

▲ Tracklist


 

앨범에는 총 17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관전 포인트는 바로 앨범 트랙리스트이다. 설렘과 달달함을 동반하는 연애 초반의 감정을 담은 첫 번째 트랙을 시작으로 점차 안정됐다가, 의심하며, 싸우고, 결국 헤어지는 과정이 차례대로 이어진다. 첫 번째 곡부터 17번째 곡까지 몇 번의 사랑이 반복되고 마지막 곡인 ‘Never Not’을 끝으로 완벽한 이별을 맞이한다.


연애의 단계를 어떤 소제목을 쓰며 나눠볼지 고안해본 결과,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숫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표면상 같은 이별일지라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다른 단계로 분류되기에 부차적 숫자 또한 사용한다. Lauv의 의도로 짜인 앨범 트랙리스트 순서에 맞춰 필자가 임의로 나눠 그의 노래와 나의 지난 연애가 얽힌 글을 쓰고자 한다.

 

 

 

#1


 

평생을 모르던 서로가 어떠한 연유로 만나, 알게 되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 건지.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이는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다. 감히 운명이라는 말을 붙여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겉모습으로 쉽게 호감을 느끼게 될 순 있지만, 이를 깊이 이어가기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게 되는 순간, 누군가는 ‘Paris in the rain’에서처럼 상대방과 함께 있는 모든 순간이 낭만의 도시인 파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파리행으로의 비행기는 타지 못했다. 하지만 단조롭고 평범했던 일상에 한 스푼 혹은 그 이상의 활력이 추가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깊어짐을 깨달은 순간은 이런 것 같다. 상대방을 좋아했던 과거에서, 그런 상대방을 좋아하는 스스로가 더욱 마음에 들게 된다. 그래서 함께 있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니 말이다.


불안정한 사람과 만나 감정의 크기가 더욱 커질 땐 이렇다. 감정은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이를 발현하는 방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엇나간다. 사랑이 왜곡되어 전달될 땐, 미성숙한 자신에게 슬픔을 그리고 만족하지 못하는 상대방과 상황에 답답함만 늘어갈 뿐이다.


Could I ever do enough to make you wear this love not like a collar?

내가 널 숨 막히게 하지 않고서 충분히 널 사랑해 줄 수 있을까?

Could I ever do enough to make you feel the way you want to feel?

내가 네가 원하는 만큼의 감정을 충분히 너에게 줄 수 있을까?

 

Comfortable/Lauv

 

 

 

#2


 

‘핑크빛 사랑’. 이처럼 사랑을 대표하는 색이 분홍으로 대체될 만큼 사랑은 항상 설레고 행복하고 좋은 순간만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감정은 참으로 골칫덩어리다. 확실히 예상할 수도, 손쉽게 걷잡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건강하지 않은 사랑 또한 많다. 동등한 두 명이 만나 관계를 맺어간다는 사실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Paranoid’에서는 본인조차 원하지 않는 소유욕이 커지고 있다.


감정은 참으로 변덕쟁이다. 애초부터 사랑에서의 다른 온도를 가진 두 사람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어도 쉽게 관계를 시작하기 힘들어한다. 그렇다고 기적처럼 같은 타이밍에, 거의 비슷한 온도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고 향후의 감정을 확신할 수 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어렵다. 퀘스트 하나에 성공했다고 성공적인 결과를 단정 짓기도 어렵고 노력에 정비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매 순간 타이밍과 노력에 확률을 내어준다. 이별을 고하는 당사자일지라도 통보하는 ‘순간’에 얼마나 아프게 될지는 본인조차 모른다. 그렇기에 같은 이별을 맞게 되는 시점만큼은 함께 고통받게 된다.


 

 


Who wrote the book on goodbye?

누가 이별에 대한 책을 썼을까?

There’s never been a way to make this easy

쉽게 이별하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3


 

사랑과 시작, 두 단어 사이엔 이질감이 없다. 하지만 이별과 시작은 무언가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다. 가장 친밀했던 관계에서 서로의 안부도 묻지 못하는 사이로 변하는 건데, 신선하고도 새로운 느낌의 시작과는 양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러기에 더욱 이별이 사랑의 공백기가 아닌, 또 다른 단계의 시작과 진행이라고 본다. 물론, 겉으로는 한 번에 큐처럼 끝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속은?


 


 

어떤 사랑을 했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이별 초반은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단순한 슬픔이 아닌 참으로 복합적인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허전함, 속상함, 그리움, 후회.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에는 거슬리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연타를 치니 버티기 힘들 수밖에. 그래서 억지로라도 잊어본다. 잊었던 것을 또 잊고 또, 또 … 각종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말이다.


