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여름과 함께 할 책들 [도서]

여름맞이 추천 도서
글 입력 2020.05.2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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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듣자마자 웃음이 터진 말이 있다. 소설을 쓰고 나서 마무리가 어려울 때면, 마지막에 “여름이었다.”라는 문장만 넣으면 그럴듯하게 보인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여름이란 기억을 조작하는 마법의 계절이다. 우리는 여름이라는 핑계 하나로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무더운 여름날 불쾌한 것도, 방학 보충 수업이 즐거웠던 것도, 첫사랑으로 열병을 앓은 것도, 여행을 간 것도 “여름이었다.”라는 말로 미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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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여름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된다.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고 개성 넘치는 한국 문학을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다가도, <소설 보다> 시리즈가 출간될 때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 보다> 시리즈의 특징은, 작가의 단편 작품 뒤에 작가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봄에 출간된 <소설 보다 봄>의 경우에는 화상 프로그램 ZOOM을 통해 작가와 독자의 소통 자리를 마련했다.

 

<소설 보다 봄>을 이미 읽은 독자, 혹은 <소설 보다> 시리즈를 미처 만나지 못한 독자라면 <소설 보다 여름 2019>를 먼저 읽으며 다가오는 여름을 기다리도록 하자. <소설 보다 여름 2019>에는 정영수의 「내일의 연인들」, 이민진의 「RE:」, 우다영의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이 수록되어 있다.

 

 

 

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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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은 열여덟의 여름에 만난 이경과 수이의 이야기이다. 열여덟 여름, 수이가 찬 축구공이 이경의 얼굴에 가격하면서 처음 만난다. 이경의 안경테가 부러지고 코피를 쏟으면서 함께 병원을 다녀온다. 그 주 내내 수이가 이경에게 딸기 우유를 들고 가면서 둘은 가까워졌다.

 

책 제목이 여름이 아닌, ‘그’ 여름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여름이란 ‘어느’ 여름과는 다른 여름이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가진, 다른 모든 여름과는 구별되는 여름이다. 수이가 찬 공이 이경의 얼굴을 가격했을 때부터 둘의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이경은 서른네 살이 되어 ‘그 여름’을 다시 더듬는다. 「그 여름」에서 나타나는 이경과 수이의 사랑과 이별에 얽힌 감정과 혼란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의 완결된 사랑을 만난다.

 

 

 

여름,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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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다.”

 

‘작가의 말’에서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는 사랑의 글쓰기다. 「여름, 스피드」에서 화자는 예전에 만났던 ‘영우’에게 온 메시지를 보며 그에게 답장을 보낸다. 무더운 여름날 그들은 오랜만에 종로에서 만난다.


영우는 강에 몸을 담근다. 화자는 영우가 이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 연인과의 재회는,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도 미묘한 감정이다. 그러나 그 사소함을 예민하게 곱씹으면서 우리는 화자와 함께 더운 여름날 물속에 빠진 기분이 든다.

 

「여름, 스피드」 와 함께 소설에 담긴 「컬리지 포크」 「디스코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등의 단편들을 읽으면, 마치 무더운 여름날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소설 속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 들어왔다.”라는 말처럼 화자와 함께 사랑처럼 뜨거운 계절을 느끼도록 하자.

 

 

 

바깥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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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앞의 소설들이 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이야기들이라면,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은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계절을 맞이하는 소설들이 담겨있다.


「입동」에서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건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소설집의 제목은 바깥은 여름이라 말하는데, 인물은 한파를 떠올린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인물들의 온몸은 후들후들 떨리고 있다.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면 여름과 대비되는 누군가의 시차를 떠올리게 된다. 무더운 여름 속 타인의 계절을 떠올리며 우리는 계절을 곱씹게 된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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