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마그리트적인 전시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마그리트, 형상 이면의 본질을 그려내다.
글 입력 2020.05.2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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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일상적인 것들도 그의 시선을 통해서라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상식을 깨는 이미지를 통해 색다른 영감을 일으켰던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는 자신의 작품들이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여겨지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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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세계’를 그렸던 사람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주로 파괴적이고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기존의 상식에 대항하면서 현실의 충격과 혼란을 표현하고자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인한 충격과 구속에 대한 해방 의식을 바탕으로 시작된 초현실주의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자유를 주창했던 예술 혁명이다. 비현실적인 환각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초현실주의 작품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여느 초현실주의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아주 평범한 사물들을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이들을 일상적 배치에서 탈피시킨 '데페이즈망'기법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하늘, 나무, 사람, 모자 등 일상적 형태의 사물들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그가 평소에 색다른 발상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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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1933) / 투시(1936)

 

 

그는 이미지에 대해 특별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생각을 자극하는 하나의 시처럼 다가가길 바랐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 The song of love>는 마그리트가 처음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을 만큼 그의 철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젊은 시절 추상예술을 공부하던 마그리트는 이 시점을 계기로 '어떻게 그릴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추상적 형태보다는 사물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재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형이상학적 예술관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난 예가 바로 <선택적 친화력 Elective Affinitives>과 <투시 Clairvoyance>이다. 어느 날 우연히 새장에 있는 새를 알로 착시한 경험을 한 후 사물과의 관계와 미적 연결성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했다.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존재의 형상을 뛰어넘어서 사물의 존재 이유와 본질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알을 보면서 새를 그리는 자화상 <투시>를 통해 모든 사물에는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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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품은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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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1928)  / 홀로 걷는 사람의 사색 (1926)

 

 

그의 작품에 전반적으로 깔린 어두운 색채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그가 살아가며 겪었던 여러 상실의 아픔을 드러내는 듯하다. 어린 시절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자살을 경험하면서 예상치 못한 슬픔을 겪기도 했다.


<연인들 The lovers>과 <홀로 걷는 사람의 사색 The musings of the solitary walker>에서의 흰 헝겊과 발가벗은 몸이 자살한 어머니의 시신과 관련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마그리트는 자신의 그림이 무의식이나 프로이트적 이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꺼려 했다고 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당시의 전쟁 상황에 대한 고통과 절망, 우울함이 그려지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에 침입하면서 부인과의 짧은 이별을 경험했던 이후로 그는 상실과 절망, 평화와 희망, 낮과 밤 같은 대립적인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특수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1941년 작품 <향수병 Homesickness>은 특유의 우울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통해 전쟁을 겪었던 상실감과 새로운 기회와 자유를 갈망하는 날개 달린 남자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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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의 시선, 영원한 뮤즈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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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대부분은 보이는 것 너머의 감추어진 것들에 대한 관심과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마주 보는 모든 사물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 또한 어떠한 것 뒤에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기에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절모를 쓴 남자와 초록색 사과를 그린 <인간의 아들>,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하는 <빛의 제국>시리즈, 여러 명의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콩고드> 등 그의 초현실적인 작품들은 우리의 오래된 상식과 고정관념 곳곳을 자극해 준다.


이처럼 그는 그림의 '시적인 힘'을 통해 관습에서 벗어나 사물들에게 새로운 자유를 부여해 주던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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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아이콘인 마그리트의 역사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9월 13까지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린다.


비록 원화 전시는 아니지만 다양한 영상과 멀티미디어를 통해 160점 이상의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를 입체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으며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어바웃 르네 마그리트',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와 시네마', '인사이드 마그리트'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또 다른 마그리트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한다.


'플레이 마그리트'에서는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와 영상 체험물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 오브제로 재현될 수 있어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후반부의 '인사이드 마그리트' 전시는 이탈리아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인 페이크 팩토리(Fake Factory)와 브뤼셀 마그리트 재단이 직접 감독, 기획에 참여하였다.

 

160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들에 영상적 효과를 더해 40분 동안 벽면과 바닥을 에워싸 환상의 세계에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비주얼과 웅장한 사운드가 더해져 초현실을 그려냈던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언어가 아닌 몸의 감각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한다.


그가 <이미지의 배반>을 통해 말했던 것과 같이 그 어떤 언어도 그가 그려낸 환상의 경험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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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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