 

 

#4


 

사실 이 단계는 연애에서 제할 수 없기에 꼭 필요하면서도, 이 순서에 들어가는게 맞나 싶어 계속 헷갈렸다. 관계를 이어가는 도중 맞는 싸움이나, 끝난 후에 막장으로 치닫게 되는 싸움이나, 애써 다시 연결해 소중함을 깨닫고 난 후에도 반복되는 싸움이나, 그 모든 것들은 힘들다.


모든 것은 다 욕심이다. 인간관계만큼 유연할 것도 없는데, 우리의 관계는 깨지지 않고 영원할 거라는 욕심. 2년 전 정확히 무슨 책에서 읽었던 건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시절 다이어리 한 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사랑의 영속성에 대한 집착만 버린다면 그 상태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


 

 

 

 

#3-1(이별은 또 다른 감정으로 계속된다)


 

개인적으로 이별이 힘들었던 이유를 떠올려보면,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이를 함께 했던 당사자만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다. 이별 후에 남겼던 사진을 모두 지우는 것도, 방에 놓인 모든 흔적을 치우는 것도 그런 허무함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도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꼭 거쳐야만 하는 길과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겨진 기억은 강제로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여기있다는 이유로 무뎌지기 전까지 고스란히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나고 싫었다. 수백 번의 원망 중 한 번은 바래본다. 마지막이어도 괜찮으니 딱 한 번만 더 걸어봤으면.


 



Can we go back to adrelnaline?

우리 좋았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Can we go back to adrelnaline?

행복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Lauv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에서 뜨거운 연애를 하고 이별 후 캘리포니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Come Back Home’. 그리고 돌아와 곁에 있어 준다면 더는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겠다는 ‘Question’. 지난 사랑을 복습하며 사랑을 새로이 고찰하는 ‘Easy Love’. 그가 앨범을 소개하며 단순히 사랑을 넘어 자아 성찰까지 이어졌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생각을 정립할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5


 

누군가에게는 없을 수도 있는 단계. 헤어졌던 상대와 다시 만나는 것은 어리석은 실수의 반복일 수 있다. 실제로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의 대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헤어졌다가 다시 재회하는 확률은 82%, 그중에서도 잘 되는 사람은 3%. 97%는 전에 헤어졌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헤어진다.’


과거에 대한 후회를 거두기 위해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오답 노트를 작성한다. 모든 실수를 분석했으니 다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비슷한 실수는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남는 미련을 무시하고 과거를 그대로 흘려보내게 될 때의 장점은 ‘시간을 되돌릴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라는 마인드가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회에 성공한 3%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과거의 유혹은 실로 검다. 모든 것은 그대로이면서 그대로지 않다. 내가 좋아했던 상대방은 과거의 그였고, 내가 싫어했던 모습은 현재의 그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결국에 끝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또다시 시작했더라도 결국엔 다른 이유로 종지부를 찍어버린 Lauv처럼.


You’re my all and more

넌 내 전부, 아니 그보다 더 큰 존재야

All I know you taught me

내가 아는 것들은 다 네가 가르쳐 준 것들이야

You’re my all and more

넌 내 전부, 아니 그보다 더 큰 존재야

But I need room to breathe

하지만 난 이제 숨 쉴 곳이 필요해


Breathe/Lauv

 

 

 

#3-2 


 

참으로 이별의 마지막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단계를 거친 후에야 이 이야기는 종결된다. 종결이라는 단어도 섣불리 사용한 것이, 모든 기억과 추억은 기억상실처럼 한순간에 휘발되기보단 서서히 연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오직 한 명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는 원망을 지나, 소중했던 둘의 추억이었다고 마침내 말할 수 있기까지.


From the moment I loved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I knew you were the one

내겐 오직 너 하나뿐이라는 걸 깨달았어

And no matter what I do

이젠 내가 무엇을 하던지

I will never not think about you

네 생각을 하게 될 거야

Didn’t we have fun? Looking back

되돌아보면, 우리 정말 즐거웠지?


Never Not/Lauv


 

글을 깔끔히 작성하기 위해 가사를 기준으로 구분 지어 놓았지만, 전 곡을 듣게 되면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Lauv만의 기법까지 합쳐져 그가 곡마다 의도한 메시지와 분위기가 깊이 전달된다. 세상에는 여러 사랑의 종류가 있듯이, 각자의 서사를 지닌 러브스토리에 대입해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에디터 박수정 tag.jpg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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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ung bbang ele
    • 퇴근길은 Lauv와 함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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